|2026.03.03 (월)

재경일보

이팔성 회장 우리카드 분사, 이번엔 된다? 현실은 '…'

'제2의 카드대란' 우려…금융당국 승인 장담못해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올해 출범하는 카드사가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조기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공동마케팅과 연계영업 등 그룹 전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 신년사 中)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카드 분사 작업. 그는 새해 신년사에서는 물론 기자들을 만나서도 이번에는 분사가 될 것을 전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우리금융 측이 작년 10월29일 금융위원회에 카드부문 분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이전과 달리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한 지난 9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우리카드 분사와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고, 16일 열리는 금융위원회에 우리은행의 신용카드업 영업분할 및 우리카드의 신용카드업 영위 허가 등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안건 의결로 예비인가가 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이며, 언론에서는 2월 본인가 절차에 이어 3월이면 분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이 긍정적인 듯한 흐름과 달리, 금융권에서는 우리카드 분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한마디로 '좋아진 것도, 좋을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우리카드 분사란 현재 우리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분리해 전업카드사를 만드는 것으로, 그 이유는 보수적인 은행의 틀에서 벗어나 신속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이미 우리금융은 지난 2011년 4월과 지난해 우리카드를 분사하려고 했고, 이 당시에도 한때 분사가 이뤄질 듯 했던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의 과당경쟁 및 이로인한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부적절하다고 못박았다. 심지어 우리금융의 민영화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점까지 감안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에는 우리금융이 우리카드 분사 이후 체크카드를 활성화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해 당국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이팔성 회장이 지난해 시도했던 '사전포석'이었으며, 통하지 않았다.

우리금융이 체크카드를 활성화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해도, 정작 중요한 '여건'은 좋지 않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경기침체 장기화의 벽이 너무나 높다. 이와 관련, 이팔성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의 일상화와 저성장-저수익 구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이 회장이 스스로 언급했듯, 점차 강화되고 있는 자본규제와 유동성규제, 소비자보호 정책 등으로 금융사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 대출, 회원모집, 발급 등에 대한 규제가 촘촘해 우리카드가 분사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특히 카드업 속성상 체크카드만으로는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1~2년 전에 은행에서 분사한 KB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카드사 간 피말리는 시장 점유율 경쟁이 벌어진 것을 감안, 우리카드도 신용 대출과 카드상품 판매를 놓고 기존 카드사와의 '출혈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카드 분사를 준비 중인 다른 은행들을 의식, 우리카드 분사를 선뜻 승인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외부의 우려섞인 시선도 부담요인이겠지만, 내부 상황은 더욱 어수선하다. '갈 길 바쁜' 이팔성 회장의 앞길을 우리은행 노조가 막아선 것이다.

노조 측은 우리금융이 금융위에 카드부문 분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자 금융위 앞 1인시위와 집회를 여는 등 반대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임혁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들은 "우리의 존폐를 좌우하는 민영화를 앞두고, 가계부분의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카드분사를 강행하려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측은 이미 2011년말 직원들에게 우리금융의 매트릭스 체제 도입 및 카드사 분사 문제를 설명하는 만화를 제작·배포해 눈길을 끈바 있는데, 카드사 분사에 대해 '내가 회장인데 실제 경영은 계열사 사장이 다 하니…', '내 힘! 내 영향력!'(이팔성 회장), "결국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욕심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아", "은행의 힘을 약화시키고 본인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거지"(은행 직원) 등의 대사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지않아도 박근혜 당선인이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MB의 남자들' 중 하나이자 정부 소유 금융지주 회장인 이팔성 회장은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모양새다. 2008년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끌 적임자로 꼽히며 취임한 뒤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독자 민영화와 카드 분사, 메트릭스 제도 도입에 줄줄이 실패하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회장이 오랜 숙원이던 우리카드 분사에 성공하면 '입지'도 회복하고, 향후 우리금융 민영화시 계열사 분할매각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 2014년 3월 이후 대주주의 '입김' 없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 2010년 이후 세차례에 걸쳐 추진됐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노조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컸다. 따라서 향후 민영화 과정을 감안하면 이팔성 회장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카드 분사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카드 분사에 대한 우리은행 노조의 반대는 단순히 정치적인 측면만이 아니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시기에 공격적 영업을 하겠다는 것은 곧 2002년의 부실을 재현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고, 카드 분사를 위해 은행에서 1조원 가량의 자본금을 출자하면 ROA, NIM, BIS, 수익 등 은행의 각종 재무지표를 약화시킨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작년말 이팔성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에는 저금리와 저성장 등으로 매우 어렵다. 수익이 3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순익의 절반만 달성해도 좋겠다"고 밝힌바 있다. 신년사에서는 실천과제 중 리스크 관리 강화를 가장먼저 언급했다.

"다시는 과거와 같이 외부충격으로 인해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는 발언은 지난 2002년 우리카드가 분사됐다가 2003년 카드대란을 겪는 등 부실로 인해 2년만인 2004년에 다시 은행과 합병됐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 이때 은행이 떠안았던 손실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 노조 측은 이팔성 회장이 시대착오적 과잉의욕으로 우리카드 분사를 추진하고 있고, 지금은 전혀 급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카드분사에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민영화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금융위원회의 한 금융위원은 우리카드 분사시 우리은행의 BIS비율 하락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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