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단독] 론스타 재판, 외환은행 주식소각 전 못끝내면 '무위'

외환은행을 '장물'로 취득했다는 흔적들 없어져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론스타가 외환은행으로부터 챙긴 배당금 1조7000억원을 무효로 돌릴 수 있는 재판이 1년여만에 다시 열렸다. 하지만 재판부가 다시 두 달이나 일정을 미룸에 따라, 지난 28일 하나금융지주 측이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사전에 '재판지연' 교감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며 관련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이 2011년 4월 처음 제기했던 주주총회 의결 무효확인 재판이 속행됐지만, 재판부는 이번에도 결심을 하지 않고 3월27일로 재판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날 피고 외환은행의 법정대리인 김앤장 측이 제시한 자료와 감사원의 자료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외환은행 전국 부점장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자 소액주주인 한 관계자는 세가지 이유를 들며 법정에서 재판을 빨리 끝낼 것을 촉구했다.

먼저 그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주식 소각 움직임이 있다. (주식이 소각되고 상장폐지되면) 이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소송과 시민단체들의 론스타 관련 각종 고발 등도) 무위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또한 "론스타가 ISD(투자자 국가소송)를 제기해 이 재판이 매우 중요하다"며 "금융위원회 스스로 론스타가 한때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라고 발표했고, 이것을 법원에서 확인만 해주면 되는 것인데 오래 끌 이유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론스타 측이 주장하는 감사원 자료는 이번 소송과 상관이 없지 않느냐. 재판을 속행으로 열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알겠다"고 수긍하면서도 3월27일 기일이 열린다고 못박았다.

▲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이 2011년 4월 처음 제기했던 주총 의결 무효확인 재판이 열렸다. 아래의 사진은 29일 저녁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원들의 모습.
▲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558 법정에서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이 2011년 4월 처음 제기했던 주총 의결 무효확인 재판이 열렸다. 아래의 사진은 29일 저녁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원들의 모습.

이 재판이 시기를 다툴 수 밖에 없게된 이유는 하나금융지주 측이 지난 28일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하나지주 신주·자기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모두 확보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는 3월15일 열리며, 4월5일 주식 교환 및 이전, 25일 신주권 교부, 26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이로써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고, 외환은행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그간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 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2011년 11월 대검찰청에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윤영각 삼정KPMG 전 대표 등 4명을 배임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것을 비롯해 헌법재판소 위헌 소송,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고발한 금융당국자들의 론스타 비금융주력자 심사서류 조작 의혹,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이 고발한 김승유 前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임원들의 업무상 배임 의혹 등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장물'로 취득했다는 각종 흔적들이 사실상 남지않게 된다.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했을 당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추진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음에도 하나금융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외환은행 인수를 감행한 측면이 있고, 따라서 이번 기회에 '장물' 흔적을 없애려 한다는 것이 범국본과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의 생각이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 측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지분 확보를 막기위해 본격적인 투쟁활동에 들어갔다. 하나금융이 잔여지분을 모두 확보하면 은행의 상장폐지 및 합병결의에 필요한 지분을 갖게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조는 29일 저녁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향후 지주사 행사동원 거부 등 투쟁강도를 높여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무효 선언과 함께, 론스타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겨주기 위해 전 국민을 속인 매국노들에 대한 전면적인 항쟁에 돌입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종섭 범국본 사무처장은 "진행되고 있는 론스타 관련 재판들과 검찰수사가 언제 끝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며 "재판전에 외환은행 주식이 소각되면 향후 국회차원의 론스타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노조가 계속 투쟁한다 해도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하나금융이 계속 꼼수를 편다면 파국사태를 맞을 것이며,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불매운동 등 대대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외환은행 문제가 '법정'과 '법정 밖'에서 재차 급부상하면서 국민들의 관심 또한 다시 높아지고,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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