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신한사태 본질, 경영권 분쟁 아닌 라응찬 前 회장의 시나리오

그룹 내부문제는 물론 '권력형 비리' 가능성 높아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신한사태의 본질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라응찬 前 회장이 장기간 신한금융그룹을 사실상 자신의 회사처럼 경영해오면서 지배권 확보와 사적 이득을 위해 차명계좌를 운용하고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그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만들어 낸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5일 경제개혁연대 측이 이른바 '남산 3억' 배후와 관련, 라응찬 前 회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및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前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각각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언론보도 및 신한사태 1심 판결문을 보면, 신한사태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이른바 '남산 3억'이 라응찬 前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며, 그 최종 행선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前 의원이다. 또 라응찬 前 회장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23개의 은행·증권 차명계좌를 이용해 누적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세 아들에게 수십억원을 증여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하지만 2010년 이른바 '신한사태' 당시에는 라응찬 前 회장의 비자금 문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라응찬 前 회장과 신상훈 前 사장 간의 경영권 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검찰의 수사도 동일한 맥락에서 진행됐는데, 그 결과 신상훈 前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前 신한은행장에 대해서는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기소했지만 라응찬 前 회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혐의를 두지 않았고, 금융실명법 위반만을 문제삼아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렸다. 라응찬 前 회장에 대한 제재는 2010년 9월 금융감독원이 일부 차명계좌를 확인해 3개월 업무정지 조치를 취한 것이 전부였다.

문제는 신한사태 1심 선고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추가 확인된 내용에서 보듯, 당시 검찰수사는 너무나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조 소장은 "검찰은 라응찬 前 회장과 이상득 前 의원을 업무상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즉시 기소해야 할 것이다"며 "라응찬 前 회장의 23개 차명계좌의 출처 및 사용처를 철저히 밝히고, 이와 관련된 특경가법상 횡령,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증여세 포탈 혐의 등에 대해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검찰, 의도적 사건 축소·은폐 가능성 커

신한사태 1심 판결문은 라응찬 前 회장이 이백순 前 행장에게 3억원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신한 내부에서 일부 주주들과 신상훈 前 사장 및 비서실 현금시재를 합쳐 3억원을 조성해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고, 추후 신한은행 법인자금으로 정산하는 등 회사자금 2억6000여만원을 횡령했다고 판시했다. 또 1심 재판 과정과 당시 정황상 자금의 최종 목적지는 이상득 前 의원으로 사실상 지목됐다.

따라서, 만약 이상득 前 의원이 라응찬 전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부 받은 것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고, 라응찬 前 회장도 업무상 횡령 또는 업무상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한 애초의 수사 과정에서 신상훈 前 사장과 이백순 前 행장의 법위반 사실만을 문제삼았고, 라응찬 前 회장과 이상득 前 의원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불법 정치자금의 '배달자' 이백순 前 행장은 무죄 판결을 받고, 중간에 '보고받은 자' 신상훈 前 사장만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정치실세'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라응찬 前 회장이 23개 차명계좌를 통해 96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한 사실 등이 추가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라응찬 前 회장은 2008년 '박연차 50억'이 문제가 되자, 이는 자신이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할 당시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과 재일동포 주주 4명이 취임 축하금 명목으로 준 30억원에 이자가 붙은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라응찬 前 회장이 관리한 차명계좌는 4개가 아닌 23개로 최근 확인됐으며, 특히 라응찬 前 회장의 비자금 관리내역표에 기재된 재일동포 4명 계좌의 입금 시기와 금액이 라응찬 前 회장의 해명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비자금의 조성 원천에 대한 라응찬 前 회장의 기존 해명은 신뢰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별도의 원천, 즉 회사 자금이 추가로 흘러들어간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 됐다.
 
김상조 소장은 "검찰과 국세청, 금융감독당국 등은 라응찬 前 회장의 차명계좌가 이미 드러난 4개 이외에도 더 많이 존재함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검찰 등이 추가 차명계좌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만약 알고 있었다면 왜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 등을 철저하게 수사·조사·제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혹도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한사태는 그룹 내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 심지어 사정당국 등을 포함한 권력형 비리 문제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며 "특히 남산 3억의 배후가 이상득 前 의원이라고 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사정당국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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