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급전은 필요한데…' 보험 해약시 손해 덜 보려면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생활고로 인해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해지에 앞서 각종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 절대 해지해서는 안 되는 보험이 있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순서에 따라 해지해야 손해를 덜 본다.

국내 생명보험회사의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해지한 보험계약액은 177조176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 같은 기간의 157조532억원보다 12.7%(19조9644억원) 증가한 것이다. 해지계약액(4~12월)은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78조원을 정점으로 2009년 174조원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10년 158조원로 줄어들어 안정세를 보였지만, 지난 해 다시 급증했다. 해지계약이 늘어난 것은 전체적으로 나빠진 경기불황에 따른 생활고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면 통상 그동안 낸 보험료보다 적거나 없을 수 있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는 납입한 보험료에서 모집수당 등 각종 비용을 공제한 후 환급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보장성 보험은 계약초기에 해약하면 해지환급금이 거의 없다. 저축성보험도 가입조건, 적용이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해지환급금이 원금 수준에 도달하려면 5~7년 정도 납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보험을 해지할 때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보험은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손해를 보므로 보험계약 내용을 잘 확인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절대로 해지하면 안 되는 보험이 있고, 일시적으로 급전이 필요하면 중도인출이나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게 좋으며, 보험료 납입이 어려우면 자동대출납입, 감액, 계약전환 등을 활용해야 한다"며 "해지가 불가피한 경우 투자형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을 먼저 해지하고, 보장성 보험은 마지막에 해지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고 지적했다.
 
◆ 급전 필요하면 중도인출과 보험계약대출 활용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긴급하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입한 보험의 적립금에서 일부를 인출하는 '중도인출'과 가입한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보험계약대출'이 있다.

중도인출은 회사별·상품별로 다르지만 통상 해지환급금의 50% 이내에서 할 수 있고, 자금 사정이 좋아졌을 때 인출금액만큼 추가 납입하면 기존과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이자 부담은 없지만 수수료가 발생하며, 만기보험금이 줄어들게 된다.
 
보험계약대출은 별도의 담보나 조건없이 대출받는 것으로, 통상 해지환급금의 80% 수준까지 가능하다. 인터넷이나 전화, 모바일 등으로도 쉽게 대출 받을 수 있는데, 대출금에 대해 이자가 붙고 대출금과 이자 상환이 연체되면 보험금을 받을때 이를 차감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 보험료 납입 어려우면 자동대출납입·감액·계약전환 등 활용

보험가입 후 경제사정이 악화되어 보험료 납입이 어려우면 섣불리 해지하지 말고 자동대출 납입, 감액, 계약전환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보험료 납입이 일시적으로 어려우면 보험계약의 적립금으로 보험료를 내는 자동대출 납입을 활용하면 된다. 한 번에 최고 1년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재신청을 통해 장기간 이용하면 보험료 적립금이 줄어서 계약이 효력을 잃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보험계약 내용을 변경해서 보험료 부담을 더는 방법도 있다.

보험금 감액(減額)은 보장금액을 줄여서 낼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다. 특히 감액 완납(完納)은 앞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계약은 그대로 두면서 보장금액을 줄이는 것이다.

납입기간 연장도 고려할 수 있다. 종신보험을 정기보험(10년·20년 만기 등)으로 변경하는 것처럼 보험종목을 변경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도 있는데, 이를 '계약전환'이라고 한다. 회사별·상품별로 전환대상 상품이 다르며, 준비금 차액으로 변경하므로 사업비를 추가로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 절대로 해지하지 말아야 할 보험

오래 전에 가입한 보험은 절대로 해지해서는 안 된다. 예정이율이 높아(7.5~12%) 현재 판매중인 보험에 비해서 보험료가 매우 저렴하고 지속적인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이차(利差) 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현재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현혹되서는 안 된다.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할 경우 같은 연령이라도 보험료가 비싸지며, 나이가 많아져 보험료가 크게 인상된다.
 
가입 후 건강과 직업이 바뀐 경우에도 절대 해지하지 말아야 한다. 보험가입 후 입원, 수술 등 각종 병력사항이 있으면 재가입이 어렵고, 위험한 직업이나 직종으로 변경된 경우 보험사가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장내용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해지를 권유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상품은 절대 해지하지 말아야 한다. 보험사가 해지를 권유하는 상품에 확정이율형 보험이 있다. 현재는 거의 모든 상품이 공시이율처럼 변동이율에 의해 보험금이 변동되는데, 보험사는 확정이율형을 해지하고 변동이율형으로 갈아타라고 권유한다.
 
유배당 보험도 해지하지 말아야 한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사가 이익이 발생됐을 때 이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환급해 주는 보험인데, 지금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보험사들이 유배당 보험을 판매 중지하고 현재는 무배당보험을 판매하고 있는데, 유배당 보험을 섣불리 해지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또한 암보험처럼 적자를 이유로 판매하지 않는 보험도 있는데,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려 해도 보험사가 승낙할 지 불투명하다. 승낙하더라도 3개월간 보장이 단절되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
 
◆ 해지가 불가피하면 투자형·저축성보험 먼저 해지

경제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보험을 해지하게 되는 경우 투자형, 저축성, 연금·종신, 보장성보험 순서로 해지하는 것이 좋다.

지금처럼 저금리, 경기 침체기에는 투자형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은 원금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금리가 낮아 가입 시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수령하게 되므로 메리트가 적어 우선 해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사망하거나 암에 걸릴 경우 가정 경제에 파탄이 올 수 있으므로 종신보험, 암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은 가정을 지키는 보루이자 파수꾼이므로 해지하지 말고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또한 세제혜택 개인연금저축이나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되는 연금보험도 해지를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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