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인천 북항 한진 창고, 집토끼 놓치나

서범석 기자

목재업계, ‘갑’의 횡포 못 참겠다…한진 창고 떠나고 싶다
한진, 사전 양해를 구한 문제…최적의 목재단지 조성할 것

 

인천 북항 한진중공업 보세장치장 배후단지 조성공사가 본격 시작됐다. 입주 업체들은 소음 때문에 ‘골이 흔들릴 지경’이라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 북항 한진중공업 보세장치장 배후단지 조성공사가 본격 시작됐다. 입주 업체들은 소음 때문에 ‘골이 흔들릴 지경’이라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 북항 목재수입업계의 한진중공업 보세장치장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북항 배후부지 조성공사에 돌입한 한진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진은 사전에 이미 예고된 일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진 창고에 입주해 있는 목재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회만 되면’ 한진 창고를 떠나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북항 개발로 창고 부지가 부족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깨질 경우 한진은 ‘집토끼 마져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예상과는 달리 최근 인천 아라뱃길 터미널이나 인천항만공사(IPA) 장기 임대부지, 임광토건 매각 부지, 합판보드류 유통업계 공동 매입 부지 등 큰 규모의 땅들이 속속 목재업계 몫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곳으로 한 번 움직인 업체는 다시 한진 부지로 되돌아오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한 번 움직이는 데 보통 수천만원 이상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진이 재개발로 새 창고를 지었을 즈음엔 이미 입주할 업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IPA 임대부지는 처음에는 극히 일부만 목재업계에 배당된 바 있다. 목재업계 배당을 높여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형평성’을 내세우며 거부하던 IPA 부지는 결국 지금은 거의 전부가 목재업계 몫으로 돌아왔다. 목재업계 말고는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천 북항에서 목재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반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한진은 아직도 ‘창고가 모자를 것’이라는 잘못된 입력 값을 바탕으로 주고객을 홀대하고 있다는 게 목재업계의 목소리다.

1차 공사에 들어간 구역의 화장실 문이 끈으로 묶여 있다. 목재업계는 한진이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게 아니라면 화장실과 같은 최소한의 인격권은 보장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1차 공사에 들어간 구역의 화장실 문이 끈으로 묶여 있다. 목재업계는 한진이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게 아니라면 화장실과 같은 최소한의 인격권은 보장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소한의 인격권도 무시하는 ‘갑’의 횡포
한진은 지난 1월28일 오는 6월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창고들을 대상으로 철거 및 부지 반환 일정을 통보한 바 있다. 통보에 따르면 7개 동은 2월25일까지, 16개 동은 4월30일까지 반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항 배후단지 조성 공사 및 창고건립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해당 목재업체들은 창고의 밑동을 잘라서 크레인을 이용해 위치를 이동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벌여야 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위치 이동 이후에도 업계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 바로 옆에서 콘크리트 바닥 등 철거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골이 흔들릴 지경’이라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또 이러한 공사과정에서 전화 및 인터넷선이 끊어져도 속수무책이다. 심지어는 평소 이용하던 화장실도 폐쇄돼 멀리 떨어진 다른 구역의 화장실까지 종종걸음을 쳐야 한다.


한진이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게 아니라면 화장실과 같은 최소한의 인격권은 보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러나 억울하지만 ‘갑’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는 당장 보세장치장 내에서 사업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한진의 뜻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갑’은 요구하고 ‘을’은 따라야 하는 ‘계약서’
계약 자체가 ‘을’에게 불리하다는 것. 나무신문이 입수한 한진과 목재업계 간 ‘장치계약서’에 따르면 “(반출입 작업 및 기타의 작업) 물품의 반출입 및 기타의 작업 일체는 ‘갑’이 고용 또는 지정하는 인원과 장비 등으로 수행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갑’이 승낙하는 경우 또는 ‘갑측 인원과 장비’가 부적절하다고 ‘갑’이 판단하는 경우, ‘을’은 자신의 책임하에 직접 인원을 고용하거나 장비를 지정하여 이를 수행한다”며 “‘갑’은 보세창고의 운영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을’이 배치한 인원의 퇴거 및 장비의 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퇴거 및 철거에 소요되는 비용은 ‘을’의 부담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한마디로 판단과 승낙 및 요구는 ‘갑’이 하고 ‘을’은 자기 돈을 들여서 이에 따라야 한다는 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의 계약조건은 이뿐이 아니다. 계약에 따르면 ‘을’은 원상회복과 관련해 원인을 불문하고 ‘갑’에 대한 청구권 및 제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또 A4용지 10여장 분량, 총28개 조항으로 이뤄진 계약을 ‘을’이 하나라도 위반했을 경우 ‘갑’은 사전 통지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에 창고가 부족하다 보니 ‘갑’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또 이런 계약서가 있으니 한진의 부지 반환 ‘협조 요청’도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창고 밑동을 잘라 임시로 위치이동하고 있는 창고를 목재업계 관계자들이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창고 밑동을 잘라 임시로 위치이동하고 있는 창고를 목재업계 관계자들이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목재업계 집단화 위한 불가피한 조치
한진은 이에 대해 목재업계가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계약기간과 상관없는 부지 반환 문제도 사전에 이미 양해를 구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장치계약서’는 한진의 설명대로 ‘갑’의 사정에 의하여 ‘을’이 사용 중인 부지가 개발을 위한 부지조성 등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될 경우 ‘을’은 ‘갑’의 통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보관물품을 타 장소로 이적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재개발 시에 6만여평 규모의 목재업계 집단화 계획을 구축하고 있으며, 조기 반환 부지 역시 목재업계 집단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인천 북항 한진 보세관리사업소 이철수 소장은 “계약이 체결될 당시 이미 북항 개발에 따른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사전 조율이 있었다”면서 “지금 (조기)반환을 요구한 부지도 목재업체들이 본공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북항 창고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목재업계 집단화 구역은 총 5만9000여평 규모이며 6월말이나 7월초에 1단계 26동의 창고를 지어서 1차 입주가 있을 예정이며, 이후에 사무동과 같은 편의시설도 계획하고 있다. 이 집단화 구역이 완공되면 입지조건 등 모든 면에서 최적의 사업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임대료 부분도 ‘직계약’을 원칙으로 입주업체들의 실질 임대료 부담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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