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나무가 전하는 사연, 이야기를 담는 기업

서범석 기자

COMPANY VISIT 나무공작소 1/2

튼튼한 게 제일이던 때도 있었다. 관리도 쉽고 비용도 절감된다는 이유로 철재 사인물이 도시뿐만 아니라 산속까지 무분별하게 설치되던 때다. 하지만 웰빙과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사인물에 변화가 왔다. 특히 공원과 숲속에는 나무로 만든 사인물이 각광받고 있다. 경관에도 어울리고,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 소재인데다, 빛을 반사시켜 서식동물들을 놀라게하는 철재 사인물에 비해 훨씬 생태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드사인은 그간 꾸준한 수요가 있었다. 네온이나 플라스틱 등 사인물의 소재가 다양화하기 전만해도 목재와 철재는 범접할 수 없는 사인물의 대표적인 재료들이었다. 다른 재료들이 이를 대체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지만, 왕좌를 내준 나무간판은 빠르게 사라져 갔다. 하지만 최근 집이나 사무공간 등 실내 인테리어용 재료로 나무의 가치가 재발견되며, 우드사인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우드사인의 대표 업체, 2003년 우드사인을 성장엔진으로 삼아 창립된 이래 공공스토리사업단 및 공방과 카페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나무의 미학적 가치와 공공적 가치를 전사회에 전파하고 있는 ‘나무공작소’를 찾았다.


우드사인을 ‘만드는’ 나무공작소
요즘은 단순히 나무 위에 페인트나 붓으로 글씨를 써서 간판을 제작하던 때와는 많이 다르다. 샌드블라스트 공법이나 CNC 공법 등 제작 기술이 진화하고 일반화되면서 우드사인의 질이 한 차원 높아졌다. 그중 나무공작소는 나뭇결의 자연스런 무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샌드블라스트 공법을 적용해 우드사인을 제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준 높은 디자인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샌드블라스트 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 알짜 회사다.


나무공작소 허승량 대표는 최근 우드사인의 역할이 매우 사회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숲길 만들기 사업이 한창입니다. 숲길은 가족들이 편하게 걸으며, 아이들과 같이 자연공부도 하고, 지역의 역사공부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지자체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게 됩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높이는데 우드사인이 도움이 됩니다”


‘나는 생산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나무공작소의 기업 모토는 생산 활동과 현명한 진화, 현명한 경제활동을 통한 세련된 진화를 뜻하며, 또한 이런 진화를 통해 사회의 이로움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진화’는 나무공작소의 지난 발자취를 읽는 키워드이며, 미래를 보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진화하는 회사, 체인점과 우토리아
우드사인을 ‘만드는 회사’에서 우드사인을 ‘확산시키는 회사’로 변화된 것이 나무공작소의 첫 번째 진화였다.
나무공작소의 창업 초창기 나무간판은 모두 외곽지역에서 제작됐다. 허승량 대표는 ‘도심 속에서 우드사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고, 이를 위해 큰 기술력 없이도 우드사인을 제작할 수 있는 ‘우드사인 통합시스템’을 개발해 체인점을 모집했다. 이는 장비, 소재, 작업기법 등 통합솔루션을 제공하고 최종적으로 창업까지 돕는 것으로, 지역과 기술의 장벽을 낮춰 우드사인 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그다음 진화는 ‘대중화’였다. 허대표는 ‘다음 진화는 무엇일까’라는 진지한 고민 끝에 ‘대부분이 GTOB(정부-기업), BTOB(기업-기업)였던 우드사인 시장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BTOC다”라는 구호로 일반소비자와 나무의 만남을 주선하는, 공방이 있는 카페 ‘우토리아’의 문을 열었다.
(카페 ‘우토리’에 대한 기사는 다음호에 게재된다)

 

 

공공스토리사업단, 공공이가 명분이를 만나다
나무공작소가 마지막으로 진화한 사업이 ‘공공스토리텔링’이다.
올해 초 ‘공공이가 명분이를 만나 살림을 차리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범한 공공스토리사업단은 공공, 체험, 교육을 비전으로 하는 테마복합공간 조성을 위한 컨텐츠 제공 사업을 한다. 이는 공공성이라는 명분을 통해 공간을 확보하고, 이 공간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컨텐츠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시민과 공공기관, 사업자 등 3박자가 모두 만족하도록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구체적인 컨텐츠를 보면 체험존, 스토리존, 카페테리아 존으로 구분되며, 체험존은 나무간판, 우든펜, 모형만들기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고, 스토리존은 포토존, 소원의 나무, 고백의 창, 타임포스트가 있는 감동적인 공간구성을 내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카페테리아존은 고급원두커피와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공간이다.


‘공공스토리사업’은 현재 나무공작소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으로, 허대표는 “공공성의 추구가 결국 자신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경험이, 다시 지속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사업을 이어가는 원동력이었다”며 앞으로 공공스토리사업이 흥미롭게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시골에 있던 처제가 올라와서 형부집에 머물며 살게 됐어요. 나중에 시간이 흘러 처제는 결혼을 해서 나가고, 형부가 어렵게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 처제는 형부에게 정말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회사에 들어가는 각종 사인물을 나무로 만들어서 한아름 선물했더니, 이걸 본 형부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합니다”

 

나무공작소는 이야기가 묻어있는 기업이다. 직접 스토리텔링을 하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창업자들의 간절함과 가장의 책임감이 무겁게 담기기도 하고,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사연들이 나무간판에 실리기도 한다. 나무공작소의 과거는 이렇게 우리네 이웃들의 사연이 모여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사연들이 나무공작소를 채워갈 것이다. 또한 이것이 나무공작소의 새로운 진화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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