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건희 회장 등 삼성물산 전직 임원, 배임혐의로 피고소

"카작무스 지분 헐값매각으로 삼성물산에 1859억원 손실"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삼성물산의 2004년 8월 카작무스 지분 24.77%의 매각과 관련, 경제개혁연대가 19일 이건희 회장 등 삼성물산 전직 임원과 당시 매각 당사자인 Perry Partners의 100% 소유자로 알려진 차용규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삼성물산은 1995년 6월부터 2000년 6월까지 5년간 카자흐스탄 동광산 및 제련업체인 카작무스를 위탁경영했으며, 100% 자회사인 삼성홍콩과 함께 카작무스 지분을 매입해 2000년 7월 기준 42.5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카작무스 지분을 세 차례에 걸쳐 매각했는데, 2001년 1월에 15%의 지분을 매각해 784억원의 투자자산처분 이익을 남겼고, 2003년 9월 2.78% 매각한 후 2004년 8월 16일 보유지분 전부(24.77%)를 2003년 말 기준 주당 순자산가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인 주당 1만9051원에 차용규가 100% 소유한 Perry Partners에 전량 처분해 삼성물산 스스로도 1404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매각 두 달 전인 2004년 6월 1일 카작무스는 런던시장에 상장할 계획임을 밝혔고, 당시 삼성물산이 카작무스 지분을 급박하게 처분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돼, 매각 결정에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매각 이듬해에 카작무스는 런던증시에 상장됐고, 상장 후 차용규는 카작무스 지분을 모두 처분해 약 1조2000억원대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2007년, 삼성물산 측에 공문을 보내 2004년 8월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 경위와 가격산정의 근거 등에 대하여 질의했지만 제대로 된 해명을 듣지 못했다. 2008년 2월 삼성특검 당시 경제개혁연대가 입수하고 분석한 모든 자료를 특검에 보내 카작무스 관련 의혹을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삼성특검은 카작무스 건에 대해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특검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카작무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후 2011년 5월 국세청이 역외 탈세 혐의로 차용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16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하려고 했지만, 이 또한 과세적부심사위원회에서 국세청 직원인 위원들은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지만 민간위원들의 과세반대 의견으로 세금부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과세적부심에서 과세에 대한 반대의견이 우세해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과세적부심사위원회의 결정이 과연 공정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과 삼성홍콩이 보유하던 카작무스 지분을 매각함에 있어 당시 카작무스가 생산하는 구리의 국제가격이 현저한 상승세에 있어 향후 높은 수익이 분명히 예상되고 있었으며, 카작무스의 영업이익 등 사업성도 갈수록 호전되고 있었다. 더욱이 카작무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 불과 2달 전인 2004년 6월1일 카작무스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을 발표하고, 한 달 후 영국에 지주회사인 KCC International(Kazakhmys PLC)를 설립하는 등 상장이 가시화되고 있었다.

이에 카작무스 주식이 상장될 경우 엄청난 차익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2004년 8월 16일 차용규가 100% 보유한 Perry Partners에 삼성물산은 카작무스 지분 9.29%(장부가액 약 616억원)를 3749만 달러에, 삼성홍콩은 카작무스 지분 15.487%(장부가액 약 1896억원)를 6250만 달러에 각각 매각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은 212억원의 손실을, 삼성홍콩은 1191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각각 공시했다. 한편 삼성홍콩은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이므로 회계상 지분법적으로 삼성홍콩의 손실은 삼성물산의 손실로 인식된다.

삼성물산은 카작무스 지분 매각으로 입은 손실을 총 1,404억원으로 공시했지만 이는 장부가액 기준이고, 이를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산정하면 그 손실액은 1859억원이 된다. 이는 당시 카작무스 주당 순자산가치 4만9617원에서 매각금액 1만9051원을 빼고 주식 수인 608만3610을 곱한 것이다.

또 카작무스가 2005년 10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 직전 1:25로 주식분할했고 공모가가 9972원임을 감안할 때 주식분할 전 카작무스의 주당 가치는 24만9300원이었고, 이러한 공모가 기준으로 손해액을 환산하면 1조4007억원이 된다. 즉, 매각 당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삼성물산이 카작무스 지분을 매도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최소 1859억원이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손실액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삼성물산은 경영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카작무스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안 될 급박한 사정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삼성물산은 대한광업진흥공사(이하 광진공)로부터 9차례에 걸쳐 합계 약 1044억원을 융자받아서 카작무스에 투자했는데, 광진공과 맺은 해외융자약정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카작무스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광진공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승인을 받지 않았고, 광진공 또는 국내 다른 기업체에 카작무스 인수 의사를 타진해 보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인수 의사 타진도 하지 않았다. 특히, 삼성물산은 카작무스 지분을 매각함에 있어서 적정한 가액이 얼마인지에 대한 외부기관의 평가를 받은 사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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