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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독일 총통이었던 아돌프 히틀러는 이웃나라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이라는 지역을 독일이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데텐은 체코와 독일의 국경 지대로 예전부터 독일계 주민들이 300만 명 가까이 살고 있는 곳이었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가 오스트리아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부당하게 땅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인구 구성상 자연스레 주데텐 지역에서는 독일과의 합병을 바라는 여론도 높았다. 동년 3월 남쪽의 오스트리아를 ‘같은 독일 민족’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병합한 히틀러는, 주데텐의 상황과 여론을 구실로 체코슬로바키아에도 이 같은 주장을 했던 것이다. 주데텐을 보유하던 체코슬로바키아는 당연히 반발했으며, 예비군을 동원하고 동맹국 프랑스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프랑스에서도 사태 개입을 두고 논쟁이 시작되었지만,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유럽 각국이 갈등은 확산되었다.
전 유럽에서 주데텐 문제로 갈등이 일자, 영국과 이탈리아가 이 문제에 중재를 한다는 목적으로 개입하게 되었다. 결국 그해 9월 독일 뮌헨에서 관련 4개국의 협정이 체결되어, 주데텐 지역은 각국이 ‘체코슬로바키아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독일에 할양되었고, 체코슬로바키아는 손을 쓰지 못했다.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20년 정도 지난 때였고, 유럽에 선전되던 독일군의 전력은 각국에 두려움을 주었다. 이에 1차 대전 참전 경력이 있던 시민들은 새 전쟁의 발발을 걱정했고, 서방의 정상들은 그런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반 년 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어떤 현대 역사가들은, 주데텐 영토 분쟁이 생길 때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소련과 협의해 미리 독일을 제어했다면 세계대전까지는 피할 수도 있었으리라는 해석을 한다. 히틀러는 영국 등이 ‘평화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물러난 이 협정 결과를 보고 지나친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영국-프랑스와 협력해 독일을 견제할 뜻이 있었던 소련으로 하여금 ‘영토를 너무 쉽게 내준다’는 인식을 하도록 해서, 소련이 한동안 서방을 신뢰하기 어렵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
지금은 당시의 ‘히틀러의 독일’을 ‘푸틴의 러시아’로, ‘주데텐’을 ‘크림 반도’로 바꾸어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보인다. 지금도 러시아와 서방 국가 사이에는 우크라이나와 크림 사태를 두고 잘 풀리지 않는 교섭이 진행되고 있으며, 크림 반도의 러시아계 주민들은 러시아인이 되기를 바란다. 거기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크림 반도를 독립 상태로 러시아에 넘겨주었으면서도, 예비군을 동원하는 등 국가 안전까지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역사적으로 유럽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나타나는 것을 꺼리면서, 각국의 세력 균형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었다. 더구나 냉전이 끝나 소련이 해체되고 유럽 연합의 존재감이 구체화되면서, 유럽 부근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푸틴을 주축으로 알게 모르게 힘을 키워온 러시아는 어느새 그 연결된 국제 정치/경제의 약한 지점을 파고들었으며, 지금까지는 미국이나 유럽 전체와도 대립하며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은 크림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투표’라는 절차로 수렴되었다는 명분이 있으며, 러시아는 나치 독일과 달리 유럽을 무력으로 정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유럽연합을 이룬 서방 국가들과 미국이 나름대로 러시아를 통제할 경제적 제재안을 구사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이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을 바라보는 여론은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 대책이 러시아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으며, 뚜렷하게 합의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2차 세계대전 직전처럼 국제적인 정세의 불안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영향력 확대와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 영토의 불일치, 세계 정치/경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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