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가 23일 9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에게 '싱가포르'란 어떤 나라일까? 대부분은 싱가포르의 따뜻한 기후, 화려한 고급 호텔과 깨끗한 거리,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아름다운 해변 등 관광지로서의 싱가포르를 떠올릴 것이다.
좀 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무단횡단만 해도 수십만 원을 부과하는 싱가포르의 무시무시한 벌금과, 곤장형으로 알려진 태형(笞刑 ), 대한민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렸다는 점, 그리고 1인당 GDP가 5만 달러 수준인 경제 강국이란 점까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가 이러한 특이한 성격을 갖게 된 것은 '국부(國父)'로 불리는 리콴유의 국정이념 때문이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선진국의 국정이념과는 달리, 리콴유는 '동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했다. 1994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포린어페어스'란 외교잡지를 통해 벌인 논쟁에서 리콴유는 "아시아엔 민주주의적 철학과 전통이 없으며, 독특한 유교적 전통이 있기 때문에 서구적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주의가 보편적 가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주장과는 정 반대의 의견이었다.
싱가포르의 언론자유 지수는 세계 149위다. TV 방송사와 신문사 등 언론기관의 대주주는 전부 국영 투자업체 테마섹 홀딩스다. 이 회사의 CEO는 리콴유의 며느리이기도 하다. 사실상 언론에 의한 정치 비판 기능은 매우 약한 수준이고 싱가포르 국민들 또한 리콴유 등 지배층에 대한 비판을 꺼린다.
건국 후 사실상 일당독재로 나라를 이끌어 온 리콴유는 1990년 총리직을 마친 후 선임장관(Senior Minister)이란 자리를 만들어 권력을 유지했다. 이후 아들인 리센룽에게 총리직을 이양해 북한과 함께 부자간 권력 세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토록 권위적이고 사회 억압적인 환경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콴유는 '존경받는 독재자'다. 말년에 투병으로 고생하는 그에겐 수많은 국민들이 찾아와 응원을 하고 편지와 꽃다발 등 선물을 건넸다. 전 국민이 그의 회복을 빌며 기도를 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섣불리 말하면 싱가포르 사람들은 불길한 소리말라며 말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경제 번영을 이끈 인물이다. 하지만 리콴유가 세대를 초월한 전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강조하고 실천해온 '도덕성'에 있다는 연구가 많다. 비록 언론자유지수는 하위이지만, 싱가포르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5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싱가포르의 행정부는 부패에 강력하게 대처해왔으며 공무원들은 도덕 수준이 높기로 유명하다. 리콴유 자신도 청렴한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북한과 아프리카 중동 등 저개발 국가의 부패한 독재자가 익숙한 우리에게 싱가포르의 존재가 그저 신기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싱가포르는 50년 전 리콴유가 나라의 기반을 자신의 손으로 일구며 국가 번영의 의지를 담아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리콴유는 92세로 숨을 거두었지만, 싱가포르 국민들을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성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면이 많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위치에 걸맞지 않는 높은 부패지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다수 가지고 있는 우리가 고작 서울만한 국토 면적에 인구가 10분의 1밖에 안되는 싱가포르보다 경제수준이 낮다는 점은 반성을 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부패 척결이 효과를 거두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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