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오바마가 손잡은 적성국가 쿠바, 체게바라와 클래식카, 혁명과 낭만이 해변에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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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의 혁명 동지, 체게바라
쿠바의 에메랄드빛 해변
쿠바의 에메랄드빛 해변

"내가 시가를 물면 멋있을까?"

아름다운 해변에 50년 전 모델의 클래식카를 타고 시가의 연기를 최대한 천천히 내뿜고 싶다면 최근, 국제면 소식이 반가울 수 있다. 적성국가 쿠바의 2세대 혁명지도자 라울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이 최근 미국 버락오바마 대통령과 마주앉았다.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50년간 물자 조달이 안되어서 국가 전체가 박물관이 된 국가, 불편한대로 낭만이 느껴지고 에메랄드빛 비치에 체게바라의 시가 문 혁명 정신이 투영되는 국가다. 적성국가지만,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아서 밉지않은 나라지만, 코앞에 있는 미국을 경유할 수 없어서 중미나 남미, 러시아를 거쳐야해서 가기 힘든 나라다. 

? 미국, 골칫덩어리던  '쿠바'에 화해의 손 내밀다

여느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쿠바' 역시 정서적으로 가까운 나라보다는  먼 나라에 가깝다. 여행자들에겐 카리브해에 인접한 열대의 기후와 에메랄드빛 바다, 고색창연 도시가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지 않아 방문하기엔 고민되는 나라다. 미국의 턱 밑에 위치해 있는데도 한 번도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는 점이 북한의 김씨 일가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쿠바의 지도자들은 김일성의 자손들과만큼 권력욕에 사로잡힌 독재를 하거나 국민을 잔혹하게 탄압하지않아 순수한 공산주의 혁명가로 평가받는다. 체 게바라는 죽음앞에서 혁명을 부르짖다 죽었으며, 피델 카스트로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쿠바를 꽤 살만한 나라로 발전시켰다. 이들은 북한의 지도자들처럼 개인 우상화를 하지 않았어도 쿠바 혁명의 아버지로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피델 카스트로가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혈족 간 정권 이양까지 했지만 역시 혁명 투사였던 라울은 큰 마찰 없이 쿠바의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지난 11일, 버럭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회동 중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버럭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회동 중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런 쿠바가 거대한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무려 50년 만에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와 만나 역사적인 정식 회동을 가졌다. 카스트로는 오바마에 대해 "솔직한 사람" 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다.

 

? 카스트로, 체게바라… 쿠바 혁명의 주역들과 미국의 악연

지난 역사에서 쿠바와 미국의 관계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근대 열강의 침략에 스페인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쿠바는 1902년 미국에 의해 독립하게 되지만, 말만 독립이었지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와 다름없는 위치에 놓인다. 관타나모는 미국에 팔려 해군기지가 되었고, 산업구조는 플렌테이션(사탕수수 등 단일종으로 이루어진 경작지) 화 되어 자립이 불가능해졌다. 국가 전체가 미국의 설탕 공급기지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쿠바 혁명의 아버지 피델 카스트로
쿠바 혁명의 아버지 피델 카스트로
 

변호사이던 피델 카스트로는 25살에 처음으로 무장봉기를 일으켰으며, 주민들의 농사일을 도와주고, 글을 가르치는 등 대민지원과 의료지원을 해 지지세력을 모았다.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산간 지역 중심의 게릴라전을 계속한 결과 4년 후인 1969년에 미 군정에 의해 세워진 바티스타 정권을 몰아내고 쿠바 혁명을 이루어낸다.

의사 출신인 혁명 동지 체 게바라 역시 쿠바 혁명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쿠바 주민들에 대한 그의 의료지원이 없었다면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얻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특정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해 거점을 만드는 기존의 게릴라 전술과 달리, 이들은 정치적 성향을 배재하고 지역 주민들과 상부상조하며 인간적 유대관계를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포코 이론'으로 불리는 이 전략을 통해 카스트로와 체는 수많은 주민을 모두 게릴라 병사로 흡수할 수 있었다.

 

카스트로의 혁명 동지, 체게바라
카스트로의 혁명 동지, 체게바라

 

하지만 쿠바혁명을 완수한 후 카스트로와 체는 갈라서게 된다. 카스트로의 친소련 정책은 1962년 소련의 쿠바 핵미사일 기지 설치로 이어졌고, 미국은 소련이 미사일 기지 건설을 계속할 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는 위급한 순간이었고, 모든 국가가 또다시 닥쳐올 거대한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소련이 한 발을 빼면서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했고 인류는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체는 이 사건을 통해 소련의 진의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1965년 알제리에서 "소련 역시 제국주의적 착취의 공범자"라는 원색적 비난을 했다. 소련의 영향 아래에 있던 카스트로는 체의 모든 공적 직위를 몰수했고, 이후 체는 소련으로부터 볼리비아 혁명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하고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사형당한다.

 

체 게바라의 죽음
체 게바라의 죽음

 

이후 쿠바는 소련이란 든든한 배후를 두고 안정적인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동구권 국가들이 하나 둘 시장 개방 체제로 돌아서고, 결국 소련마저 해체되어버리자 쿠바는 낙동강 오리알과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소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미국은 쿠바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1992년 미국이 제정한 '쿠바 민주화법' 은 모든 미국계 기업이 쿠바와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으며,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들에 지원을 하며 쿠바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주문했다. 쿠바의 수입품 가운데 80%가 줄어들었으며 대부분은 식료품과 의약품 등 생활 필수품이었다. 쿠바 주민들은 심각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카스트로는 쿠바를 '살만한'나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식량과 경제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자 자국의 농산물을 고급화하고 친환경적인 도심 복합 농장을 건설해 판로를 개척했으며, 상당한 수준의 의료복지 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는 국민의 권익 보장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으며,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빈국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하고 있다. 1인당 GDP도 6,536 달러로 사회주의 국가들 중에선 높은 편이다.

 

? 쿠바, 이제는 화해를 해야 할 때… 하지만 남아있는 위험요소들

하지만 동시에 쿠바는 미국과의 화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아직도 쿠마는 만성적인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공산품에 대한 높은 수요는 높은 물가로 이어지고 있다. 거리엔 박물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클래식 카들이 힘겹게 굴러다니고 있으며,  치약과 칫솔 같은 공산품의 경우 쿠바 국민의 일반적인 월급의 20%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는 동독 등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소련이 붕괴한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과의 대척점을 세울 명분도 없다. 이제는 개방을 해야 할 때라는 여론도 점차 팽창하고 있다.

이번 회동을 통해 미국과 쿠바 간의 관계가 급격하게 변화할 것은 확실하다. 다만 이 변화가 쿠바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부작용을 낳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쿠바는 세계 속의 섬과 같은 국가로, 친미적인 발언을 금지하는 등 언론 통제도 존재하는 곳이었다. 하루아침에 친미 국가로 돌아서는 것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국가 개방에 대한 민중의 요구와 맞물리면 거대한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의 산업 규모의 차이로 쿠바가 자원 속국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중동에 이어 미국의 해외 유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현 국가평의회장인 라울 카스트로가 80대의 고령이란 점이 큰 위험이다. 라울은 이미 2018년 2월 임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것을 선언했다. 더 이상의 정권의 혈족 이양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당연히 후계자도 없다. 만약 앞으로 쿠바의 정치체계가 다당제로 변화한다면 적응 기간 동안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장기집권하던 강력한 리더를 잃은 상황에서 미국의 개입이 시작된다면 미국과의 수교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낙관할 수만은 없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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