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한민국이 외국에서 나를 지켜줄까?' 리비아대사관 피격사건으로 돌아본 자국민 보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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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자국민에 대한 아주 작은 위협에도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민에 대한 아주 작은 위협에도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
미쿡 사람 괴롭힌 개 너야? ... 아니에요 왈~~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의 한국 대사관이 IS에 의해 습격 당했다. 한국인의 피해는 없었지만 리비아의 경찰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있었다.

올해 초 IS에 의해 일본인 고토 켄지와 유카와 하루나가 인질로 잡혀 살해당하자, 국내에서도 재외국민에 대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인에 대한 테러 조직의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데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재외국민의 안전 확보에 미덥지 않은 모습도 많았기 때문이다.

? 매년 5천명에 달하는 재외국민 피해자… 사건사고 담당 영사는 고작 62명

해외 관광객과 취업자가 늘어나면서 꼭 중동이 아니더라도 않더라도 국민들이 해외에서 안전에 위협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4년 외교부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14년 외교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한 재외국민 피해자의 수는 5년간 2만 3,136명에 달했으며, 2009년엔 3,517명에서 2014년엔 4,967명으로 5년간 41%나 증가했다.

하지만 사건사고의 처리를 맡고 있는 영사의 수는 매우 부족해 전 세계 171개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사건사고 담당 영사는 고작 6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영사들도 대부분 다른 업무를 중복으로 수행하고 있어 실제 사건사고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만큼 서비스가 열악하고 재외국민들이 외교부나 대사관 등 국가기관에 갖는 불신도 크다.

일부 재외국민들은 '외국에 나가서 곤경에 닥칠 때 미국인들은 자국 대사관에 가서 도움을 청하고, 영국인은 미국인인척하고 미국 대사관을 찾으며, 중국인들은 교포들을 불러 모아 해결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혼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북한을 방문해 여기자 2명을 구출한 빌 클린턴
북한을 방문해 여기자 2명을 구출한 빌 클린턴

 

? 자국민 보호는 법에 적힌 대통령의 의무… 책임 다하는 미국

한편 미국이 자국민을 철저히 보호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법을 통해 대통령에게 미국 시민권자인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할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또한 법령에 '테러 공격, 아동유괴범죄, 질병, 행방불명 등 공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명확히 규정해 놓기도 한다. 법에 근거한 재외국민의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결할 의무가 있다.

미국의 자국민 보호 의지는 북한도 막을 수 없었다. 북한과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탈북자를 취재하다 북한에 억류되었던 미국의 여기자는 불과 141일 만에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미국은 전용기를 띄워 북한 땅까지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전임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었다.

 

온두라스에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하려다 살인 누명을 쓰고 1년을 복역한 한지수 씨, 2010년 무죄판결을 받았다.
온두라스에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하려다 살인 누명을 쓰고 1년을 복역한 한지수 씨, 2010년 무죄판결을 받았다.

 

? "왜 국가가 개인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하죠?"  허탈한 우리 국민들 

우리나라는 헌법 제 2조 2항에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재외국민보호법은 2004년 최초 발의된 후 11년째 계류중이다. 그것도 탈레반에 의한 김선일 씨의 피랍 살해 사건이 일어난 뒤 부랴부랴 입건한 것이었다. 이 법령에 대해 2010년에도 제정 공청회가 열렸지만 "외교부 영사의 업무가 급격히 늘어난다"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실제로 재외국민들이 해외 영사의 도움을 받지 못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09년 있었던 한지수 씨의 사례는 유명하다. 온두라스에서 무고하게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 씨는 현지 대사관과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국가가 개인을 위해 보증을 서준 경우가 없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네티즌들의 제보를 통해 이 사건이 추적 60분 등의 언론 보도가 된 다음에야 외교부는 교섭 전문가들을 파견하는 등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이 과정을 보며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2010년에 있었던 러시아 한국 유학생 흉기 피습은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자국민 보호가 주요 임무인 외교부가 "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천영구 외교통상부 제  2차관은 이에 "우리 국민의 외국 활동 사례가 늘다 보니 부득이하게 사고도 늘고 있다", "가도를 의식해 글로벌 코리아 정책이 지장을 받으면 안 된다"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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