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도민을 버린 버린 도지사, 그곳에 모래시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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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받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검찰수사 받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검찰수사 받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 신념으로 가시밭길 걷던 검사시절, 국민의 찬사 받다

그는 부임 초기부터 전두환 친족을 부동산 매매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용감함을 보였다. 가까스로 거물 정치인 집안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그는 이후 강력계 검사로 부임해 유흥업계와 관련된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고, 파키스탄 출신 폭력조직 수장을 검거했다. 국제PJ파를 수사하던 중 고위 경찰 간부를 포함한 유력 인사와 언론으로부터 협박받았지만 결국 PJ파를 전원 처리하는 신념을 보였다.

조직폭력배 다음엔 기성 권력층을 저격했다. 거물 정치인이던 박철언과 안기부 기조실장 엄삼탁, 경찰청 치안감 천기호 등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가 홍 검사 손에 밝혀졌다. 주변 법조인들은 "그러다 다칠 수 있다"며 우려했고, 밤이 되면 신원 불명의 전화로부터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는 협박을 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성역없는 수사는 멈추지 않았고, 불의에 영합하지 않았다. 국민은 그런 그에게 '모래시계 검사'란 애칭을 붙였다.

? 정계 진입, 거침없이 공격하니 지지세력은 따라온다.

하지만 검사를 오래 하진 못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선배 검사를 구속한 탓에 법조계에서 왕따를 당했으며, 폭력배 잔당들의 협박도 심해 심리적 궁지에 몰렸다. 결국 검사직에서 사퇴한 뒤 정계 진출을 결심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진 그에게 국민은 표를 던졌고 홍 지사는 국회의원에 네 번이나 당선됐다. 14대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뒤엔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 될 만큼 승승장구 했다.

법조인으로서 홍 지사의 명예를 높인 것이 신념지만, 정치판에선 지략이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그는 '저격수'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경하게 김대중 정권을 규탄했고,  노무현 추모주기엔  아방궁 트윗을 날려 진보세력의 분노를 이끌어냈다. 끊없는 막말논란으로 구정물을 뒤집어 쓴 것 같았지만 그 속에서 홍 지사는 웃고있었다. 거침없이 진보세력을 공격하는 그의 말에 보수 세력은 정권 전복으로 인한 갈증을 풀 수 있었고, 이는 곧 홍 지사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 도민을 적으로 돌린 행정가… 그곳에 모래시계는 없었다.

그는 법조계 , 정계에 이어 경남도지사란 행정가 커리어를 시작했다. 전주의료원 폐쇄와 무상급식 철폐를 감행한 뒤 그는 단번에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지지율 자체는 소폭 상승했을 뿐이지만 순위는 문재인에 이은 2위 였고, 무상급식을 둘러싼 문재인과의 대담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대립 구도까지 완성했다.

하지만 그는 도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홍 지사는 마치 예전에 김대중과 노무현을 공격하듯 도민을 공격했다. 도민이 치료받을 공간을 빼앗고, 아이들이 먹을 밥을 빼앗았다. 정치판이었다면 적에게 몇 마디 욕을 먹고 끝났을 테지만 민심을 적으로 돌리니 모른척 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위하는 학부모를 외면하고 도청에 경찰버스로 산성을 쌓는 그의 모습을 보며 국민은 이명박과 명박산성을 떠올렸다. 행정가로서 하면 안 될 행동이었고, 그는 진입한 것만큼이나 빠르게 대권 명단에서 쫒겨났다.

상황이 참 얄궂게도, 얼마 안 있어 성완종 리스트 논란이 일어났다. 홍 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정되자, 국민은 20년 만에 그의 검사시절을 회상했다. 거기엔 예전의 정의롭고 신념있던 모래시계 검사 모습은 없고, 인터넷에 기록된 막말과 비리만 있었다. 그가 하염없이 소명을 주장해도 국민이 냉소를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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