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여행이 사치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당시 국내외 여행객 수는 각각 3,691만 명, 1,373만 명으로 국내여행하는 내국인 수가 해외여행자에 비해 약 2.5배 이상 많았다.
반면 1인당 여행 지출은 해외여행일 경우가 훨씬 높았다. 각각 국내여행에서 평균 55만 원을 쓰는 반면 해외여행에선 251만 원을 지출해 5배 가까운 차이가 있었다. 해외여행을 하는데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었던 거다.
하지만 최근 2~3년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 수는 크게 늘었다. 2003년에 불과 708만 명이던 해외여행객은 2013년 1500만 명으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4년 상반기엔 한국인 여행객 10만 명 이상이 방문한 나라가 중국, 일본, 타이 등 12개 국에 달했다.
국가별 방문자 수를 살펴보면 중국 194만 명, 일본 127만 명, 타이 53만 명, 홍콩 51만 명, 베트남 40만 명, 미국 30만 명, 마카오 26만 명, 대만 22만 명, 캄보디아 22만 명, 싱가포르 18만 명, 말레이시아 13만 명, 터키 12만 명 등 미국과 터키를 제외한 모든 장소가 아시아에 위치한 국가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해외여행객 총수를 대상으로 연령대 별로 선호 여행지를 분석한 결과 동남아 지역에 대한 선호는 전 연령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연령 비율이 높은 건 20~30대 청년층이었다. 20대는 45.0%, 30대는 44.7%로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고, 반명 40대 이상부턴 중국 여행 선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비중이 비교적 적었다.

즉, 해외여행자 수를 높이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동남아를 방문한 청년층이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이 3~4년 전에 비해 동남아행을 많이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권 및 여행상품 비교 업체 스카이스캐너는 동남아 여행의 매력에 대한 키워드를 '싸다', '가깝다', '즐겁다' 세 가지로 정했다.
동남아 여행의 가장 큰 메리트는 시간의 제약이 적다는 점이다. 3~4일의 짧은 휴가밖에 낼 수 없는 직장이 대부분은 비행시간이 5시간 내외인 동남아로 눈을 많이 돌린다. 유럽이나 미주가 왕복 비행시간만 20~30시간이 걸려 비행기 안에서 하루 이상을 소요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지출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물가가 저렴하기로 유명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와 비교했을 때 숙박, 식사, 교통, 레저 등 지출되는 돈이 2~3배는 줄어든다.
세 번째는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임에도 불구하고 관광 인프라는 훌륭한 경우가 많다. 여기에 금전적 부담도 덜하니 서울이나 제주에선 꿈도 못 꾸는 가격으로 5성급 호텔에 머물 수 있고, 호텔 레스토랑 음식이나 한적한 휴양지를 누리는 등 진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반면 국내 관광업은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가격경쟁력 상실이다.
일부 대학생 커뮤니티에선 "돈이 없어 국내여행을 못 가고 해외여행을 간다."라는 언듯 이해하기 힘든 사연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 경비 내역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동남아 여행이 국내여행보다 싼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아래는 항목별 제주도 / 필리핀 마닐라 금액 비교다.
항공편 : 8월 성수기 주말 김포공항 - 제주공항 왕복 항공편 가격은 6만 원에서 17만 원 선이었고 10만 원 요금이 가장 많았다. 반면 같은 기간 마닐라행 비행기표 가격은 최저 28만 원에서 최고 114만 원이었고, 60만 원 대 요금이 가장 많았다.
숙소 : 8월 성수기 주말 기준 제주 5성급 호텔 트윈룸 가격은 1박에 50~70만 원 선이었다. 반면 마닐라의 5성급 호텔은 16~19만 원 선이었다.
식사 : 호텔 레스토랑 저녁 식사의 경우 제주 는 10만 원 안팎, 마닐라의 경우 2~3만 원 선이었다. 일상 식비는 큰 차이가 없다.
렌터카 : 중소형 세단 1일 렌트 비용은 제주가 10만 원, 마닐라는 6만 원 선이었다.
제주 여행은 항공편 가격이 저렴했지만 그 외 지출 대부분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고, 특히 숙박 요금 차이가 매우 컸다. 분포가 큰 가격으로 합계를 냈을 때 비용도 제주가 더 높았다. 얼리버드로 항공편을 저렴하게 예약하거나, 부킹닷컴 등 숙소 할인 이벤트가 있는 업체를 통해 호텔을 예약할 경우, 마닐라가 가격 면에서 절대 우위에 설 여지가 많다.

국내 여행업,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바가지를?
총 여행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까닭에 국내 여행객 수도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앞으로 청년층처럼 가격에 민감히 반응하고 정보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여행 트렌드가 정착한다면, 관광객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돼 역성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내 관광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부와 여당은 지난 6월 이후 큰 타격을 입은 국내 관광업계를 살리고자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휴가는 국내로 가자는 캠페인을 추진했고, 정부는 얼어붙은 민심을 살린다며 8.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각종 문화예술 행사와 전시관 무료 개방을 통해 관광업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이어 1.3조 이상의 수익을 얻을 거라며 휴일 제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휴가철을 노린 유명 관광지의 '바가지 요금'이 연례 행사처럼 도마 위에 올랐다. 피서철 불합리한 물가 상승은 방문객을 불만을 사고 재 방문 가능성을 단절시키는 원인이 된다. 충남 태안의 해수욕장을 다녀온 피서객은 4일 "캠핑장 화장실과 수도 등의 시설이 작년보다 더 형편없었는데 요금은 지난해보다 더 내야 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민원을 태안군청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현 국가 경제 상황에서 국내 관광지가 가격경쟁력을 다시 손에 넣는 건 불가능할 거다.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질 높은 관광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동남아에 비해 자연 경관도 빈약하고, 잘 보존된 문화재도 적은 한국은, 서비스 관리에 더욱 엄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업주가 한 철 장사 욕심에 고객에 강매행위를 하는 등 잘못된 관행이 만연하다. 그들은 잠시 푼돈을 만질 수 있게 해줄 진 몰라도 장기적으로 국내 관광 수요를 깎아먹는 자충수가 될 거란 걸 기억해야 한다.
관광업자는 정부와 여당이 퍼주는 선심성 보조금과 포퓰리즘에 의존하거나, 국가주의적 감정에 호소할 생각 말고, 어떻게 하면 고장이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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