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광객, 돌아올때 단단히 붙들어 매야 한다.
오래간만에 관광업계에 좋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남국 군사갈등이 합의에 이르자,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 관광의 혈맥을 다시 돌게 하는 건 역시 중국에서 찾아오는 '유커'들이다.
27일 제주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유커 14만 9천여 명이 제주를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메르스 여파가 미친 지난달 제주를 방문한 유커가 하루 2 ∼ 3천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메르스 사태 발생 전인 지난 5월의 하루 방문객인 8천 명 수준으로 회복 했다. 메르스 여파로 지난달 제주와 중국 각 도시 11개 노선에 주 100여 편까지 줄었던 항공노선은 13개 노선 200 여편으로 늘어났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한 타격이 한국 관광이 '양적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유커의 '한국 재방문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은 관광업계가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 관광객 방한은 2000년 44만 명에서 2014년 612명으로 급격히 늘었지만 '질적'영역으로 볼 수 있는 고소득자 방문, 재방문 증가, 타인 추천, 서비스 질 향상 등은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질적 성장이 없다면 메르스 사태처럼 작은 변동에도 방문자가 빠르게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유커를 주목하는 국가, 한국뿐만이 아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중국인 관광객이 있더라."라는 경험담처럼 중국인은 여행을 참 많이 다닌다. 2012년 이후엔 미국을 제치고 최대 관광시장으로 부상해 세계 관광 흐름을 주도하고 있을 정도다. 즉, 관광 대국으로의 성장은 중국 여행객의 마음을 빼앗지 못하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 친화도시 (Chinease Friendly City)를 표방하는 도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럽에선 스페인 남서부 해안도시 세비아가 2012년 처음으로 중국 관광객을 특별대우 하고 핵심 거점도시화를 시도했으며,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화교 중심 국가 역시 중국인을 우대하고 있다.
일본은 2009년까지만 해도 중국인이 한국보다 더 선호하는 국가였으나 2010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와 영토분쟁으로 인한 반일감정 형성으로 유커 방문자 수가 줄어들었다. 2015년 들어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엔화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방일 중국인 수가 늘고 있으나 아직 의미 있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추후 일본이 유커 확보를 위해 중국 친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국은 2015년 부산시가 중국 친화도시 지수(CFCI)를 2020년까지 90점으로 높여 중국 관광객 200만 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유커가 방문하는 지역은 서울과 제주에 집중돼 있어 선호 관광지를 확산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 저가 여행상품에 중국인 관광객이 불만을 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 강제성 쇼핑과 바가지 요금을 관행적으로 일삼은 탓에 중국 관광객이 한국 방문 후 평가에 '매우 만족'을 선택하는 비중은 불과 19.5%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중국인 유치를 위한 각국의 경쟁
최근 유커가 많이 방문한 국가 순위는 1위가 홍콩, 2위가 마카오이며 3위를 한국, 태국, 일본, 싱가포르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사실상 중국에 속한 도시인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하면 3위 국가간 경쟁이 유커 확보의 승자를 가릴 것으로 전망된다.
1번 후보 일본 - 일부 지역에 집중된 여행객을 확산
최근 일본이 유커를 끌어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지만, 이와 별도로 일본 정부가 시행하는 비자면제 확대, 항공노선 확충, 소비세 면세 확대, 크루즈 및 카지노 산업 육성 등도 복합적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관광입국 실현 액션 프로그램 2015'을 추진하며, 2020년 방일 외국인 유치를 2,500만 명으로 늘리고, 숙박시설 정비, 관광객용 무선랜 서비스 확대, 대중교통 다국어 안내, 세관 입국관리 검역 등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의 실현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도쿄, 후지산, 교토, 오사카에 집중된 해외 관광객 방문을 이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강구하며, '오사카 주유패스', '간사이 쓰루패스' 등 개별여행객을 위한 관광패스를 개발했다. 각 패스는 대중교통과 주요 관광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 성격을 띠고 있어 관광객이 비주류 관광지에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유인을 제공했다. 오사카 패스는 2014년 40만 매, 간사이 패스는 2013년 16만 매가 판매되었다.
2번 후보 태국 - 강력한 규제로 소비자 신뢰 높여
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해외여행 시장이 가장 먼저 개발된 국가로 1998년 단체관광이 전명 허용되었다. 2009년 태국 내 지속적 정정불안으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한 적이 있지만, 2014년엔 460만 명이 방문한 주요 관광지다. 기존 '저가 여행'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2008년부턴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개별관광 상품을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로드쇼, 컨벤션을 개최해 양질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태국 관광청은 여행사 인증제를 도입해 저가 패키지 상품을 근절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였다. 여행 일정과 가격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제정해 여행사가 이를 따르게 했으며, 일정에 명시되지 않은 공연 참관 강요 행위, 여행객을 불법 가이드에게 넘기고 커미션을 받는 행위 등을 엄격히 금지했다.
3번 후보 싱가포르 - 관광 전문 인력 육성
싱가포르는 중국 관련 전문 인력 '관광스페셜리스트'를 정부차원에서 양성한다. 이들은 각각 '비즈니스 스페셜리스트'와 '레져 스페셜리스트'로 구분되며 비즈니스 파트는 여행사와 고객간 긴밀한 파트너십 구축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레저 파트는 관광상품 개발 및 판촉을 맡는다.
한국 관광업계, 체질 개선과 백년대계 지향해야
중국인 방한 형태를 분석해보면, 여성이 62.5%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순수 관광 목적이 77%에 달하고, 주 연령층은 20~30대 청년층으로 '젊은 여성 친화 관광국'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방한 선택 시 쇼핑, 자연풍경 감상, 음식체험 등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1회 방문횟수는 2011년 68.5%에서 2014년 79.8%로 증가해 재방문자 비중이 하락 추세에 있다. 체류기간 역시 7일에서 5일로 줄어 상황이 좋다고 볼 수 없다. 1인당 경비는 2,000달러를 상회한다.
방한 중국 관광객 수가 증가한 건 한국이 한류 및 쇼핑관광과 제주도 해양자연 경관, 피부미용 및 성형 부문 의료관광 등으로 우위가 생겼기 때문이다. 2014년엔 동남아 정세 불안과 홍콩 시위 격화, 일본 아베 정권 장기 집권 등 국제 정세에 의한 반사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광의 전망이 좋지 않은 건 ▲ 근절과 같은 저가 여행상품 ▲ 단체관광객 중심 수용태세 ▲ 대형 항공편 위주 운송수단 ▲ 혼이 없는 관광안내 서비스 ▲ 미온적 관광 불평, 불만 처리 ▲ 보건위생 서비스 경시 ▲ 초행자 중심의 물량적 관광객 유치 ▲ 쇼핑, 유흥오락 중심의 단순 관광행태 ▲ 수도권 및 제주 종심 방문형태 고착화 ▲ 도시 중심 소비형 관광패턴 등 수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업계가 할 일이 많다. 우선 마케팅 활동을 저가 단체 여행 상품에 의존하기보단 신부유층과 저연령층 공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가 단체여행상품을 근절하고 개별여행 전환을 도모해 재방문 희망자를 늘리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싱가포르 관광청의 경우 방문자 유형을 초보 여행자, 경험많은 여행자, 전문 여행자로 구분해 경험자∙전문 여행자를 타깃으로 한 맞춤형 관광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개별 여행자 유치를 위해 관광안내, 교통정보, 외국어 표지판 등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최근 불법 무자격 관광가이드가 엉터리로 한국 역사를 가르치는 사례가 보도된 적 있었다. 현재 관광가이드의 80%가 조선족 등 중국 동포이며 한국사를 배운 비중은 16.4%에 불과했다. 무적격자를 업계에서 단호히 퇴출시키고 한국 역사를 제대로 배운 전문성 있는 청년 인력을 육성하고 활용해야 한다.
김포, 인천 국제공항의 경우 대중국 직항노선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 외 지방 공항은 저가항공 노선조차 활성화가 안되어 있다. 이는 중국 관광객이 서울과 제주에만 몰리는 현상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대형항공편 위주 운송수단에서 벗어나 저가항공시장과 쿠르즈 선박 사업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관광객의 의식이 증대되며 쇼핑, 여행사,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편 접수 신고 비율이 증가했다. 메르스 발병 후 여행 취소 인원 77.8%가 중화권 여행자였을 정도로 질병과 위생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불평에 대한 미온적 대처를 줄이려면 관광불편 신고 접수 및 분석을 과학화하고, 중국 관광객친화지수(CFI)를 도입하며 서비스 질을 평가하며, 관광서비스 인증제 도입 등 체계적 대응을 해야 한다.
현재 방한 중국 관광객 여행경비 지출 대부분은 화장품 및 피부미용 제품, 의류 제품 구매에 편중돼 있으며, 오락과 관광 뷰티 관련 서비스 이용 지출액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중국 관광객이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오락 및 관광상품이 부재하다는 의미다. 상품의 품질 및 가격 수준이 표준화되지 않은 점, 의사소통에 불편이 있는 것 역시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이 같은 문제점은 관광업계가 단기적 이익에만 몰두해 장기 성장을 외면한 탓에 발생한 현상이다. 향후 한국 관광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해 매력적인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광업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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