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벤츠가 440만 원 싸진다고요?... 어차피 전 살돈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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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소비촉진 정책이 하나 둘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엔 연말까지 지속되는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다.

개별소비세는 특정한 물품, 특정한 장소에 입장하는 행위에 부과되는 소비세인데,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한 물품은 대부분 보석, 귀금속, 모피, 오락용품, 고급사진기, 자동차, 경마장, 골프장, 카지노 등 사치성 품목과 소비 억제 품목, 고급 내구성 소비재 등이다. 카지노와 같이 사업화가 장려되지 않는 업종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사치품의 주 수요층인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목적으로 제정된 세금이라 볼 수 있다.

개별소득세 인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이 정책으로 수혜를 보는 주 계층이 기업과 고소득층이기에 서민층, 저소득층의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악화일로를 걷는 한국 기업 매출... 두고볼 순 없었다

이 정책으로 가장 수혜를 보는 기업 중 하나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미 2012년 자동차 내수판매 감소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개별소비세 인하를 추진한 바 있었다. 당시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현대∙기아차 보단 수출 대비 내수기반이 큰 쌍용, 르노삼성 판매량 부양에 초점을 맞췄었다. 그러나 불과 3년 지난 지금, 현대와 기아마저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매출은 올해 상반기 중 완성차 56만 4389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9% 줄어들었으며, 기아차는 33%가 감소했다. 중국 내 점유율은 현대차가 4.8%, 기아차가 2.7%에 불과하다. 중국 현지 브랜드 기업이 현대기아차 제품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자가 제품을 판매해 경쟁 자체가 매우 힘든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브라질,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선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나, 아직 해외시장 판매 부진을 반전시킬 만큼 실적이 쌓이진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을 찾지 못한 상황인 거다.

믿었던 내수 점유율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인기가 이어지며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70% 이하로 떨어졌다. 해외에선 중국과 신흥국의 값 싼 제품 탓에, 국내에선 침체된 소비 분위기와 외국 브랜드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자동차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자랑하던 스마트폰, 반도체 등 첨단 산업과 조선, 철상, 건설, 화학 등 중화학 공업, 그 외 전자 가전 산업 대부분이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 처해있다.

중국마저 멈춰 설 정도로 심각한 세계 경제성장 둔화가 위기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얼어붙은 내수도 기업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한다. 지난 7월 정보분석 기업 닐슨 코리아가 소비심리와 경제 전망 의견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조사대상 60개국 중 소비심리가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86%가 "불황을 겪고 있다."라고 응답했으며,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했다.

여기에 6월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자 정부는 소비촉진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국내 굴지 대기업 매출 부진은 곧 국가 경제 부진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8.14일을 임시공휴일 지정해 신바람 페스티벌, 코리아 그랜드 세일, 통행료 면제 등 소비 활성화 정책을 펼쳤고, 주택연금 활성화 정책과 전국구 할인행사 등 같은 매락의 정책을 연달아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기간 소비증가액이 7316억 원이었다고 추산해 발표하기도 했다.

서민층이 내수 증진해야 하는데... 방향 잘못 잡은 듯

하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별 효과가 없을 거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인기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개별소비세 덕분에 벤츠 승용차가 440만 원이나 싸진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할인율이다. 그런데 내 수입으론 할인된 가격으로도 그 차를 살수가 없다."라는 글을 올려 공감을 받았다. 할인폭이 가장 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은 할인이 적용되어도 가격이 3억 원에 육박한다.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평균 연봉은 3,300만 원이 채 안됐는데, 이 수입으론 4천만 원 대 외제차를 타기도 부담이 된다.

중저가격대 국산차도 개별소비세 인하로 가격을 내렸지만 하락폭은 고작 20 ~ 50만 원 대며, 에어컨, 냉장고 등 일반 가전 제품은 인하폭이 3만 원도 채 안된다. 서민층 소비심리를 자극하기엔 할인폭이 턱없이 낮다. 서민층이 무리해서 고급 승용차나 사치품을 구입하는 경우를 배재할 때, 이 정책의 효과는 서민층보다 외제 사치품 주 수요층인 고소득층에게 더 수혜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정책의 목적인 국내 기업 매출 증대와도 다소 거리가 있는 사항이다.

한편 유진투자증권은 "소득 증가가 없는 상태에서 소비 진작 효과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라며 본격적 소비 부양 조치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건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며, 소비 심리를 개선하려면 사치품이 아닌 일용품, 식자재 물가를 손보고 고용 안정성과 소득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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