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외교는 광해군의 사례와 비유되곤 한다. 광해군은 명과 후금이란 대륙의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해 혼란했던 정세에서 조선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어느 한쪽을 지지하거나 각을 세우는 것보단 양쪽의 요구를 적당히 수용해 불피요한 외교 마찰을 없앴고, 두 강국이 패권 국가 지위를 두고 다투는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실리적 태도를 취했다.
'줄타기 외교'로 표현되는 현 정권의 외교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패권 국가로 떠오르자 한국은 미국-중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유동적인 외교를 추구했다. 미국과 우방 관계를 유지하면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하고,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주요 동맹국으로 참가하는 등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외교술을 통해 혼란한 한반도 정세에서 G2 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 상황으로만 보면 중국은 지고 해, 미국은 다시 한 번 떠오르는 해다. 중국이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의 정체를 이기지 못하고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반면, 미국은 견실한 회복세를 유지해 연내 금리 인상이 가능할 거란 전망을 낳고 있다. 16~17일에 예정된 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경제는 얼마나 회복이 되었으며, 또 그것이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미국 경제는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가속되고 있다.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소비의 성장기여도는 -1.1%에서 1.7%로 빠르게 회복했고, 경제 성장률은 -2.8%에서 2.4%로 회복되었다. 2015년엔 3.5% 성장률 달성도 예상된다.
경기 동행 및 선행 지표 개선도 지속돼 경제 회복 움직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체질 변경 성공 조짐이란 평가를 받았다. 투자 중심으로 덩치를 불린 중국과는 달리 견실한 성장이라는 것이다.
- 고용 시장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부문은 고용 시장이다.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며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2015년 8월 5.1%까지 하락했다.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도 2011년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1~8월 평균 취업자 수는 21만 명을 유지했다.
다만 경제활동 참여율이 줄었다는 점에서 아직 질적 회복 수준이 더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베이비 부머 세대가 고령화에 접어들어 경제 활동이 줄어든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또한 베이비 부머 세대의 자녀인 밀레니얼 세대 역시 아직 경제 활동에 전념하긴 나이가 어리다. 이는 세대 교체를 통해 해결할 문제다.
-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은 그림자 재고가 감소하는 동시에 주택판매도 증가하며 가격도 상승해 주택 선행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주택 차입 비율과 악성 연체 주택 비중은 1.86%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림자 재고(차압 주택과 악성 연체 주택)도 2009년 537만 채에서 2015년 198.5만 채로 크게 감소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해졌다.
- 민간 소비
가계 재무 여건이 개선되며 순자산이 증가했고, 실질 구매력도 늘었다. 소비 심리 개선으로 민간 소비도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가계 순자산은 2009년 1분기 55조 달러에서 2015년 1분기 84.9조 달러로 54.4%나 늘었고, 재무 부담 비율은 2007년 4분기 18.1%에서 2015년 1분기 15.3%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9.9%로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유가 역시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 덕에 개인 소비 지출에서 에너지 관련 상품 및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5.3%에서 4.4%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가구당 평균 에너지 지출은 17% 감소할 전망이다.
- 대외 교역 및 정부 재정
미국 정부의 수출 장려책이 효과를 발휘한 덕에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었으며, 재정 수지 적자 규모도 빠르게 감소 중이다.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은 2009년 1.6조 달러에서 2014년 2.3조 달러로 연평균 8.2%씩 증가했고, 동기간 수입은 7.7% 증가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7,087억 달러에서 5,083억 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정부 재정은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중이 2.8%까지 하락해 균형 수준에 근접했다. 동기간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4조 달러에서 4,4846달러로 66%나 감축했다.
이렇듯 미국 경제는 빠르고 또 견실하게 회복하고 있다. 고용과 부동산, 실물 지표가 대폭 개선됨에 따라 우려되는 저유가와 투자 비중의 부정적 효과가 상쇄되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물가 수준이 낮아 금리 인상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며 추후 금리 인상도 빠르게 전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경제 회복은 대미 수출을 늘려 국내 경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쌓아온 대미 수출 역량을 활용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면, 수출 경기 전반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FTA를 적극 활용한다면 시장 점유율 개선 효과가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침체하는 중국 시장을 대신할 수출로가 될 거란 기대도 있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 이상으로 11%대에 머무는 미국 비중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에 수출로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며 실제로 중국 경기가 둔화되며 한국 경제에 직접적 타격이 오기 시작했다. 미국 경기 회복은 중국에 쏠린 무역 비중을 줄여 국내 경제 위기를 피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국내 제조업이 오히려 부진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은 경기 부양책을 등에 엎고 자동차 산업 복원 및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으며, 비전통 에너지 활용으로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등 산업 경쟁력 전반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문을 열어도 국산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현지 기업에 밀려 큰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의한 신흥국 자금 이탈과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도 국내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 금융시장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국내의 과도한 가계 부채 부담은 국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기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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