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기업 노조는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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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언제나 약자인가?, 노조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가?

국민이 현대중공업과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 노조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을 '약자'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내 고용계약에서 노동자는 '을'의 입장임이 명백하지만, 충분한 것 이상의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 정치적 영향력까지 갖춘 대기업 노조는 더 이상 국민의 준거집단이라 보기 힘들어졌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 노동자 근무 환경 개선이나 제도 개선이 아닌 '임금 인상'이란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파업에 최소한의 사회적 명분도 없는 것이다.

60년대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을 적만 해도 노사 갈등의 선악 구도는 명확했다. 착취자인 자본은 절대 악이었고 노동자는 명백한 피해자였다. 같은 노동자인 국민은 노동 운동에 공감해 열렬히 지지했고, 그 덕에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임금 상승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전 열사의 외침은 누구도 함부로 어길 수 없는 금언이 되어 이후 노동운동이 사회 전반에 전개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경제 주체의 계층이 다원화된 탓에 누가 약자이고 누가 착취자인지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노동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는 대기업 산하 노조가 되었고, 중소기업에 근무하거나 자영업에 종사해 소득을 얻는 국민 대다수는 이들의 입장에 공감하지 않았다. 대기업 내에서도 노조의 비호를 받는 건 정규직 노동자일 뿐,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직원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약자가 노동 단결을 외면하는 원인이 되었다.

일부 노동조합이 벌인 폭력적 형태의 시위도 국민이 등을 돌리는 원인이 됐다. 공권력에 대항하는 것은 물론, 툭하면 유혈사태를 동반하는 후진적 파업 형태에 국민은 염증을 느꼈고, 노조를 사회적 낭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화염병과 거대한 새총, 불법으로 제작한 각종 낮붙이 등 전쟁을 연상케 하는 사제 무기에 충격을 받은 사람도 많았다.

결국 대기업 노조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지 못하는 집단이 되어 아무리 격렬한 노동 운동을 벌여도 국민의 지지를 얻진 못하게 되었다. 이익집단인 노조가 반드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의무는 없지만, 지지기반 약화는 곧 존재에 대한 정당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국내 최대 노동계 정당이 정치적 힘을 잃은 것 역시, 국민을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북한의 도발이나 기업 지배 구조상의 문제와 연관 짓지만, 노사 분규가 잦고 폭력적인 한국 노조 문화 역시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 한 요소다. 노사 불안정이 해외 투자자의 자본 유치를 꺼리게 하고, 기업 생산성을 저해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충분히 연구가 되었으며 노사 간 상생의 길을 강조하는 등, 개선 노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는 이번에도 'XX사단', 'XX대대'라고 적힌, 마치 군대를 연상시키는 깃발을 꺼내 들었다.  

노조의 가장 큰 적은 기업이나 정부의 탄압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하는 노동 환경을 외면하고 정치적 성과에만 치중하는 조직이야 말로 노조의 존폐를 가르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지난 14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대기업 노조 파업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국민은 52.8%로 과반수를 기록했고. 뉴스를 지켜보는 시선 역시 싸늘하기 그지없다. 소중한 노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이기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모든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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