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 내서 집 산 사람들, 금리 인상 우려에 덜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달러 기준금리 인상 시한이 다가오며 대한민국 가계부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달러 금리 인상으로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것이며, 원화 약세로 인해 해외 자본 유출이 시작되면 한국은행이 원화 금리를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곧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담보 대출 비중이 큰 가계에 경제적 타격을 입하게 된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달러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란 도화선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15일 국제결제은행(BIS)이 선진 12개국과 신흥 14개국을 대상으로 가계와 정부,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현재 GDP 대비 84%로 신흥국 평균(30%)의 2.5배에 달해 가장 심각했다. 선진국 평균인 73%에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비중이었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지난 7월 22일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은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기존의 만기 일시상환 중심 가계대출 구조를 분할상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원금과 이자를 합한 거액을 한 번에 상환하는 부담을 줄이고, 원금을 꾸준히 갚는 대출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에 들어선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거래량도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 신규 분양도 활발하다. 하지만 분할상환 방식이 정착하면 매월 상환 금액이 크게 상승해 주택 수여자들이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워진다. 향후 정부가 추가로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제시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미 정부는 금융사와 연구소, 신용정보사 등이 참여하는 가계부채 상시점검반을 운영 중이며, 금융감독원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택담보 대출, 안그래도 과도한 가계부채의 질까지 낮추다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부채가 과다하단 사실이 곧바로 거시경제 불안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덴마크(144.7%), 네덜란드(129.2%), 스위스(118.6%)등은 가계부채 비율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없다. 가계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경제적 수입이 있다면 가계부채가 대규모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가계부채는 질이 좋지 않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꾸준히 상승해 201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처분 소득과 가계부채 상승률이 역전되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보유한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저금리, 전세난에 떠밀리듯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가구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금융자산을 배재하고 개별 대출 계약을 살펴보았을 때 가계부채의 질은 확실히 열악해지고 있다.
개별 대출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살펴보면 현 상황이 더 명확해진다. 2014년 8월에서 2015년 4월 간 분석한 LTV 50%~60% 구간은 14.5% 감소한 반면, 60%~70% 구간은 67.3%나 증가했다. 이는 기존에 작은 규모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가구가 추가로 대출을 받았거나,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출량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LTV의 상승은 대출자 위험을 증가시켜 가계부채의 질을 낮추게 된다.
더욱 심각한 건 차입자 중 주택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9.8%까지 떨어지고,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비중은 31.2%까지 증가했다는 점이다. 주택거래가 활성화돼 기존에 받은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입자들이 만기 연장 등을 활용해 자산을 형성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빚을 청산할 기회가 있었지만 '부동산'이란 자산을 끌어안는데 급급해 보수적 태도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주택 매매 투기 뿌리뽑기 위한 정부의 보수적 접근
이처럼 주택을 구입하는 건 단순히 거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투자로 인식된다. 하지만 상환방식이 변화해 주택의 투자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가 기존 일시상환 방식과 분할상환 방식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분할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 원금 상환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수익률이 크게 저하되었다. 다만 가격 상승폭이 낮을 경우엔 분할상환이 더 큰 수익률을 보였는데, 이는 향후 주택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레버레지 효과에 의존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앞으로 어려워질 거란 결론이 나온다.
중요한 문제는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태도다. 정부의 급작스런 정책기조 변화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겠지만, 정부 입장에선 주택시장 활성화를 꾀하다 거시경제 불안을 야기하는 건 피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동금리, 만기 원금 일시상환구조 대출은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대출구조 전환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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