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한 정치인을 믿고 따르는 국민의 충성심
치프라스 전 그리스 총리가 이끈 시리자가 총선에서 승리하고, 치프라스 자신도 재신임되었다는 점은 의아하게 느껴진다. 올해 전반기 동안 그가 그리스를 이끌었던 방식은 그야말로 '위험 천만'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처한 상황을 백번 고려해도 그를 신뢰할 만한 정치인이라 보긴 힘들다.
그리스 국민이 그를 총리로 선출했던 이유는 그가 긴축 정책을 끝내고 그리스를 부흥시킬 '새로운 길'을 제시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기존 보수정당인 신민주주의당의 긴축정책이 장기화되며 그리스는 과거의 안정을 찾기 힘들 정도로 경제가 침체되었다. 치솟는 실업률과 반토막 난 수입, 사라지는 연금 제도와 국가기반 시설에 불만이 치솟았고, 임금 삭감 소비심리 동결로 이어지자 경제는 더욱더 엉망이 되었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 덕에 치프라스는 마흔도 안 되는 젊은 나이에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유럽 채권단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줄타기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30일, IMF에 대한 마지막 채무 상환을 무시해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졌음에도, 채권단의 재협상 시도에 배짱을 부리며 타결 요구를 회피했다. 그렉시트(Grexit)란 엄청난 파국이눈 바로 앞까지 다가왔음에도 그리스 국민은 채권단의 긴축제정 요구를 따르지 않겠다는 치프라스의 주장을 믿고 반신반의하며 따라갔다.
그러나 치프라스의 행보는 점차 의심스러워졌다. 채권단으로부터의 구제금융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국가 정책에 대한 선택을 국만에게 미루고 자신은 책임은 회피하려는 '꼼수'였으며, 지금까지 결사적으로 채권단의 요구를 반대해왔던 그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채권 규모가 가장 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마저 "국민투표 실시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투표 결과는 구제금융 찬성이 39%, 반대가 61%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로써 구제금융은 부결되고 그리스는 채권단의 긴축제정 요구에 더욱 강력히 대응하게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리스는 신용도 부족으로 유럽 외 지역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결국 국민투표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리스의 입법, 사법, 행정에 관한 권한 상당수가 채권단에게 넘어갔고 공기업과 국유재산 역시 채권단에 의해 매각되었다. 옛 조선으로 치면 을사조약에 버금가는 불리한 조건으로 경제적 식민지 상태가 된 것이다. 시리자 정권 출범 이후 고작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치프라스는 총리직에서 잠시 물러났으나, 20일 실시한 총선에서 시리자가 35.55%를 득표해 제 1 정당 지위를 획득하자 한 달만에 다시 총리로 신임을 받게 됐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정직과 근면으로 우리는 노동자 계급을 위해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부패를 끝내라는 국민의 권한 위임은 내일부터 시작된다"며 "이런 부패를 척결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신민주당을 부패한 구정권으로 규정하고 연정 가능성을 배제했으며 독립그리스인당과 먼저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대로 이날 파노스 캄메노스 독립그리스인당 대표와 함께 연단에 올라 연정 계획을 밝혔다.
국민을 배신을 치프라스와 시리자를 다시 믿고 지지한다는 건 제 3자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정치와 다를 바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와 허망한 포퓰리즘에 취한 전근대적 정치 행태가 아닐까 싶다. 비록 유럽 사회는 안정되었지만, 그리스 경제는 여전히 암운 속에 있다. 그리스인들은 치프라스에게 무엇을 더 기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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