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노동 구조 이중화 문제 풀어내느라 몸살..
일본 경제는 거품 붕괴와 함께 추락하기 전인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가 롤모델로 삼은 대상이었다. 그래서인지 닮은 부분도 많은데, 한국인이 흔히 '워커홀릭'으로 불리는 것처럼 일본인도 일벌레 이미지로 세계에 알려진 적이 있었으며, 강도가 높으면서도 비효율적인 노동 문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 등도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노동 구조 이중화 문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이 결국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낸 것과 달리, 일본의 노동개혁은 안보 법안에 밀려 유보되는 등 동력을 잃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은 지난 3월 발표한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에서 노동개혁을 중요하게 다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중구조와 정규직의 경직성이 효율적인 노동이동을 막고 인적자본 축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아베 총리가 이중구조 해소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지적하며 가장 낮은 'D'평점을 부여했다.
일본 노동 개혁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정규직(일본에선 정사원이라 명칭), 노동시간, 직업소개, 파견, 해고 등의 문제다. 특히 비정규직의 일종인 파견 직원의 경우 한국과 달리 제조업에서도 파견을 허용해 과거부터 불안정 고용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후엔 파견 노동자가 우선 해고 대상이 되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민주당이 2012년에 일용 및 단기 파견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통과시켰으나, 아베 정권 들어 파견법을 다시 한 번 개정해 오히려 기업이 파견기간 제한 없이 파견 노동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완화했다.
한국은 임금피크제, 일본은 job형 정사원 제도
아베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개혁안은 'job형 정사원'이다. 이 개혁안은 '정사원이 직무, 근무지, 노동시간(잔업)에서 한정되어 있지 않은 '무한정성'특징을 갖는다 주장하는데, 이를 일본 특유의 '취사형'고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직무가 정해지지 않은 일종의 멤버십형 고용 계약이란 것이다.
이 개혁안에 의하면 정사원의 무한정성은 해고 제한과 짝을 이뤄 기업의 인사상 격직성을 증가시키며, 비정규 고용의 증가를 초래한다. 비정규 고용 증가는 기업의 인적 자본 축적을 저해하고 정규직 역시 원하지 않는 전근이나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결국엔 워크&라이프 밸런스 개선과 여성 노동력 활용에 제한이 생긴다. 결국 직무와 근무지, 노동시간을 한정한 무기고용 계약, 즉 '한정 정사원'을 확대하는 게 노동 개혁의 시작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한정 정사원이란 단어의 부정적 뉘앙스를 없애기 위해 job형 정사원이라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대기업 중 절반 정도는 job형 정사원 제도를 차용하고 있으며, 아베 정부는 장기적으로 일반 정규직도 장기적으론 한정 정사원에 흡수시킬 예정이다. 단, job형 정사원은 일반 정사원 임금의 80~90%로,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다.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늘린다는 점에선 임금피크제와 비슷한 면이 있다.
다만 정년 보장을 원칙으로 하는 일본 기업 특성상 정사원 제도가 해고를 엄격히 규제한다는 점은, job형 정사원 제도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었다. 규제개혁회의는 취업규칙상 해고 가능 사유로 '취업 장소나 종사할 업무가 사라질 경우.'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애초에 직무와 근무지를 한정한 고용 계약인 만큼 해당 직무와 근무지가 사라지면 해고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제안은 노동자 측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해고를 쉽게 만들 뿐이며 명칭만 정사원이지, 기존 정리해고 요건을 피할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진전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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