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스마트폰의 패션학 개론... 애플은 '풀 메탈 유니바디'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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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덜란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아이폰7 컨셉 아트
한 네덜란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아이폰7 컨셉 아트
한 네덜란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아이폰7 컨셉 아트

'풀 메탈 유니바디' 트렌드 언제까지 갈까?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구시대의 유물 같았던 꽃무늬 스카프와 데님 소재 진이 복고 바람을 타고 유행한 것을 보면, 지금 안 입는 옷도 함부로 버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다시 유행이 돌아올지 모르니까.

하지만 유행따라 옷을 입는 사람은 사람은 옷을 '잘'입는 사람은 아니다. 옷 잘 입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유행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유행에 앞서 트렌드를 주도하다가 대중이 그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 곧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는 식이다. 이건 계산이라기보다는 '센스' 즉 직감적인 것에 가깝다.

IT 업계에서 유행의 최첨단에 있는 디자인은 '풀 메탈 유니바디'라고 할 수 있겠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애플이다. 애플은 아이맥에서부터 맥북, 아이폰과 아이팟까지 접합부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메탈 소재로 감싸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살려 뭇 소비자들의 선망을 받았다.

경쟁업체들도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삼성이 자존심을 꺾고 갤럭시S6 외관을 메탈 소재로 감쌌으며, TG도 신상 스마트폰 '루나'에 유니바디 공법을 적용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인민 에어'라 불리는 한성컴퓨터의 한 노트북은 사과 마크만 없다 뿐이지, 얼핏 봐선 맥북 에어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한 디자인을 차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옷 잘 입는' 애플은 곧 풀메탈 유니바디 트렌드를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리퀴드 메탈'이다.

리퀴드 메탈의 대략적 이미지는 터미네이터 영화에 나오는 액체 로봇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리퀴드 메탈은 고온에선 프라스틱처럼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반면, 상온에서는 고체상태를 유지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철보다 가볍고 강도는 3배 이상 강하며 탄성과 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2010년 '뤼퀴드 메탈 테크놀로지'의 페커 박사와 독점 라이센싱을 맺었다. 2008년 아이폰 3G를 개발할 땐 SIM 카드 접촉 부품에 뤼퀴드 메탈 소재를 사용한 뒤 뤼퀴드 메탈의 탁월함과 잠재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2015년 6월엔 애플의 독점 라이센싱을 2016년 초까지 연장하는 3번째 계약을 채결해, 곧 이 물질이 아이폰 등 스마트 기기에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기대하는 건 리퀴드 메탈과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감이 안온다면 아이스크림 공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아이스크림의 원료가 되는 액체가 있고, 이 액체를 얼려 아이스크림으로 만드는 거푸집이 있다. 거푸집에 액체상태 원료를 공급하면 거푸집은 이를 얼린 뒤 자동으로 컨베이너 벨트에 실어 보낸다. 리퀴드 메탈은 아이스크림 원료, 3D 프린트는 거푸집이라 보면 되겠다.

허황된 계획 같다고? 디지에코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애플은 이미 3D 프린터를 이용해 나사와 못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미세 구조물을 제조하고, 타 소재 메탈을 접합하며, 메탈을 층층으로 쌓아 구조물을 구축하고, 무중력 상태에서 리퀴드 메탈에 텅 빈 공간을 주조하는 등 갖가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이 등록한 리퀴드 메탈과 3D프린팅 기술은 모두 기술적 공정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리퀴드 메탈이란 신소재를 특정 단말기 제조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모두 3D 프린팅으로 찍어내는 것도 아니다. 업계에선 300여 개 부품 중 3~5개 부품을 찍어내는 하이브리드 제조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현실적인 계획이란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은?... 정교하면서도 고객 취향에 맞출 수 있게  

애플이 미국 특허청에 제출한 '탐파 프린팅 기법'을 활용하면 리퀴드 메틀을 층층이 찍어 만든 베젤에 투명 글라스 윈도우를 삽입할 수 있으며, 현재 일반 금속으로 된 밴드를 뤼퀴드 메탈로 대체해 자유롭게 구부릴 수 도 있다. 또한 레이저 빔이나 전자 빔을 이용해 열을 가해 액체금속으로 전환시킨 후 혁신적인 프린팅이나 스프레잉 방식을 이용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어떤 전자제품도 찍어 낼 수 있다. 정교함에 있어선 지금과 비교가 알 될 정도의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거다.

현재 디자인 트렌드에서 소재가 갖는 비중이 큰 만큼, 정교하고 자유로운 제련이 가능하다는 건 고객이 요구하는 디자인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까지 한정된 색상과 디자인만 공급했던 것과 달리, 앞으론  고객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애플 워치가 고객 취향에 따라 스트랩과 바젤을 교체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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