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등락은 수많은 경제 요소가 결합해 나타는 결과다.
국내 실물경제 성장률 하락이 주식시장 활력을 떨어뜨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나 잇따른 기업 실적이 악화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가 큰 하락 없이 2000포인트 내외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의아스럽다. 떨어지질 않으니 저평가 주를 사서 수익을 볼 기회도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가 변동성은 IMF위기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의 주가 변동성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980년 초중반 1,10%에 머물렀던 코스피 지수 변동성 (일별 변화율의 표준편차)sms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겪으며 2.21%로 증가했고 2000년엔 2.8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주가변동성이 감소해 2014년엔 0.64%로 80년대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불안이 영향을 미쳐 8월 말 0.75%까지 주가변동성이 증가했지만, 이 역시 1980년대 이후 장기평균인 1.40%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동안 증시 변동 경향을 보면 금융시장이 불안한 시기에 주가변동성이 증가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IT버블이 붕괴했던 2000년대 초반,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부채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했던 2008~2011년은 다른 기간에 비해 변동성이 두 배로 높았다. 이처럼 한국 증시는 금융 시장 동향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가 변동성 하락은 특정 업종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00년대엔 업종별로 주가변동성에 차이가 있었지만, 2010년도에 들어선 모든 업종의 주가변동성이 감소했으며, 개벌 종목의 변동성도 2000년대 초반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전 업종이 현 경제 상황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시가총액이 큰 대기업의 주가변동성이 더 작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2000년대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상대적으로 대외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가총액이 상위 기업들이 변동성이 더 높았으나, 2010년 이후엔 1분위(시가총액 하위 20%) 3.83%, 2분위 3.18%, 3분위 3.03%, 4분위 2.96%, 5분위(시가총액 상위 20%) 2.90% 등으로 시가총액이 큰 기업의 주가변동성이 낮아졌다. 대기업의 변동성이 줄어든 건 기업이 대외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사내유보금 등 유동성 큰 현금자산 보유량을 늘린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왜 2000선 내외에 정체돼 있는 걸까?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국내 상장기업의 성장성은 크게 둔화해 매출증가율(분석대상기업의 중앙값)이 2000~2004년 연평균 8.6%에서 2005~2009년 7.4%, 2010~2014년 5.8%로 하락했으며, 동기간 동안 영업이익률은 5.6%→4.9%→3.9%로, 자기자본이익률(ROE)는 7.6%→7.3%→5.2%로 하락했다.
그러나 실적 변동성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매출증가율의 변동성(평균편차로 측정, 분석대상기업의 중앙값 기준)은 2000~2014년 11.6%에서 2005~2009년 11.4%, 2010~2014년 10.7%로 소폭 줄었고, 영업이익률의 변동성은 2.2%→2.1%→1.9%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의 변동성은 5.3%→4.7%→4.1%로 감소하는데 그쳤다. 연간 경영실적 변동폭이 일별 주가변동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작기 때문에 경영실적 자체의 변동폭 요인 역시 주가 변동성 하락에 미친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가 단 동조성이 약화된 것도 주가변동성을 낮춘 요인으로 보인다. 동조성이 낮아질수록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주가변동성이 서로 뒤섞이고 상쇄돼 충격 흡수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주식 동조화지표는 2000년 0.85에서 2005년 0.93으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으며, 2006년엔 0.505으로. 2012년엔 0.54로 하락했다가 2013년 이후 주식의 동조화지표는 소폭 상승하여 2014년 0.58, 2015년 0.68로 소폭 상승했다.
기업 교유 유인의 영향은 증가했지만... 금융 불안정 여파는 여전히 크다.
주가의 동조성이 약화된 것은 개별 기업의 주가가 시장 전체의 움직임과 연동되어 변화하는 경향이 약해졌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기업 고유 요인이 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2007년 동안 연평균 85.8%를 보였던 기업고유요인의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70.0%로 낮아졌다가 다시 상승하여 2012년 이후 90% 이상을 유지하였다.
종합하면 금융시장 불안이 심해지는 시기엔 주가가 기업의 특수한 요인보다는 주식시장 전체의 움직임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으나, 금융 시장이 안정된 시기엔 투자자들의 기업 정보에 근거한 투자경향이 강해지면서 주가 변화가 기업 고유의 요인에 따라 변화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변동성 하락과 함께 주가의 수익률도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투자수익률과 투자위험이 모두 낮은 저위험-저수익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주가 수익률과 변동성의 하락은 하국 기업의 경영실적 하락을 반영하고 있으며 여기엔 대기업의 산업 독식, 잇따른 신시장 개척 실패와 성장 기업의 부재, 대외 불안정성에 지나치게 민감한 금융 시스템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경제 역동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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