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APEC정상회의의 모습은 다소 이색적이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는 환태평양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결합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21개 국가가 가입돼있다. 대개 무역과 투자 자유화, 경제 협력 방안이 주된 논의 대상이지만, 이날은 '테러'와 '안보'가 가장 큰 화두로 제시되는 등 이색적인 모습을 보였다.
1. 테러 방지를 위한 가입국 간 공조
이날 APEC정상 선언문은 "테러리즘의 모든 행위·수단·실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테러와 싸우기 위해 국제사회 협력과 연대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하며, "테러리즘이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를 지탱하는 근본 가치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성장과 번영, 기회가 테러주의와 급진화의 근본 원인을 다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발생했던 프랑스 파리 테러와 IS의 중국인 포로 살해가 전세계적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IS는 파리에 이어 뉴욕, 로마, 밀라노 등 미국와 유럽 도시에 대한 추가 테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중국인이 IS에 의해 처형된 사실이 확인되자 "테러주의는 인류의 공적"이라며 "인류 문명의 최저 한계선에 도전하는 그 어떤 테러 범죄 활동도 강력히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2.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
한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신의 시리아 난민 수용 계획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자국민을 향해 증오와 인종차별에 저항해달라고 호소했다.
트뤼도 총리는 성명에서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특정 캐나다인을 겨냥한 일련의 충격적인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캐나다 국민은 인종주의와 증오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양성은 캐나다의 강점"이라며 "캐나다 국민에게 내재된 다원주의와 수용의 가치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사악하고 무분별한 무관용적 행위들이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뤼도 총리의 이런 발언은 최근 캐나다에서 단기간에 많은 난민이 유입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파리 테러 이후 무슬림을 겨냥한 인종증오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선거 기간 난민 입국 절차를 간소화해 올해 안에 시리아 난민 2만5천명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취임 직후 범정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 중이다.
3. 남중국해 영토 분쟁 답보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서울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을 때 가을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으나, 오늘 회의에선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 미국 군함의 인공섬 주변 항행 등을 놓고 중일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지난 15일 악수를 하고 짧게 서로 안부를 묻는데 그쳤다.
다만,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개최된 양안(중국-대만) 정상회담에 대해 "지역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며, 대만이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사고를 이유로 실시 중인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과감한 조치를 취해 긴장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말했으나, 실제 국가 정상들의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중국 언론 환구시보는 필리핀과 베트남을 거론하며, "비록 미국, 일본과의 양자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기는 했지만, 톤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두 나라는 전날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면서도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4. 박 대통령, 중소기업 국제화 제안
박근혜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국제화 및 글로벌 가치사슬(GVC) 참여 촉진 방안을 제시했다. APEC 역내 기업의 9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자국 중심의 내수 기업에서 벗어나 역내 시장 및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뛰는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및 역내 경제통합도 촉진해 나가자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우리 주도로 승인된 '중소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촉진하는 사업'을 제안해 이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9월에는 '역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국제화를 위한 전자상거래 촉진 사업'을 제안해 APEC 제3차 고위관리회의에서 이를 승인받은 바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및 4대 구조개혁 성과 등을 포함한 우리의 정책적 노력을 각국 정상들에게 소개하는 한편, 역내 경제통합의 수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APEC 정상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5. FTAAP, RCEP 등 경제통합 / 자유무역 속도 붙인다
경제통합 방안으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가 주요 의제로 검토되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FTAAP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채택하고 2016년 말까지 공동 전략연구를 끝내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APEC 회원국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PD)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어 FTAAP가 현실화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되지만 아직 검토 초기 단계에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FTAAP는 최근 미국, 일본 등 아태지역 12개국이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과 중첩돼 미국과 중국의 경제 주도권 신경전으로 비치고 있다. TPP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APEC 기업인들과 대화 행사에서 경쟁적인 자유무역 협정이 역내 국가들의 분열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FTAAP의 실현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날 TPP 회원국들과의 회담에서 TPP의 조기 발효를 위해 각국의 국내 승인 절차를 서두르기로 합의했다.
공동선언문 초안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으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타결도 독려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RCEP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FT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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