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12월 3일(목) 오전 10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세미나에서 "일본 노동시장 개혁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고 2017년부터는 생산인구마저 하락해 성장률 하락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日 노동력 사용에 대한 직접규제 완화, 기간제 차별금지하는 내용규제 강화
발표자로 나선 변양규 한경연 노동시장연구TF팀장은 "2007년 도입된 비정규직보호법은 노동력 사용을 직접적으로 규제해 근로여건을 개선하지 못한 채 고용불안정성만 증폭시켰다"며, "출구규제 중심에서 내용규제로 전환하고 있는 일본의 노동시장 개혁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2003년 이후 파견·기간제 사용사유나 사용기간을 규제하는 입구·출구규제를 완화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불합리한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경력향상을 지원하는 내용규제를 강화했다. 내용규제는 기간제 근로자의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기간제 채용을 남용하지 않도록 무기계약 근로자와의 처우격차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일종의 차별금지 규제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를 '인건비 절약'을 위해 사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이 2005년 52.3%에서 2011년 41.5%로 줄었다.
변양규 팀장은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한 취업자가 감소한 시기에 기간제 근로자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며, "일본이 기간제를 활용해 고용의 변동폭을 줄이고 고용안정을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견규제에 대해 일본은 2003년 말부터 제조업의 파견제 고용을 허용했다. 변 팀장은 "파견이 허용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137만개의 파견일자리가 창출됐는데 상당수가 정규직 대체가 아닌 신규 일자리로 추정된다"며, "우리나라도 기간제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 사용범위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간제근로 입법안은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 재검토해야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현재 논의 중인 기간제근로 입법안은 입구규제(사유제한), 출구규제(기간상한·갱신 횟수제한), 내용규제(차별금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경직된 규제의 전형적인 예"라고 말했다.
김희성 교수는 "우리보다 근로자보호에 엄격한 EU도 기간제 고용계약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지침에 △기간제 계약의 갱신을 정당화 하는 객관적 사유의 요건, △연속적 기간제 고용계약의 총 사용기간의 설정, △기간제 고용계약의 갱신 횟수 중 한 가지 이상을 도입하도록 설정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력 수급기능 회복위해 파견허용업무 확대·사용기간 연장 허용돼야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파견허용업무 확대와 사용기간 연장은 노동력수급 기능 회복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노동시장 개혁 요소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상희 교수는 "일본과 독일의 경우 제조업 파견허용이나 상한기간 폐지 등 파견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인력수급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노동력수급 기능은 위축되고 파견근로자 보호기능만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을 금지하고 있으며 사용기간 2년 제한도 유지하고 있다. 또 2012년 이후에는 광범위한 차별금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차별시정제도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 교수는 "근로자파견법 등 노동개혁법안의 처리는 동맥경화 증세로 확인된 우리노동시장의 치료행위에 해당된다"며, "노동개혁법안은 응급에 준하는 시술을 의회에 위탁한 것이므로 하루속히 정상적인 논의를 거쳐 노동개혁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파견·기간제를 포함한 다양한 고용형태 활용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의 부족과 노동력 미스매치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이며, 최소한의 인원으로 장시간 일하는 식의 장시간 근로구조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철성 한양대 교수는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파견근로가 정규직 고용을 대량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이며 입구규제와 출구규제를 최소화하거나 없애고 내용규제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길 법무법인 I&S 대표변호사는 "파업 발생 시 대체근로 자유화, 근로시간 규제 없는 면제 근로자 허용 확대 등을 포함한 완전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현지의 정책 평가, 그리 좋지 않아
아베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개혁안은 'job형 정사원'이다. 이 개혁안은 '정사원이 직무, 근무지, 노동시간(잔업)에서 한정되어 있지 않은 '무한정성'특징을 갖는다 주장하는데, 이를 일본 특유의 '취사형'고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직무가 정해지지 않은 일종의 멤버십형 고용 계약이란 것이다.
이 개혁안에 의하면 정사원의 무한정성은 해고 제한과 짝을 이뤄 기업의 인사상 격직성을 증가시키며, 비정규 고용의 증가를 초래한다. 비정규 고용 증가는 기업의 인적 자본 축적을 저해하고 정규직 역시 원하지 않는 전근이나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결국엔 워크&라이프 밸런스 개선과 여성 노동력 활용에 제한이 생긴다. 결국 직무와 근무지, 노동시간을 한정한 무기고용 계약, 즉 '한정 정사원'을 확대하는 게 노동 개혁의 시작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한정 정사원이란 단어의 부정적 뉘앙스를 없애기 위해 job형 정사원이라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대기업 중 절반 정도는 job형 정사원 제도를 차용하고 있으며, 아베 정부는 장기적으로 일반 정규직도 장기적으론 한정 정사원에 흡수시킬 예정이다. 단, job형 정사원은 일반 정사원 임금의 80~90%로,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다.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늘린다는 점에선 임금피크제와 비슷한 면이 있다.
다만 정년 보장을 원칙으로 하는 일본 기업 특성상 정사원 제도가 해고를 엄격히 규제한다는 점은, job형 정사원 제도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었다. 규제개혁회의는 취업규칙상 해고 가능 사유로 '취업 장소나 종사할 업무가 사라질 경우.'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애초에 직무와 근무지를 한정한 고용 계약인 만큼 해당 직무와 근무지가 사라지면 해고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제안은 노동자 측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해고를 쉽게 만들 뿐이며 명칭만 정사원이지, 기존 정리해고 요건을 피할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진전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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