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애인 없이 홀로 보내면 앞으로 7년 동안 솔로로 지내게 될 것이다."
"함께 보낸 애인과는 10년 동안 함께 지내게 될 것이다."
단 두 줄짜리 괴담. 1994년 '블랙 크리스마스'라는 이 저주는 전국을 뒤흔들었다. 솔로들은 커플이 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소개팅에 미팅에, 헌팅까지 하며 짝을 찾아 헤메었고, 잘 지내던 커플들은 돌연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다. 지금이야 코웃음치고 넘길 황당무계한 이야기지만, 당시엔 나름대로 초비상 상태였다.
블랙 크리스마스를 피하자는 명분 아래 유흥업소마다 분홍 옷을 입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분홍 파티', 치마를 입어야 하는 '치마 파티'등 이색 파티가 열렸고, 이 업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 내내 성업을 누렸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블랙 크리스마스 괴담이 유흥업소들이 입을 맞춰 만든 '루머'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2003년 MBC '타임머신'에서 방영된 내용이다. 어처구니없는 스토리지만 극에 치달은 현시대의 '크리스마스 상술'에 비교하면 귀여운 축에 드는 마케팅이라 볼 수 있다. 적어도 업주들이 폭리를 취한 것은 아니고, 고객들도 반쯤은 재미로 파티에 동참한 것이니까 말이다. 다짜고짜 평소의 수배 가격을 요구하며 바가지를 씌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2015년 크리스마스의 현실은 그야말로 시꺼멓다. 크리스마스 당일, 음식점들은 가격이 비싼 코스 요리만 판매를 하고, 모텔은 크리스마스용 요금표를 내건다. 평범한 숙박 시설인데 하루 숙박료가 20만 원 대로 급격히 뛰었다. 심지어 숙박 예약을 거부하고 대실 손님만 받는 업체도 많다. 완구 업체는 포장과 내용물 일부만 살짝 바꾼 뒤 '한정판'이란 명칭을 붙이고 수배의 가격을 붙인다. 이외에 호텔 뷔페, 제과점, 이벤트 서비스 등 수많은 산업이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위해 안달이 났다. 고객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카드를 긁거나, 아예 구매를 포기하기도 한다.
바가지요금은 대체로 선택의 자유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다. 설령 바가지요금을 치르고 거래한 사람들에게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비싼 바가지요금에 질려 거래를 포기한 사람들, 즉 시장으로부터 쫓겨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과 불쾌를 고려하면 사회적 이익은 오히려 하락한다.
'자본론'의 저자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시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인간성에 미치는 악영향, 특히 인간의 탐욕을 극히 우려했다. 바가지요금과 같은 탐욕의 산물은 고객과 판매자 간 신뢰 관계를 깨뜨리고, 시장 효율을 저해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파레토 효율'을 왜곡한다. 고객은 물론, 피해자도 손실을 입게 된다는 말이다. 특히 서비스 수준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고, 온라인을 통해 평판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요즘 같은 시대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판매자의 탐욕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 오히려 소비자의 '똑똑한'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크리스마스 소비의 대부분이 합리적 판단보단 남들과의 비교에서 위축되지 않으려는 심리, 체면 등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수요를 줄이는 것으로 부당한 판매 행위에 자율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말이다.
황미구 전문심리상담센터 헬로스마일 원장은 "남들이 하니 나도 해야 한다는 집단 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소비자 심리가 15개월째 위축 중이라 상인들은 어떤 이벤트라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합리적 판단보다는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뒤처지지 않으려 하는 심리 때문에 상술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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