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IS 공급에 미국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러시아 국방부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중심지인 시리아 락까 외곽에서 IS의 지도자 일부를 사살했다고 3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주 시리아 반군으로부터 IS 지도자들이 락까 외곽에서 열릴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으며, 이어 수호이(Su)-34 폭격기로 회의가 열리는 장소를 공격하기 전에 이틀 동안 감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정확한 폭격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는 최근 6일 간 시리아 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주요시설 근 1천100곳을 공습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에서 공습을 개시한 이후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각종 보고와 관련, "충격적이고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전투기들이 병원시설과 학교, 시장까지 공습해 10월 한 달과 11월 첫 보름 동안 1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민간단체의 비난도 적지 않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러시아의 무차별적 공습으로 지난 두 달간 시리아서 최소 2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이는 "전쟁 범죄 수준"이라고 질타했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을 시리아 공습에 대거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모(母)폭탄 안에 여러 자(子)폭탄을 넣은 폭탄으로 공중에서 자폭탄이 쏟아져 나오면서 넓은 지역을 공격하는 무차별 살상 무기로 사용 시 민간인 피해가 지적돼 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일부에서 제기된 러시아 공습으로 민간인이 대거 희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나타나는 이유는, 중동 지역 영향력을 늘리려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경쟁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초반 '아랍의 봄' 이전만 해도 러시아는 아랍국가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미 미국이 중동 지역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장기적인 중동 전략을 수행해온 데다, 이미 대규모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러시아는 자국 자원 개발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중동 정책을 추진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 동맹관계였던 시리아, 리비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정도를 제외하면, 레시아의 중동 영향력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저유가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 경제, 중동을 '탈출' 카드로 꺼내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외 에너지 정책이 변화하며 외교 대상으로서 중동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러시아는 에너지 사업이 전체 세수의 50%, 총 수출의 70%, 국가 경제 전체에서 30%를 차지할 정도로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2000년 전후엔 연간 6%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했으나, 2010년 중반에 들어 세계경제 불황과, 미국의 셰일가스 및 오일 생산의 본격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 및 서유럽의 경제 제재 등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자, S&P등 신용평가사는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돌입할 것을 예상하며,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저유가로 인해 입은 경제적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브치옴의 설문 결과 이 나라에는 식품과 의복을 충분히 구입하기 어려운 가구가 3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의 22%에서 급증한 수치다. 올해 1∼11월 실질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했으며, 식품과 자동차 등 소비재의 판매는 급격히 줄어 11월 소매 판매는 작년 동기보다 13.1% 감소했다. 올해 저유가와 서방의 경제제재로 -3.7%의 성장률을 기록한 탓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러시아가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중동 국가 지도부의 입지에 타격을 입힌 '아랍의 봄'은,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미국, 유럽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중동산 에너지 자원은 러시아와 수출 경쟁하는 관계라 볼 수도 있지만,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나 중동 국가가 상대방의 에너지 자원을 굳이 내수용으로 수입할 가능성은 없다. 중동 지역과의 친선은 내수용이 아닌, 미국 및 유럽과 유리한 협상을 하기 위한 카드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동 국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이미 이란 등 많은 국가가 미국, 유럽의 경제적 제재로 고통을 받고 있어, 외교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많은 국가들은 러시아와 핵발전소 건설 협력을 맺길 기대하고 있으며, 이라크는 탄화수소 개발 부문에서 러시아의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석유 생산 영향력에 대응해 공조를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미 러시아의 IS 공습으로 중동 국가의 러시아 지지가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동조하는 국가는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후견인인 이란이며, IS 사태로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진 이라크도 러시아를 환영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줄타기 외교로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으며, 이집트, UAE 역시 온건한 반응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수니파 국가는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터키 역시 변방의 쿠르드족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보단 미국 편에 서는 것을 선택했다. 미국과 러시아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중동 국가들은 각자의 이득을 위해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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