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8일 정오를 기해 최전방 11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이뤄진 것인데다 방송에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심리전 FM 방송인 '자유의소리'를 송출하는 것으로, 군은 시설별로 하루 2∼6시간 방송을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송에선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도 재생될 계획이다. 이외에도 뉴스, 일기, 북한 실상에 대한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확성기가 설치된 10여 곳의 지역에는 최고경계태세(A급)가 발령돼 있다. 북한군은 우리 측의 확성기 방송 재개 직후 전방 부대에서 방송 내용을 청취하며 받아 적는 모습을 보였으며, 일부 포병부대의 장비와 병력을 증강하는 것이 포착됐다. 한국군은 확성기 주변에 토우미사일과 비호무기, K-9 자주포를 배치해 북한의 도발이 있을 시 3~4배로 응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북한의 DMZ내 목함지뢰 도발로 시작된 남북 간 긴장을 8.25남북 합의와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지게 한 1등 공신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북한이 신경증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했으며, 실제로 북한은 이례적으로 외신기자와 주재원들에게 대북 확성기 방성이 북한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왜 유독 확성기 방송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박주화 통일정책 연구실 부연구의원은 대북 확성기의 효과를 심리학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했다.
출처 경계의 실패
북한 주민들과 국민들은 북한 수뇌부로부터 한국이 방송하는 내용이 거짓이라 주입받는다. 상식적으로 거짓이라 인식한 방송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리는 없다. 하지만 철학자 스피노자는 사람들은 일단 모든 정보를 참으로 받아들인 후 거짓을 판별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인들이 설사 한국 측 방송의 내용을 거짓이라 믿어도 그 내용을 자신의 생각에서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저명한 사회문화심리학자 '다니엘 길버트'는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경험적으로 검증했다. A, B, C 세 집단을 만든 후 참/거짓이 판별되지 않는 다른 문장을 읽게 한 뒤,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각 집단이 읽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A : '김정은은 착한 사람이다.'
B: '김정은은 착한 사람이다. 김정은은 도박중독이다. 김정은이 도박중독이란 말은 거짓이다.'
C : '김정은은 착한 사람이다. 김정은은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김정은이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만약 사람들이 거짓말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세 집단은 모두 '김정은은 착한 사람이다.'라는 문장만 읽은 셈이 돼, 세 집단 간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C집단의 평가가 가장 후했고, B집단의 평가가 가장 박했다. 듣더나 읽은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알더라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즉 대북 방송은, 비록 북한군과 북한 주민이 자신이 들은 북한의 실상과 한국 사회에 대한 내용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한국 체제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고전적 조건 형성
호감 반응을 상품으로 연합시키는 광고는 조건 형성의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음악은 인간의 생리적,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며, 즐거운 음악은 쾌락, 중독과 관련 있는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한국의 최신 가요와 양질의 음악을 듣는 북한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긍정적 반응, 더 나아가 남한 사회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북 방송의 날씨예보가 맞아떨어지는 것을 경험하면 한국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전역에 그날의 날씨와 폭격 지역을 적은 종이를 뿌려, 일본인들로 하여금 공포와 경외감과 함께 무력감을 안겨준 사례가 있다. 그런 면에서 대북 방송은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이다.
인지부조화
북한군과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은 분명 적이다. 그런데 한국산 가요에 즐거움을 느끼고, 한국의 일기예보를 따라 빨래를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것이 누군가 시켜서 강제로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자발적 선택임을 깨달으면 적지 않게 당혹스러운 마음이 들 것이다. 태도와 행동의 부조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부좌화 상황에서 사람들 대부분은 행동을 변화시키기보다 태도를 변화시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나는 남한 정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나의 행동을 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싫어하는 것이 아니구나."와 같은 방식으로 태도를 바꿔 부조화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동기와 정서
메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가장 원초적 동기는 배고픔과 같은 생리적 욕구이다. 북한 군인과 주민들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어 생리적 욕구마저 충족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이러한 생리적 결핍을 더욱 현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나처럼 배고픔을 겪고 있으면 불만족스러워도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확성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배고픈 상황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사회 비교'를 통해 생리적 결핍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대북 확성기 방송 그 자체로도 북한 주민에게 강력한 정서적 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만약 서울에 매일 북한의 대남 선전방송이 들린다면, 서울은 두려움을 느끼는 한편, 이를 막지 못하는 한국 정부에 불만과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북한군과 북한 주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 대한 전투의지가 약하될 것이며, 평화로운 수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수 있고, 북한 정권에 대한 적대적 행동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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