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10대 제약사들이 갑자기 R&D 투자 늘리기 시작한 이유?

-

상위권 제약업체, 올해 R&D에 1천억 이상씩 투자한다

지난해 한미약품[128940]의 대박 행진을 목격한 국내 제약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1천억원 이상을 R&D로 투자하는 업체가 역대 최다인 6곳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일부 업체는 2016년을 글로벌 진출의 중요 시점으로 잡고 R&D 예산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대폭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1 일 제약업계 매출액 상위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미약품(2천100억원), 녹십자[006280](1천300억원), 유한양행(1천억원), 동아쏘시오홀딩스(1천억원), 종근당[185750](1천억원), 대웅제약[069620](1천억원) 등이 2016년에 R&D 비용으로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D 비용 1천억원 이상 지출한 회사가 한미약품뿐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1조원 연매출을 가장 먼저 달성했지만 비교적 낮은 R&D 투자 비율(6∼7%)을 유지하던 유한양행은 지난해(700억원)보다 40% 이상 연구비를 늘리기로 했다. 올해 파이프라인이 많이 확보된 데다, 퇴행성 디스크질환 치료제 YH14618이 임상 2상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지난해보다 연구개발 투자를 32% 늘리기로 했다.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개발 등 글로벌 임상시험 비용이 많이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녹십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단계에서 올해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으로 보고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LG생명과학[068870](850억원), SK케미칼[006120](800억원), JW중외제약[001060](360억원) 등이 모두 지난해보다 R&D 비용을 높일 계획을 밝혔다.

'복제약 팔이'만 하면 큰 돈 벌기 어렵다

현재 국내 의약품 생산업체는 666개로, 상위 30개 기업을 제외하면 연매출이 1,000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영세하다. 중소 제약사 대부분은 판매하는 제품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으며 신약개발 경험도 부족하다. 상위 30개 제약사 역시 글로벌 제약사에 비교하면 양적∙질적 격차가 커,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 기업인 유한양행도 매출액이 노바티스(세계 1위 제약사)의 6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 제품 판매 대행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한양행의 경우 14년 상반기 매출 비중 중 자체 생산 제품은 38%에 그쳤다. 내수가 제네릭(특허기간 종료된 약품을 복제한 상품) 시장 중심이라 신약개발이 미흡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제네릭에 의존할 경우 내수 분위기에 따라 매출이 요동칠 수 있으며, 같은 약을 저가로 팔아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탓에 영업 비용만 늘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율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협회는 연간 신약개발 비용이 70년대엔 1.8억 달러 정도였지만 2010년대에 들어선 26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정교한 임상 설계가 강조되며 초기 투자비용이 대규모로 발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경험과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이 이 비용을 감당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R&D(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제네릭 (특허기간 종료된 약품을 복제한 상품) 비중이 높은 까닭에 2012년 이후 약값인하, 리베이트 처벌 강화, FTA로 인한 허가-특허 연계 등으로 수익원이 축소된 제약 기업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큰 성과를 얻은 한미약품의 경우, 매출액의 20%인 145백만 달러(약 1,525억 원)를 신약 개발 R&D에 투자하고 있었다. 글로벌 제약사가 보통 매출액의 15~3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투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한미약품 : 오픈이노베이션 도입으로 R&D 투자 효율화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제약업체들이 글로벌 진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R&D 투자가 필수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 R&D 투자의 결과를 제때 얻을 수 있도록 업계에서 투자를 늘린 것"이라며, "한미약품을 비롯한 업체들의 성공 사례로 업체들이 R&D 투자에 대한 자신감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올해 2천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할 것으로 보이는 'R&D 대장' 한미약품은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R&D 투자를 효율화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이노베이션이란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 찾은 아이디어로 회사를 혁신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한미약품은 초기 신약후보물질 등을 벤처 기업에서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한한 R&D 비용을 최대한 적재적소에 쓰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주제로 21일 제1회 한미오픈이노베이션포럼을 개최한다고 한미약품은 덧붙였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