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전기요금 누진제 논쟁', '개편' 피력한 한전···'개편 없다' 요지부동 정부

전기요금

전기요금의 누진제 완화를 촉구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절대 불가'라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는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한전에서는 조환익 사장이 직접 나서 누진제 개편에 대한 운을 여러 차례 띄웠지만, 사실상 전기료와 요금체계의 결정권은 정부가 갖고 있어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11일 한전 홈페이지를 보면 한전은 전기요금제도에 관한 안내 글에서 여전히 누진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전은 "주택용 누진제도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에너지 다소비층에 대한 소비절약 유도와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시행됐다"며 "최근 전열기 등 가전기기 보급 확대와 대형화에 따라 가구당 전력사용량이 증가해 사용량이 많은 고객은 전기요금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에서는 저소득층 보호취지, 전력수급 상황, 국민 여론, 최근의 전력소비 추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누진제 완화방안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수년전부터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조 사장은 지난 3월 한 방송에 출연해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 차이가 과도하게 큰 것은 사실"이라며 "누진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누진제 완화가 이른바 '부자감세'나 사회적 형평성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당장 급하게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작년 9월 국정감사에서도 누진세를 완화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전력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일관되게 '개편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서민층의 전기료 부담 가중, 부유층 전기료 감세 논란, 에너지 절약 등의 이유를 들어 누진제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여론의 질타는 한전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한전 측에서는 "우리도 답답하다"고 항변한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조 사장도 완화하겠다는 말을 해왔지만 산업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산업부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마치 한전이 많은 이익을 보면서도 전기요금을 내리지 않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에서는 한전이 최근 많은 흑자를 내지만 이전에는 5년 연속 적자를 봤고, 부채만 107조원에 달해 전기요금 체제를 바꿀 수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여론을 비롯해 정치권과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누진제 완화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부분적인 보완이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여야 의원들은 각각 자체적으로 전기요금 개편안을 논의하거나 정부에 관련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부 산하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전기요금 누진 구간과 누진 배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의 조성진 연구위원과 박광수 선임 연구위원은 '주택용 전력수요의 계절별 가격탄력성 추정을 통한 누진 요금제 효과 검증 연구' 논문에서 "가구당 전력소비가 증가하면 이런 추세를 반영한 누진구간이나 누진 배율의 조정이 필요함에도 10년간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적정원가를 반영한 요금구조보다 소비절약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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