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벼랑 끝에 선' 한진해운, 법정관리 수순 뒤집을 반전 있을까

한진해운 주식처분

한진해운이 25일 제출한 자구계획이 채권단의 요구 수준에 못미치면서 채권단은 법정관리 수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막판 극적인 절충안이 도출될지를 두고 주목받고 있다.

자구안이 채권단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그동안 자율협약 하에서 유지돼왔던 각종 채무유예 조치가 종료된다면 한진해운으로서는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채권금융기관들은 법정관리로 갈 경우 입을 손실과 자구계획에 따른 추가지원을 할 경우 입을 수 있는 예상 손실액을 비교해 자율협약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진그룹이 추가 양보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불확실성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국은 채권단이 결정 권한을 쥔 만큼 상황을 지켜보되 법정관리 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에 대해 대비는 해 둔다는 방침이다.

◆ 추가 자구안도 유동성 위기 해결 역부족···법정관리 들어가나

한진해운은 앞서 지난 5월 4일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돌입한 뒤 낸 자구안에서 용선료 조정, 공모 회사채 상환 유예, 사옥과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4천112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오기에 이 금액이 역부족이라는 실사 결과에 따라 채권단은 추가 자구안을 요구했다.

자구계획 수준을 둘러싼 두 달간의 줄다리기 끝에 한진이 25일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애초 낸 자구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란 게 채권단의 평가다.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정용석 부행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1천억원은 예비적 성격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은 4천억원뿐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것이 한진 측의 최종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자구안 수준을 놓고 두 달 간이나 줄다리기를 했는데도 비슷한 안을 가져왔다는 것은 최종안 역시 채권단의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산은은 이날 채권금융기관 실무자 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서 '자율협약을 이어가고 신규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작업을 계속하겠는지'를 물어보는 안건을 서면으로 부의했다.

각 채권금융기관이 30일까지 의견을 제출한 결과 채권액 기준으로 75% 이상이 정상화 지속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건은 부결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 당국 "법정관리 여부 채권단이 판단할 사안"

정부는 채권단에 공을 넘긴 모습이다.

이날 산업은행은 이례적으로 한진해운이 전날 제출한 자구안을 공개하면서 한진그룹의 자구 노력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이 올해 8천억원, 내년 2천억원 등 총 1조원이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1조3천억원까지 부족자금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룹 측이 제출한 실효성 있는 자구안은 4천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법정관리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당국 관계자들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부는 채권단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을 결정하더라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기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그간 해운업을 관할하는 해수부가 특히 채권단과 조양호 회장 사이를 중재해 한진해운을 살려보고자 했다"며 "많은 노력이 있었는데도 (한진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을 보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 달 조선·해운업 부실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서별관 청문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산은이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총대를 메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월 초까지는 서별관 회의가 열려 현대상선 구조조정을 위한 각종 조율이 이뤄졌는데, 이후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의 인터뷰 파문으로 서별관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산은과 금융당국의 강경한 입장을 한진그룹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최후통첩'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산은은 물론 한진해운도 자구안이 추가로 보완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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