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롯데그룹, '유원실업 일감몰아주기'로 지배구조 후진성 여실히 드러나"

박성민 기자

롯데그룹 비리 수사와 관련 신동빈 회장에 대해 17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지난 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해당 상황이 현재 롯데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롯데 관련 위장 계열사 문제 또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1일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허위제출한 혐의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에 관한 논평을 이날 냈다.

공정위가 위장계열사로 적발한 회사는 유니플렉스·유기개발·유원실업·유기인터내셔널 등 4개 회사인데, 이중 유원실업은 경제개혁연대가 지난 2007년 위장계열사 의혹은 제기했던 바 있는 회사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신유미 씨와 서미경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롯데시네마 내 매점사업을 위탁 운영하던 유원실업이 공정거래법상 롯데그룹 계열회사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당시 유원실업의 최대주주인 서미경 씨(지분율 57.8%)가 사실혼 관계로서 시행령 제3조 제1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되지 않으며, 동조 제2호(주요 임원의 임면, 주요 의사결정 또는 업무 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 임원 겸임 등의 인사교류,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하는 상품·용역 거래나 채무보증 등의 경우)에 따른 지배력 요건도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유원실업이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유원실업의 실질적 지분관계, 임원 구성 등에 있어 변동사항이 생길 경우 계열 여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러나 공정위는 지금까지 유원실업이 위장계열사라는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며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사회적 논란이 빚어지자 뒤늦게 이를 확인해 2010년 10월 1일자로 소급해 계열회사 편입의제 조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2007년 공정위의 판단이 옳았다 하더라도 만약 공정위가 약속한 대로 2007년 이후 유원실업을 비롯해 신유미와 서미경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을 정밀 감시해왔다면 일찌감치 위장계열사 사실을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적발한 해당 4개 회사는 모두 신 총괄회장의 딸 신유미(2대 주주)와 그의 어머니 서미경(최대주주)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신 총괄회장이 2010년과 2011년에 유니플렉스와 유기개발에 거액의 자금을 직접 대여하는 등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 돼 위장계열사로 판단했으며, 4개 회사에 대해 2010년 10월 1일자로 소급해 계열회사 편입의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정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유니플렉스와 유기개발 외에 유원실업이나 유기인터내셔널을 위장계열사로 판단한 근거가 나와 있지 않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전했다. 공정위 보도자료를 보면 올 해 1월 근거 서미경의 유원실업 지분율은 57.8%로 2007년 당시와 동일하게 여전히 최대주주이므로, 시행령 제3조 제1호(동일인과 그 특수관계인이 합하여 30% 이상 지분을 소유하는 경우로서 최다출자자이거나)의 최다 출자자 요건 때문에 계열 편입의제 조치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따라서 제3조 제2호의 지배력 요건에 해당하는 사정변경이 있었다는 것인데, 2007년에는 지배력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계열사가 아니었던 유원실업이 2010년부터는 어떠한 사유로 계열회사에 해당되게 되었는지 공정위는 밝혀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2007년 당시에 공정위가 과연 유원실업의 지배력 요건 해당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롯데시네마 내 매점의 위탁운영이라는 알짜 사업을 독차지해온 유원실업은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 돼 왔는데, 2010년에 부당지원행위 심사지침의 개정으로 현저한 물량의 거래를 통한 부당지원행위를 제재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제재는 커녕 위장계열사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조사에 나서서 위장계열사로 2010년부터 소급조치하게 된 것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이는 공정위의 직무유기라며, 공정거래법 집행자로서 공정위가 역할을 소홀히 함으로써 재벌그룹의 불법행위를 방치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후진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총수일가의 부당한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 돼 왔음에도 계열편입 및 부당지원 중단을 통해 대처하지 않고 롯데그룹은 오히려 2010년 위장 계열사 유니플렉스를 신설하고 신 총괄회장이 직접 유니플렉스와 유기개발에 거액의 대여금을 제공하는 등 신유미와 서미경을 지원하는 행위에 나섰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롯데그룹이 사회의 변화에 얼마나 둔감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총수일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발언할 수 없는 롯데그룹 내부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롯데그룹은 작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후 순환출자 해소 및 호텔롯데의 상장 등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은 총수일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사회와 시장이 정한 규칙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관계 배우자와 그 딸이 그룹의 소중한 자원을 유용하는 문제를 방치한 상태에서 무슨 지배구조 개선을 논하겠는가"라며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솔직히 사과하고 조속히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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