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20년간 7천억 쏟은 '핵 재처리기술' 중단 여부...내년 1월 결정

이겨례 기자
핵

20년간 6천800억원을 쏟아부은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 기술의 연구개발(R&D)을 우리나라가 지속할지가 내년 1월에 결정된다.

그러나 연구개발 지속여부를 결정할 위원회에 원자력 전문가는 단 한 명도 들어가 있지 않아 '전문가를 배제한 불합리한 과학기술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작부터 정부가 개발중단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기술은 미국 아곤 국립연구소(지금은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통합)가 약 20년 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경제성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돼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 R&D 사업의 객관적 검토를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 7명으로 '사업재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위원들은 물리·화학·기계·에너지·환경 등 기술적으로 인접한 연구 분야의 중립 성향 전문가들이다. 원자력 분야 인사를 위원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이해관계 충돌을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은 의견 수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핵

과기정통부는 내년 1월에 위원회의 결론이 나오는대로 2020년까지 계획된 이 R&D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그 사이 파이로프로세싱과 SFR의 기술성·경제성·안전성과 지금까지의 연구성과, 파급효과, 외교적 영향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객관적이면서 밀도 있는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검토 기간 동안 상시적인 검증활동을 수행하고 찬반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으며, 또 그동안 제기된 이슈에 대해 발표된 논문 및 보고서 등 자료 검토와 더불어 찬반 양측의 의견청취, 전문가 의견수렴, 토론회 등을 열 계획이다.

특히,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검증에 활용한 자료를 공개해 찬반 양측이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양측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검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우리나라 등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을 추진해 온 것은 국제사회의 핵무기 확산 우려를 줄이는 동시에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상용화된 습식 재처리 방식을 쓰면 플루토늄을 뽑아내 핵무기 원료로 전용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은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연구를 위해 1997년부터 올해까지 6천764억원을 투입했고,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 예산에도 407억원을 반영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는 미국과 함께 이 기술의 타당성 검증을 위한 '한미 핵연료주기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사업재검토위원회에서 원자력 전문가들이 배제된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4월까지 3년 임기로 원자력안전위원장을 지낸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그 분야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논의에서 배제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초기 일각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20년간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라는 것은 원래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며 설령 초기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연구 과정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의 황주호 교수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이해관계 충돌의 문제가 있지만 이들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합리적 과학행정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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