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갑’의 배신, 유한담합에 본사는 ‘0 원’..영세대리점만 ‘과징금 폭탄‘

이겨례 기자
킴벌리

유한담합을 스스로 신고해 처벌을 면제받는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 135억 원대 정부입찰 담합을 벌인 유한킴벌리가 법률을 이용해 본사는 빠져나가는 대신 '을'인 대리점에 처벌을 떠넘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 23개 대리점과 함께 135억원대 정부입찰 담합을 벌인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조달청 등 14개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마스크, 종이타월 등 41건의 위생용품 입찰에 참여할 때 가격을 공유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본사에 2억1천100만원, 23개 대리점에는 총 3억9천4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 본사가 실제 납부하는 과징금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고 영세한 대리점들은 수천만 원씩 과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리니언시란 담합 가담자가 먼저 자수하면 제재를 면제해주는 제도로,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기업에 과징금과 검찰고발이 100% 면제된다.

문제는 유한킴벌리 본사와 대리점은 '갑을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대리점은 본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담합을 통해 대리점이 입찰을 따내면 본사로부터 물품을 받아 공급한다.

궁극적으로 이 담합은 본사에 이중으로 이득이 되지만, 대리점만 처벌을 받는다. 대리점들은 대부분 위법 사실인지를 모르고 가담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위법 행위에 '을'을 떠밀고 이득을 챙긴 '갑'은 합법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본사가 정보를 준 것으로만 알았지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본사가 스스로 신고해 자신만 처벌에서 쏙 빠져나갔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며 '갑'의 배신을 믿지 못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핵심적으로 움직인 것은 본사 직원이었고 우리는 법률에 무지했다"며 "명예를 소중히 여겨 법을 위반해 본 적이 없는데 참담한 심경"이라고 씁쓸해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지난 13일 담합 사실이 알려지자 "깊이 반성한다. 안타깝게도 당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대리점과 달리 불이익을 전혀 받지 않음에도 처벌을 받는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갑이 을을 담합에 끌어들이면서 자신은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세계 담합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반사회적 행위"라며 "대리점의 뒤통수를 치는 신종 갑을 문제이며 불법행위에 대한 과징금과 오명을 떠넘긴 부도덕한 행위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유한킴벌리는 이날 논란이 확대되자 13일에 이은 '제2차 회사 입장'을 발표했다.

유한킴벌리는 "입찰 담합 행위의 위법성 우려를 인식한 직후 공정위에도 즉시 신고했다"며 다만 자진신고와 관련된 비밀유지 의무로 당사는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개별 대리점 등의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 확인 후 예상치 않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며 "개별 대리점 등의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를 확인 후 예상치 않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징금 대납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SK하이닉스, AI 솔루션 전문 미국법인 설립

SK하이닉스, AI 솔루션 전문 미국법인 설립

SK하이닉스가 AI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에 AI 설루션 전문 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HBM 등으로 축적한 AI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단순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설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29일 밝혔다. AI Co로 불리는 신생 회사를 통해 AI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 전 분야에 적용 가능한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20.1조원…메모리 최대 실적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20.1조원…메모리 최대 실적

삼성전자가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93조8천억원, 영업이익 20조1천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DS(Device Solutions)부문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29일 밝혔다. 전사 매출은 전분기 대비 7조7천억원 증가한 93조8천억원으로 9%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조9천억원 증가한 20조1천억원으로 65% 확대됐다.

현대건설, 미국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

현대건설, 미국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미국 텍사스 대규모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가 금융조달과 사전 공정을 마치고 본공사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 ‘루시(LUCY)’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프로젝트 루시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한국중부발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EIP자산운용, PIS펀드 등이 참여하는 ‘팀 코리아’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SDT·KAIST, 양자컴퓨팅 공동 연구 협력

SDT·KAIST, 양자컴퓨팅 공동 연구 협력

양자표준기술 전문기업 SDT가 KAIST와 손잡고 양자 기술 발전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선다. SDT는 KAIST 양자대학원과 양자컴퓨팅 기술 고도화와 공동 연구, 인력 양성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지난 26일 대전 유성구 KAIST 본원에서 윤지원 SDT 대표와 김은성 KAIST 양자대학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