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기자는 용인 스피드웨이로 향했다. 벤틀리 '벤테이가(Bentayga)'로 트랙을 돌기 위해서 였다.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데이' 미디어 대상 시승행사가 있다는 안내를 받았을 때 차량 특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의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벤틀리 첫 SUV인 벤테이가에 대해 럭셔리 대형 SUV로만 인식하고 있는 이라면 의외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벤틀리는 모터스포츠 헤리티지를 갖고 있다. 벤틀리는 24시간 동안 누가 더 먼 거리를 가는지 겨루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초창기 챔피언이다. 1924년, 1927-1930년 총 5번 우승했다. 이후 70년만인 2001년 복귀했고 2003년 벤틀리 Speed 8로 다시 한번 우승했다. 현재 벤틀리는 GT3 차량으로 다양한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벤틀리는 초창기 챔피언을 했던 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브랜드다. 아직까지도 레이스를 하고 있으며 버리지 않고 일반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벤틀리의 헤리티지는 럭셔리 만이 아닌 퍼포먼스라는 한 축이 더 있다. 이 둘을 결합했다. 창업자인 월터 오웬 벤틀리(Walter Owen Bentely)는 빠르고 좋은 동급 최강의 차를 만들고자 했다.
◆오프로드가 문제될 게 없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는 벤틀리의 본질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데이'를 개최했는데 이날 기자는 오프로드 주행 코스 체험을 먼저 했고 이후 서킷을 탔다. 먼저 오프로드 체험 중 범피 코스에 벤테이가가 진입했다. 한쪽 바퀴가 허공에 뜨게 될때 차량이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보는 것이었는데, 시작단계에서는 테스트에 집중해야 하는데 차량에 혹 갈까하는 생각에 맘을 조렸다. 차 값이 3억4000만원(코리아 패키지 포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한쪽 바퀴가 떴지만 디퍼렌셜(차동기어) 락이 걸려 차량 구동력을 잃지 않고 전진했다. 바퀴가 뜰 때 "삐리리" 하는 소리가 났는데 이는 간섭이 아니라 디퍼렌셜 락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인스트럭터는 설명했다.
측사면 코스에서는 다른 탑승자들이 11-12도의 롤링 각으로 테스트 했는데 기자는 높은 15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제원 상 측사면은 35도까지 돼 있는데 테스트 과정서 높이 올라가면 21도까지 보였다고 한다. 경사면이 실제로는 더 큰데 다이내믹 라이드 기능이 차량의 좌우 롤 각을 엑티브하게 제어해 센터 페시아 중앙에 있는 모니터에 나오는 피칭과 롤링 각도가 덜 나온다고 했다. 운전자 정보 패널(DIP)에는 피치, 롤링, 휠 아티큘레이션, 조향각, 컴파스 방위, 고도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이 모니터에서는 4바퀴의 현재 상태를 볼 수 있기도 하다.
구동 방식은 앞뒤 6대 4 배분이며, 차고 조절은 4단계가 가능하다. 에어 서스펜션 채용으로 노멀, 로우, 하이 1·2를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 25도 경사로 설계된 힐 체험에서는 하늘만이 보이고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PDC를 활용해 테스트가 이뤄졌다. 혹시나 벤테이가가 밑으로 곤두박질 칠까 두려웠다. 파킹 디스턴스 컨트롤이라고 부르는 PDC는 주차 보조 시스템인데 어라운드 뷰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스트럭터는 설명했다. 올라갈 때 차량 각도는 30도로 나왔다.
중간 부근에 차량이 멈춰섰다. 급격한 각도의 위치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보는 봄 하늘은 그래도 푸르렀다. 재출발할 때는 다행히 밀림 방지 보조가 있어 뒤로 쏠리지 않았다. 이후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내려갔다. "속도 제어가 시속 3-4km/h로 들어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다"며 "내리막이 끝남과 동시에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 Hill Descent Control)이 꺼지고 다시 정상주행 모드로 복귀한다"고 인스트럭터는 설명했다.
HDC는 2-30 km/h 속도에서 작동하도록 설정할 수 있으며 5% 이상의 경사에서 작동한다. 내리막에서의 속도 제어는 운전자가 실수로 악셀러레이터 패달을 밟더라도 속도가 붙지 않도록 돼 있다.
◆서킷서 본 모습 드러낸 '벤테이가'
서킷 주행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제대로된 차량 테스트를 위해서는 좋은 환경이지만 멀미가 나 즐기는 편은 아니다. 아무리 공도에서 운전 경력이 10년이 됐어도 트랙에서의 운전은 일반과는 아예 다르다. 트랙 운전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벤테이가의 장점은 공차중량 2440kg의 육중한 몸매를 갖고 있음에도 다이나믹한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의 인스트럭터를 맡은 박규승 선수는 "벤틀리는 럭셔리함에 플러스 다이나믹함을 갖추고 있는 차량"이라며 "제원 상 최고속도가 시속 301km/h에 달하는데 일단 차체가 높고 일반 승용차보다 차체도 크다. 공기저항이 워낙 많은 차일 수 밖에 없는데 이 같은 속도를 낸다는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육중한 무게의 벤테이가는 코너에서 전혀 불안감이 없었다. 소프트하게 잘 잡아줬고 승차감도 버리지 않았다. 조금 과한 진입 스피드를 내는 상황에서도 보통 차량 같은 경우 언더스티어가 날 수 있는데 벤틀리 다이나믹 라이드 시스템은 이를 억제시켰다. 큰 차를 몰아부쳐 코너를 달릴 때 차량이 바깥으로 튕기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벤테이가는 이런 상황을 잘 버텨냈다.
48V의 액티브 롤링 컨트롤인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 시스템은 전자식이다. 이를 통해 차체를 능동 제어한다. 이날 뒷 차량이 서킷을 달리던 중 과열로 작동이 멈췄는데, 이후 많은 롤링이 발생했다고 한다. "육중한 무게를 갖고 있음에도 롤링이 이만큼 없다는게 물리적으로 말이 안될 정도"라고 박 선수는 설명했다.
전자식 안티롤바가 잡아주기 때문인 것이다. 코너 상황에서 몸이 쏠리게 되는데 이 때 왼쪽 바퀴를 살짝 들어준다. 오른쪽 바퀴의 경우는 뜨게 되는데 이 편은 내려준다. 이렇게 해 접지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다. 코너링 성능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AS; Electric Power-Assisted Steering)은 가변 조향비를 통해 저속에서는 가볍고 빠른, 고속에서는 더욱 무게감 있는 스티어링을 제공한다.
코너에서 한계 스피드를 느껴보기도 했다. 보통 코너링 시 속도는 항상 정해져 있다고 한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블라인드 서킷이 많아 드라이버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해 안쪽을 공략해야 한다.
다이나믹 모드에서는 차량이 흥분 상태에 접어든 것이 느껴졌다. 승차감과 스티어링 휠 감도는 분명 묵직해졌다. 소프트한 반응을 보였던 컴포트 모드에서와는 달리 엑셀러레이터 패달을 밟자마다 차량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이나믹 모드에서 연석을 밟고 지나갈 때는 차의 탄탄함이 전해져 왔다.
서킷은 속도 제한이 없다. 시속 200km/h까지 달렸지만 속도감이 적었다. 벤테이가는 무작위하게 달리는 차가 아니다. 엔진음이 과하게 들려오지 않으며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그 같은 차량은 아니다. "왕왕" 소리를 내지만 조용한 폭발력을 보인다. 칼럼리스트 류청희 씨는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부드러운 강력함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고출력은 608마력(5000-6000rpm), 91.8kgmf(1350rpm)의 최대토크를 내는 W12 6.0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직접과 간접 연료 분사 방식 두 가지를 모두 채용해 이 두 기술을 매끄럽게 전환함으로써 정교함을 최대화하고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출력과 토크를 극대화 한다.
일정 조건에서 엔진의 절반만 구동하는 벤틀리의 가변 배기량 시스템을 통해 아산화탄소 배출량은 292g/km를 나타낸다. 벤테이가는 특정 조건에서 일부 실린더의 흡기 및 배기 밸브, 연료 분사 및 점화 장치를 모두 중단시켜 6 실린더로 구동하면서 효율성을 배가시킨다. 새로운 W12 엔진은 기존 파워트레인 대비 약11.9%의 효율이 향상됐으며, 추후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로도 추가될 예정이다.
벤테이가는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4.1초가 걸린다. 8가지의 드라이브 모드(드라이브 다이내믹 모드 / 오프로드 셋팅)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이얼 방식으로 설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디퍼런셜 락이 조절된다. 오프로드 모드 종류는 파워트레인 제어에 양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벤테이가의 차체는 알루미늄 바디를 많이 섰다. 경량화가 장점이지만 차체 비틀림 강성이 굉장히 좋다고 박 선수는 설명했다. 경량 알루미늄 적용 등을 통해 기존 차체보다 236kg 감량을 실현했다. 차체가 전체적으로 뒤틀림이 없다. 벤테이가는 섀시의 역동적 성능을 개발하고 관련된 제어 및 주행 보조 장치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험난하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서킷을 400랩 이상 주행했다.
풍절음의 경우 시속 170km/h의 주행 상황에서도 잘 다가오지 않았다.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곳 저곳서 발견되는 럭셔리..그리고 벤틀리 DNA
벤테이가는 크루 공장에서 생산된다. 예나 지금이나 벤틀리는 크루에서 생산되고 있다.
4개의 원형 헤드램프 그리고 매트릭스 그릴에서 벤틀리 DNA를 확인할 수 있다. 테일라이트의 새로운 'B' 형태의 일루미네이션 그래픽은 야간 주행 시 도로 위에서 벤테이가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벤테이가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전용 알로이 휠은 20-22인치로 제공된다.
실내 공간에서 메탈과 우드, 가죽의 디테일에서 럭셔리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크루 본사의 벤틀리 장인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앞 좌석 시트는 크루에서 하나씩 수제작 된다. 벤틀리 전문가들은 시원한 유럽 기후에서 자연스럽게 태닝되고 그 어떤 코팅이나 인쇄 과정을 거치지 않은 최상급 황소 가죽만을 선별한다. 원형 송풍구는 벤틀리의 상징이다. 벤테이가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기본 적용되며, 총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1.35㎡ 크기의 선루프가 2장으로 나눠져 있다.
안전/편의 장치가 부족할리 없다. 계기판 중앙에는 내비게이션이 동시에 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앞 차량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시켜 준다. 예측형 ACC는 네비게이션 데이터, 센서 그리고 카메라를 이용해 다가오는 코너, 도시 경계, 속도 제한 변동 등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차량 속도를 변경한다.
편의 기능으로 표지판 인식 기능 또 주차 공간에서 후진할 때 레이더 기술을 이용해 교차 차량을 감지하는 후방 교차 차량 경보 등이 있다. 혁신적인 시스템으로는 적외선 기술로 도로의 장애물을 식별하는 전자 나이트 비전이 있다.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최대 30개의 언어를 지원한다.
뒷좌석에서는 4G, 와이파이, 블루투스를 사용할 수 있으며 탈착 가능한 10.2 인치 안드로이드 테블릿인 벤틀리 엔터테인먼트 테블릿으로 차량 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대형 럭셔리 SUV"
작년 4월 국내 출시된 벤테이가의 누적 판매량은 130대다. 적은 댓수로 보일 수 있으나 초호화 차량이라 이 정도면 많이 팔린 것이라고 한다. 박 선수는 "보통 엔트리 차를 팔기 위해 럭셔리 카를 손해 보고 만드는 경우가 많다. 폭스바겐의 골프 GTI와 현대자동차 i30를 타 보는 경우를 통해 느낀 바에 의하면, 국산차가 더 좋은 차가 많다. 그러나 이미지 상 폭스바겐 차량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처럼 엔트리급 차량을 비교해 보면 거의 비슷한데 이미지를 위해 이처럼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류 칼럼니스트의 언급대로 벤테이가는 분명 트랙에서 달려도 좋은 럭셔리 대형 SUV였다. 사람의 본능 가운데 스피드에 대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벤테이가는 엄청난 폭발력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티 나지 않게 이를 수행했다. 박 선수는 "서킷 행사임에도 편안한 행사였다"며 "차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벤테이가의 강력함은 부드러움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물겠지만 오프로드 주행 능력까지 갖춰 험로 이동도 가능하다. 벤테이가는 프리미엄과는 또 다른 럭셔리 차량이다. 그러나 트랙에서 본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심장은 놀랄만한 것이었고, 왜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대형 럭셔리 SUV"라고 설명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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