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통 3사 신규 요금제, 고가 가입자에 혜택 몰려

이겨례 기자
이통사

SK텔레콤이 뒤늦게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이동통신 3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3사가 중저가보다는 고가 요금제에 혜택을 집중하면서 오히려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3사는 신규 요금제를 선보이며 하나같이 데이터 혜택을 늘렸다고 강조했지만, 수요가 많은 6만 원 안팎의 요금제(제공량 6∼7GB)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보다는 6만9천 원 이상 고가 요금제에 혜택을 집중해 기존 4∼6만 원 중반대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의 요금제 상향을 유도했다는 인상이 짙다.

SK텔레콤이 이날 선보인 'T플랜'도 예외는 아니다. T플랜은 스몰, 미디엄, 라지, 패밀리, 인피니티 5종으로 구성됐다.

스몰은 월 3만3천원에 데이터 1.2GB, 미디엄은 월 5만원에 4GB, 라지는 월 6만9천원에 100GB, 패밀리는 월 7만9천 원에 150GB를 제공한다. 인피니티 요금제 가입자는 월 10만 원에 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

패밀리와 인피니티 가입자는 매월 각각 20GB, 40GB를 가족과 공유할 수 있다.

T플랜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존 LG유플러스 8만8천 원대 무제한 요금제와 KT의 데이터온(ON) 요금제를 섞어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유플러스가 2월 선보인 무제한 요금제는 월 8만8천 원에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여기에 가족, 친구 등 LG유플러스 가입자와 월 최대 40GB 데이터 나눠쓰기가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SK텔레콤 인피니티 요금제는 1만2천 원 비싸고, 데이터 공유는 가족 가입자끼리만 가능하다. SK텔레콤은 6개월마다 기존 단말 반납 조건으로 최신 스마트폰 교체 지원, 무료 영화 티켓 등 고가 요금제에 걸맞은 혜택을 추가했다고 강조한다.

T플랜 미디엄과 라지는 KT의 데이터온 '톡'과 '비디오'와 유사하다. 지난 5월 출시된 KT 데이터온 톡은 월 4만9천 원에 데이터 3GB, 비디오는 월 6만9천 원에 100GB을 제공한다.

양사 요금제 간 가격대에 따른 데이터 격차도 비슷하다.

SK텔레콤 T플랜은 미디엄(5만원)과 라지(6만9천원)의 가격 차이는 1만9천원이나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25배에 달한다. KT 데이터온 역시 톡과 비디오의 가격 차는 2만원에 불과하지만, 데이터양은 30배 이상 차이 난다.

소비자라면 자연히 좀 더 비싸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압도적으로 많은 요금제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데이터온 출시 후 KT 신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은 비디오를 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플랜의 경우 라지보다는 더 고가인 패밀리로 가입자가 쏠릴 가능성이 있다. 타사에는 없는 가격대와 조건에다 가족 간 데이터 공유와 각종 VIP 혜택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T플랜의 핵심은 사실상 패밀리 요금제"라며 "라지 이하 요금제는 경쟁사와 큰 차이가 없지만 패밀리는 무제한에 가까운 데이터 제공량에 각종 혜택을 추가해 기존 6만 원대 이상 요금 가입자가 월 1∼2만원을 더 내고 이동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매월 내야 하는 통신비가 늘어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가족 간 데이터 공유를 이용하면 오히려 가구당 통신비는 줄어든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유 가능한 요금제로 바꾸고, 매월 데이터를 공유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에 과도한 혜택을 몰아주면서 중저가 요금 가입자의 이탈을 유도하고 있다"며 "고객의 부담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부담 감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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