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삼성 뇌물 사건은 대법원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년 단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해를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심 판결은 끝났다. 중요하고 복잡한 사건이며 국민적 관심사가 증폭 돼 있다. 논란의 여지도 많다.
지난 3월, 경제개혁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용 판결의 전망과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상고심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된 쟁점을 다뤘고 항소심 판단을 비판적으로 살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제3자 뇌물죄도 유죄로 나올 수 있고 뇌물 공여도 적극적 공여자의 지위로 바뀌게 돼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도된 지배구조 재편 작업
경영권 승계는,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의결권(지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법원의 1심 판결에서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중요한 목적으로 해 이뤄졌음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에서는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봤다.
"승계작업은 단순히 지배권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공적인 승계 작업의 포인트는 최소한의 개인비용을 들이는 것, 그리고 현재의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2심은 위 두 가지를 분리해 판단했다. 상속세 등 승계 비용의 문제를 승계작업과 분리했고, 또한 불안정한 지배구조 개편을 승계 작업과 분리했다. 정상적인 기업인이라면,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악화시키면서 혹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배권만 확보하려고 할리 없다"고 했다.
이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다보니, 안정적 승계에 유리해졌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승계작업에 힘쓰다 보니, 지배구조가 개편됐다'는 말만큼이나 순진한 진단이다"라며 "어떤 의도가 먼저 있었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무의미하다.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작업은 함께 갈 수 밖에 없고 그것은 현출된 결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경영권 승계작업을 구성하는 개별현안들은 의도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고 지난 2009년 변양균 사건과는 전혀 성격을 달리한다"며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 이해가 쉽지 않은데, 항소심은 경영권 승계작업을 구성하는 개별현안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벼이 변양균 사건과 동일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과 불안정한 삼성의 지배구조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통해 삼성에 대한 지배력을 최대화하기 위함이었다고 보고서는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한쪽으로는 유동성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작업과 다른 한쪽으로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 확보하면서 이에 따른 법률적 위험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한다. 특검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의 매각을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사업구조 단순화 작업으로서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현안이나 승계작업이 없다는 판단은 이미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현안이나 승계작업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기본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지배구조 취약한 삼성, 의도적 수단 필요했다"
지배구조가 복잡한 우리나라 재벌들의 특성상 재벌 2·3·4세로의 승계 과정에서 각 그룹마다의 고유한 문제들이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은 본인이 직접 보유한 현대차 지분 5.17%와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통해 순환출자 형태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며 "막상, 경영권 승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현대차 지분은 2.3%로 더 적고 현대모비스 주식은 하나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승계작업을 동원할지가 주목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규모가 최대일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도 다른 그룹보다 취약한 삼성의 경우,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수단을 통해야만 해결 될 수 있는 과제였다고 전한다.
삼성 총수일가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이러한 승계작업을 천천히 진행하면 무리수가 없겠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에는 지난 2014년 5월,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바람에 시급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산운용규제를 강화하는 보험업법개정 움직임과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consolidated supervisor) 도입 움직임, IFRS4 2단계 도입 움직임 등이 삼성 지배구조의 불안전성을 더해가고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문제까지 해결해야 했다고 전한다.
현재 이 회장이 언제 사망할지 모름에 따라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재원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 재산의 대부분은 유동성이 부족한 비상장사 삼성SDS와 구 제일모직의 주식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야 하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홍완선 전 국민연금 운용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 내부 직원들로만 구성된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해 합병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가까스로 합병안건이 가결됐다.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성의 또 다른 중요한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문제라고 했다. 금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다. 삼성은 금융이 비금융을 지배하는 거의 유일한 그룹이라고 했다. 지난 2015년 9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25개 생보사 전체의 주식 및 출자금 23조2000억원(특별계정 제외) 중 78.0%인 18조1000원을 차지할 정도로 주식에 대한 투자비율이 높고, 삼성전자와 같이 비금융계열사에 집중 돼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의 보유는 장기간 매도하지 않은 채 보유만 하고 있다는 점, 분산투자 원칙을 외면한 채 특정 계열사 주식에 집중해 취득한 점 때문에 자산의 운용이 아닌 계열사의 지배가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금산법 제24조 시행 이후 이를 위반하는 회사의 경우, 법 위반 지분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받거나 모두 자발적으로 법 위반 상태를 해소했지만 유독 삼성그룹만 이에 따르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의 삼성 봐주기 의혹이 이른바 '삼성 공화국' 논란으로 이어지는 등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모든 과정, 성공적 승계 한 곳 가리켜"
보고서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안전하게 이어받아야 하는 경영권 승계 현안이 있었다고 반복해 강조한다. 삼성SDS와 구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 승계와 관련 자금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기획한 회사였다고 했다. 에버랜드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유죄로 최종판결 됐고 특히, 삼성 SDS BW 저가발행에 대한 업무상 배임판결에서도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추가적인 자금 투입 없이 대주주로서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의 복잡한 계열사 지분구조와 이 부회장 등의 취약한 내부지분을 추가적인 자금투입 없이 확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며 "삼성그룹의 소유 지배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정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지배구조라고 했다. 보고서는 "삼성은 금융이 비금융을 지배하는 기업집단이면서 금융 계열사들이 많은 상황이다"며 "이러한 경우, 현행법상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허용될 때 까지는 비금융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각각 설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상의 비금융지주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설립 신고만 하면 되지만,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은 주무관청인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삼성은 기업에 우호적인 박근혜 정부 동안에 상대적으로 어려운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환 계획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금 3조원을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회사로 이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자본 확충의 취지에 반한다. 결국,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인 것"이라고 봤다. "삼성물산과 구 제일모직의 합병,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금산분리 문제 해결과 금융지주회사 전환,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등은 모두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성공적인 승계작업이 그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려다보니, 불법과 위법이 발생한 것"이라고 봤다.
"상고심서 경영권 승계현안 존재 쟁점될 것"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 여부는 법상 뇌물·청탁의 범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상고심에서 중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원합의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1심과 2심이 갈리는 재판은 보통,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만일,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할 경우,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제3자 뇌물죄도 유죄로 나올 수 있고 뇌물 공여도 적극적 공여자의 지위로 바뀌게 돼 파기 환송심 판결에서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 판결과 주식매수가격 결정을 위한 비송사건 항소심에서는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했고 과거에도 삼성 SDS BW 저가 발행에 대한 업무상 배임판결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했다"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사건들과의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를 부인할 경우, 종전에 대법원 판결에서도 인정했던 승계 작업이 현재 부인되는 모순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보고서는 "성공적인 승계작업을 위해 미래전략실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나서고 그 결과, 이 부회장이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결과"라며 "이제 우리는 정경유착의 구태를 청산할 마지막 한 번의 기회만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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