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 이안 칼럼(Ian Callum)은 프로로 보였고 시종일관 진지했다. 지난 5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충하는 일이 없었다. 자신의 답변이 잘 됐는지 물어가며, 확인해가며 대화했다. 세심함이 느껴졌다. 칼럼 디렉터는 재규어 디자인을 총괄하는 이 답게 여유가 있었다.
그는 10살 때부터 재규어라는 브랜드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이 감정이 그의 디자인 철학과 시작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칼럼 디렉터가 재규어에 합류하게 된건 지난 1999년이었다. 그에 대해 "재규어 브랜드 헤리티지의 일부가 된 상황"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재규어에 몸 담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최초 전기차 'I-PACE'를 통해 재규어가 나아갈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했고 브랜드 최초 SUV 'F-PACE', 스포츠카 'F-TYPE',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XE' 등의 디자인을 총괄 지휘했다. "현재 재규어 디자인 중심에는 칼럼이 있다"라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전하고 있다.
그는 XJ가 처음 출시된 지난 1968년, 차를 보고 사랑에 빠졌고 그의 동네 딜러쉽에 가, 바로 브로셔를 받았다고 했다. 그 브로셔를 아직도 가지고 있고 한국에 오기 이틀 전, 해당 브로셔를 찍은 사진을 이날 보여주기도 했다. "XJ가 출시 된지 오래됐다. 디자이너들이 한 10년 전에 작업했다. 그러나 아직도 새 차 같다"며 "다른 차와 차별화 돼 있는 차량이다. 차별적인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칼럼 디렉터는 말했다.
그는 I-PACE에 대해 지난 1968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XJ 이후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칼럼 디렉터는 "100% 순수 전기차이자 제가 관여한 프로젝트 중 가장 흥미진진한 것 중 하나"라며 "지난 1968년 이후 굉장히 익사이팅하다고 말할 수 있는 차다. 저도 사랑하는 모델이며 매일 탑승하는 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전통적 차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술적 요건들 때문에 못했던 실루엣들이 제약이 없어졌다"라며 "때문에 제 생각에 '차는 이래야 된다'란 부분에서 좀더 논리적 접근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I-PACE를 설계하며 하나의 틀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제 개인적으로도 하나의 흥미로운 시작점이었다"고 말했다. I-PACE는 C-X75 수퍼카의 매끈한 쿠페형 실루엣과 함께 짧고 낮은 본넷, 실내 공간을 다른 모델보다 전면부에 설계하는 캡 포워드 디자인 등이 적용됐다고 제조사는 설명하고 있다.
칼럼 디렉터는 디자인과 관련 "어느 정도는 제약을 두고 보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한거 같다. 너무 과해서도 안되고 도를 넘어서도 안된다"며 "그와 동시에 어느정도 흥미진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상반된 요소들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재규어는 '브리티시 럭셔리'를 표방하고 있다. 디자인 원형은 정글의 재규어(Jaguar)에서 출발했다. 그는 '다이내믹하면서도 엣지 있는 느낌' 등을 모든 재규어 모델에 투영시키고 있다. 재규어 디자인 핵심은 ▲순수한 형태 ▲아름다운 곡선 ▲조화로운 비율이다. 전 모델은 레이싱 헤리티지를 계승하고 있다. 브랜드 슬로건은 '아트 오프 퍼포먼스'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재규어 차량들에서 뭔가 감흥을 느낀적은 사실 있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 역사성, 철학 등 거창한 말들이 많이 나왔지만 디자인 부분에서, 또 재규어라는 브랜드에 대해 디자인적 감흥을 느끼진 못해왔다.
그는 오늘날, 100년 전을 돌아봐도 가장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칼럼 디렉터는 "재규어 또한 자율주행으로 이전하게 될거다"라며 "그러나, 재규어에서는 핸들이 없어지기 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재규어는 드라이빙의 재미를 주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테리어 공간은 공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고 때문에 그에 맞춰 내부 공간도 많이 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재규어 디자인 철학은 계속 고수될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천편일률적으로 디자인 돼 가진 않기 때문"이라며 "개성과 특징을 유지하며 이어갈 것이다. 브랜드 입지, 영향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4도어 쿠페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그는 "XJ·XE·XF는 세단스럽긴 하나 더 쿠페스러운 세단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디자인적 요소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재규어의 경우, 독일의 제조사에 비해 작다. 때문에 최우선 순위를 잡아야 하고 볼륨 차종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세단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좀 더 쿠페스러운 것들을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디자이너들이 쿠페를 디자인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긴 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를 가지고 봐달라"고 덧붙였다.
칼럼 디렉터는 공기역학적 요소 등 여러가지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이 차 디자인을 하는게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비슷하게 생긴 차가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요건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자율성을 가지고 설계한 I-PACE가 그래서 재밌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 SUV에 어떤 것을 재규어 아이덴티티로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박 디자니너는 "대형 SUV이든, 뭐든 재규어가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해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라며 "지금까지 재규어라는 브랜드가 디자인적으로도 힘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 후발주자가 디자인 정체성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에 대해 "럭셔리 브랜드는 탄탄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재규어는 이것이 있다. 일단 역사가 깊다"며 "그 역사를 기반한 가치들을 최대한 많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그에 따른 퍼포먼스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규어 스토리와 연관되는 것 중 하나가 '따뜻함'이다. 2가지가 럭셔리 브랜드에 중요하다"고 칼럼 디렉터는 말했다.
"외형의 경우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갖춰야 한다.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이 2가지 요소를 다 따르지는 않는다. 그건 각각의 취향의 문제"라며 "인테리어는 탑승객의 안위를 생각하는 디자인 등이 지켜져야 한다. 퍼포먼스를 위주로 하는 브랜드들이 가장 딜라마를 겪는 부분이다. 재규어는 이런 균형점을 잘 맞추고 있다"고 했다.
브랜드 전통에 대한 이해의 과정, 그리고 어떻게 색깔을 보여줬는지에 대해 박지영 재규어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는 "영국왕립예술학교(RCA) 인터뷰를 갔을 때가 처음으로 해외에 간 것이었다. 이것이 오히려 플러스가 됐다. 영국 문화를 거리감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라며 "이미 익숙해져서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영국의 문화를 객관적이고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칼럼 디렉터는 "'영국스러움'의 기준을 영국인들이 더 잘 알아야 하는데, 때때로 해외에서 온 분들이 정의를 잘 내려주는거 같다. 저희 팀 안에도 한국·이탈리아·프랑스·미국인들이 영국스러움에 대해 더 잘 설명해 주는거 같다"며 "저는 영국스러움에 대한 정의라기 보다 '재규어스러움'을 더 고수해야할거 같고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규어스러움이란건, 어느정도 매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스럽게 뭔가 만든다기 보다는 영국서 만들었기 때문에 영국스럽다는걸 유지하는게 제 기조다. 영국은 굉장히 전통이 강하다. 또 역사가 강하고 그걸 존중하는걸 중요시 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말 그대로 그걸 다 보여준다기보다는 전통과 역사를 조금씩만, 한두방울씩만 넣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약간 오마주를 표현하듯이 한다. 그런걸 보면, 전통을 표현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너무 과해서 부끄럽다'란 말이 나올 정도가 아닌 수준까지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에 대해 박 디자이너는 "입사 후 첫 6개월간 '액세서리를 좀 빼면 좋겠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다"며 "저의 기준에서 최대한 많이 덜어냈는대도 계속 그런 피드백을 받으니, 혼란스러웠고 이해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어 "재규어는 차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트랜디하고 예뻐보이는 것 이전에 차 자체가 잘 다듬어진 몸매처럼 예쁘고 아름다움이 표현되야 거기에서 테크놀로지나 미래적인게 들어갔을 때 시간을 오랫동안 이겨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되는 부분을 많이 가르침 받았다. 지금의 저는 이제 이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에서 제일 많이 보는 차가 재규어 차인데 볼 때마다 새롭다.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한다. 이런 디자인은 순수함을 추구하는 미학, 감성적인 아우라를 표현하는 내공 등이 잘 어우려져 지금처럼 오랜시간 계속 봐도 질리지 않고 아름다울 수 있는 시간을 이겨내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는 "RCA에 다닐 때 가장 촛점을 맞춘 부분은 '디자인하는 과정을 디자인하면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며 "차 회사라는 것이 시스템화 돼 있고 디자인 과정을 전체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어떤 디자인을 바꾸었을 때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는 방법이 나오지 않을지 연구했다"고도 했다.
박 디자이너는 한국은 스킬 위주 교육을 하고 있다고 봤다. RCA에 갔을 때에는 생각의 흐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디자인이 나오게 된 생각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이었다고 전했다.
RCA란 학교에 대해 칼럼 디렉터는 "균형점을 잘 잡아주는 학교다. 2가지를 잘해야 한다. 구상한 것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잘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또, 그것을 어떻게 잘 표현해 내는지, 기술력까지 균형을 찾는게 중요하다"라며 "아이디어를 표현해내는건 어찌보면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이것이 브랜드와 연결되면 철학이 되는 것이고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인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건 절대 아니다. 그림이나 스케치를 못하는 사람을 고용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그림만 잘 그린다고 또 다 된건 아닌거다. 사고가 이어져야 되는 것이고 그걸 표현해낼 수 있어야 된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재규어에 있어서 중요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 따라 재규어 디자인이 결코 달라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미국을,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해 따로 재규어를 만든다면 그건 더이상 재규어가 아니다. 어느 시장에서는 재규어는 재규어로써 표현되야 한다"면서 "시장 선호사항에 따라 약간의 디테일은 바뀔 수는 있다. 그 지역만의 생각이나 트렌드가 적용되는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아이디어나 철학이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재규어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이 있는지, 차 외의 디자인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 그는 "타제조사에서 일할 생각은 없다. 기본적으로 소명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안은 받았으나 거절했다"며 "다른 제품을 디자인할 생각은 갖고 있다. 자기 만족차원에서 시계, 때론 집 설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칼럼 디렉터는 "대대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융합 돼 가고 있어 이제는 디자이너도 차량 미적 부분만 생각해선 안된다"며 "다 알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알 수 있는 부분까지는 배우고 새롭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하는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 최종 결선이 진행됐다. 이안 칼럼이 참석, 최종 평가를 진행했다. 최종 우승자는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이태희 학생이 차지했다. 이 행사는 올 해로 3회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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