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주 52시간제 예외 범위 확대했지만 기준 모호해

이겨레 기자

정부가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확대하고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내놨지만, 한동안 산업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례가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혼란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업무량 급증' 등 기준 불명확…혼란 불가피=특별연장근로 인가 기준에 모호함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때 인가 요건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31일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에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유도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이 특별연장근로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개정 시행규칙도 특별연장근로를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인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해·재난과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예방 작업에 제한적으로 써온 특별연장근로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업무량의 급증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써야 할 경우 주문량이 평상시보다 대폭 증가했음이 입증돼야 한다. 업무량은 같은데 인력이 갑자기 줄어든 경우도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납기 단축에 따른 업무량 급증도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이다. 한 기업이 8주를 납기로 하고 1주 평균 48시간 노동으로 업무를 하던 중 4주가 지난 시점에서 잔여 납기를 1주 단축할 경우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업무량이 증가하는 경우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이 될 수 없다. 예측이 가능한 데다 유연근로제를 활용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상 사유로 특별연장근로를 쓰려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도 입증돼야 한다.

자동차 부품 불량에 따른 대규모 리콜로 정비 업무가 급증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작업이 늦어지면 내구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건설 공정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인 박람회와 체육·문화 행사의 국내 유치를 위한 준비 업무, 명절 기간 비상 운송, 장기간 합숙이 필요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업무 등도 같은 이유로 특별연장근로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부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내놓지는 않았다.

업무량 급증의 경우 사안별로 기업의 생산량, 매출액, 노동자 수 변동, 납기 조정, 평상시 노동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동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불명확한 용어 사용으로 시행규칙 개정 취지와 달리 제도 활용이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권기섭 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30일 브리핑에서 "업무량 급증의 경우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사례를 축적하면서 (기업을) 안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확대를 큰 틀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는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특히,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할 때마다 노동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그 기준도 불명확해 행정 재량이 큰 점은 경영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경총은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시행규칙 대신 법률로 고침으로써 기업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5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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