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SS 화재는 배터리 탓?...삼성·LG 반박·법적공방

이겨레 기자

정부가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5건의 원인으로 '배터리 이상'을 지목하면서 업계에 큰 타격을 예고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화재 원인이 제품 결함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조사단은 이번에 배터리 이상을 지적하며 혼란상이 가중됐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ESS 업계 내 갈등, 보험사들과 배터리 제조 업체 간 구상권 청구 소송 등 법적 공방도 예상된다. ESS 산업 전반이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진다.

6일 정부 합동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LG화학과 삼성SDI는 일제히 화재 원인은 배터리가 아니라며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1차 조사 결과 발표 때는 화재 원인을 배터리 자체보다는 외부 요인으로 판단했으나, 이후에도 추가 화재가 발생하자 결국 배터리 이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1차 조사 결과 발표 후 배터리 업체들은 자체 안전 대책을 마련·시행해왔다. "제품 이상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ESS 산업의 주축으로서 생태계 보호를 위한 책임감" 차원에서다.

엘지

LG화학과 삼성SDI 모두 화재 방지를 위해 ESS 가동률을 제한하며 이에 따른 손실 비용을 부담했다.

LG화학은 또한, 이날 2017년 중국 난징(南京)공장에서 생산된 ESS 배터리 전량을 교체하고, 삼성SDI와 유사한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삼성SDI는 ESS 배터리 셀에서 발화해도 바로 소화시키고 인근 셀로 불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신규·기존 제품 모두에 적용하는 등 안전대책을 지난해 10월 발표하고 시행 중이다.

이 같은 대책을 위해 LG화학은 충당금 3천억원을 설정, 지난해 4분기에 275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도 ESS 관련 일회성 비용으로 전사 연간 영업이익이 60% 급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SDI 역시 특수 소화시스템 등 대책에 2천억원을 투입하면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1.2%나 급감한 201억원이었다.

올해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화재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내에서 ESS 배터리 신규 매출은 사실상 전무한데 이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안전 대책 시행에 추가 비용이 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화재 논란 이후 국내 ESS 산업은 위축세를 보여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SS 시장은 전년보다 38% 성장했으나, 국내 시장은 34% 감소했다.

화재 악재 여파로 국내에서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자, LG화학과 삼성SDI 등 관련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LG화학은 지난 3일 컨퍼런스콜에서 "ESS 사업은 국내에서 단기적으로는 키우기 어려워 해외 시장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조사 결과가 화재 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지목하는 결과로 나와 해외 시장 영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해외 고객들이 정부 조사 결과를 보고 배터리를 사지 않겠다고 할 수 있다"며 "같은 배터리로 해외에서는 화재가 나지 않는 사실을 보면 배터리 결함이 아닌데도 배터리에 책임을 돌려 시장에 막연한 불안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ESS 업계 내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화재 원인이 배터리 이상이 아닌 설비·운영 등에 있다고 무게를 두고 있어 제조사와 설비업체, ESS 사업자 등끼리 화재 책임을 두고 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추가 화재들의 원인이 배터리 이상이라고 발표된 만큼, 보험사들이 이를 근거로 배터리 업체들을 상대로 구상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이상을 부인하는 제조업체들과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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