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한미 독자제재 카드는…안보리 제재 '구멍' 막고 中역할 압박

김영 기자

한국과 미국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북한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추가 결의 추진은 물론 독자제재까지 단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어떤 조처가 취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규 안보리 대북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협력한 독자 제재를 통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존 제재 이행의 허점(loopholes)을 막고 제재 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신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및 추가 독자 제재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자 제재는 제재 그물망을 더 촘촘히 해 안보리 결의 등 기존 다자제재의 틈새를 막기 위한 카드다. 여기에 그 내용에 따라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거나 용인하는 중국·러시아를 압박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최대 관심은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경우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낼 지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의 불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정상적 거래에 대해서도 제재한다는 것이 세컨더리 보이콧 개념의 특징이다.

기자회견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기자회견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미국은 2019년 제정한 일명 '오토 웜비어 법'을 통해 이미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가할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오토 웜비어 법'은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이나 기업에게 고의로 중대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해외금융기관에 제재를 부과하도록 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은행인 극동은행(Far Eastern Bank), 스푸트니크 은행(Bank Sputnik)을 제재대상에 추가했을 때도 '2019년 오토 웜비어 법의 정신에 따라' 취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아직 중국 금융기관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에 나서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다면 칼을 빼 들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돕는 러시아와 중국 개인, 단체를 포함해 개인과 단체들에게 이런저런 제재를 가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위한 제도와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에 북한과 거래를 기피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가로막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따른 자국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안보리 제재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기존 안보리 제재를 피해 새롭게 찾아낸 외화벌이 수단을 차단하는 것도 독자제재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가상화폐 분야다.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올해 4월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사이버 공격해 거액을 챙긴 사례를 상세히 공개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미국도 최근 부결된 새 안보리 제재안에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단체 라자루스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북한의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방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바 있다.

한국의 독자제재 방안은 일단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미국이 대북 독자제재 대상에 올리는 개인·단체를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도 함께 제재하며 제재 효과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2016년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물자 거래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 기업 단둥훙샹실업발전에 대해 제재를 가하자 한국도 단둥훙샹과 마샤오훙(馬曉紅) 대표를 비롯한 훙샹 관계자 4명을 독자제재 대상에 올렸다.

한국 정부가 2017년 12월 마지막으로 독자제재를 취했을 때도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북한 금융기관 및 선박회사 등 20개 단체와 북한 인사 12명을 한국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 등으로 막강한 국제적 영향력을 갖는 미국의 독자제재와 달리 한국의 독자제재는 정부의 의지 표출 등 상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독자제재를 하게 된다면 4년 반만이라며 "그 자체로 함의가 크다"며 "외교부를 포함해 정부가 어떤 것이 가능한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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