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물가 급등·수신금리 하락, 2년 연속 실질금리 마이너스

음영태 기자

실질금리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은행에 예금을 맡겨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인상했지만,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예·적금) 금리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수신 금리는 하락하고 올해 공공 요금 인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질금리 마이너스 추세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77%로 나타났다.

이같은 저축성 수신금리는 2012년(3.4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로 실질금리를 구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명목금리 중 하나다.

이런 저축성 수신금리 상승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

한은은 작년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약 1년 5개월 사이 모두 열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 0.50%였던 기준금리는 3.50%로 3.00%p 높아졌다.

은행
[연합뉴스 제공]

문제는 저축성 수신금리보다 물가가 더 크게 뛰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물가 상승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저축성 수신금리(2.77%)에서 물가 상승률(5.1%)을 뺀 실질금리는 -2.33%로 집계됐다.

은행에 예·적금을 새로 들었다면 물가 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실질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마이너스 폭 역시 역대 최대였다.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래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해는 2011년(-0.31%)과 2017년(-0.34%), 2021년(-1.42%), 2022년(-2.33%) 등 네 차례뿐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가 10%대에 달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예·적금을 들면 5∼6%대 실질금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실질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2012년 1.23%, 2013년 1.43%, 2014년 1.13%, 2015년 1.04% 등 1%대에 이어 2016년 0.48%, 2017년 -0.34%까지 추락했다.

이후에도 2018년 0.37%, 2019년 1.35%, 2020년 0.55% 등으로 1% 전후를 기록하다가 물가 상승이 시작된 202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전달(5.0%)에 비해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되면서 9개월째 5% 이상을 기록했다.

한은은 2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5%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물가 경로상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슝률을 3.6%로 제시했는데, 이달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를 상향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플레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수신금리는 금융당국의 인상 자제 권고와 은행채 발행 재개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해 11월 4.29%까지 상승했다가 12월 4.22%로 떨어지면서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대출
[연합뉴스 제공]

연 4%대 중반의 정기예금 상품을 제공하던 인터넷 은행들은 최근 연 4%대 초반으로 금리를 큰 폭 내렸고, 일부 저축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연 3%대까지 인하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4일자로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6%포인트(p) 인하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대해 연 4.0%의 금리를 제공한다.

앞서 케이뱅크도 지난달 말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내려 1년 만기 상품에 대해 연 4.1%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3%대 중반 수준으로 내렸다.

5일 기준 5대 은행의 상품별 1년 만기 최고 우대금리는 ▲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70% ▲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3.67% ▲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3.63% ▲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3.63% ▲ 농협은행 NH올원e예금 3.47% 순이었다.

은행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예금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수신 규모를 늘려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 입장에선 은행채보다 비싼 이자를 지급하면서까지 예금 유치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신 금리의 매력도가 떨어지자 예·적금에 몰렸던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도 감지된다.

지난해 크게 증가했던 5대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최근 2개월 연속 감소했다.

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천5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827조2천986억원) 정점을 찍은 뒤 두 달 새 15조원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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