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미국, 韓에 "중국 빈도체 부족분 메우지 말라" 요청

오상아 기자

미 백악관은 중국이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 금지를 결정해 반도체가 부족해 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부족분을 메우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 조치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결집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과 대통령실 간 회담을 알고 있는 네 명의 관계자들은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월요일 워싱턴을 방문할 준비를 하면서 이같이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번 달 글로벌 DRAM 메모리 칩 시장의 세 거대 업체 중 하나인 마이크론에 대한 국가 안보 심사를 시작했다. 나머지 두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이다.

중국 인터넷정보사무청(CAC)이 조사를 한 뒤 처벌 조치를 취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지난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매출액 308억 중 25%를 차지한 마이크론에 심사가 제재로 이어질 경우 이는 심각한 문제다.

미국 당국과 기업 관계자들은 CAC의 조사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획득하거나 생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한 강력한 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

마이크론 사건은 중국이 처음으로 주요 미국 기업에 대해 강압적인 경제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리트머스 테스트다.

미국은 마이크론 조사 결과,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가 금지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판매 확대를 자제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백악관의 이러한 요청은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워싱턴에 도착하는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 문제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대항하는 데 협력해 왔지만, 동맹국의 기업들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바이든과 윤 행정부가 '첨단 기술' 보호 노력을 포함해 국가 및 경제 안보 문제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는 '역사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는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투자를 조정하고 핵심 기술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등을 포함한다"라며 "다가오는 국사 방문이 이러한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주미 한국 대사관과 삼성전자는 이번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한국 정부에서 요청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마이크론 관련 요청은 윤 대통령을 복잡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국과 한국 관계자들은 방문을 마무리 중에 있으며, 북한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확장된 억제력"(미국의 핵우산)에 대해 더 많은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주 재무장관 제넷 옐런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압적 조치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는 중국이 마이크론을 지렛대로 사용해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록 하려는 노력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조치가 미국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공조해 미국이나 동맹 기업에 대한 중국의 시도를 약화시키겠다는 것을 중국 정부에 보여줌으로써 경제적 강압을 목적으로 한 중국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과 리투아니아, 호주 등 다른 국가들에 대해 경제적 강압을 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칩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다른 중국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 당국자들을 만난 한 사람은, 그들은 중국 기업을 단속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대해 인내심을 잃고 보복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요청은 반도체가 미국과 중국 간 깊은 갈등의 핵심 요소 중 일부임을 보여준다.

지난 12월 미국은 백악관에서 중국의 "국가 챔피언"으로 불리는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를 "엔티티 리스트"(수출 규제 목록)에 올렸다. 이는 라이센스 없이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에 미국 기술 수출이 금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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