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확대에도 반도체 장비 수요 둔화
업계 “하반기 회복 불확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며 주가가 고점 대비 40%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가 장비업계 전반으로 번지며, 하반기 회복 기대감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AI 수요에도 실적 부진 지속
ASML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매출 63억유로(약 9조4천억원), 순이익 17억유로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약 68억유로)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 측은 “EUV(극자외선) 장비 납품 일정이 일부 지연됐고, 주요 고객사들의 설비투자 조정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ASML의 장비 수주잔고(Backlog)는 2023년 말 기준 390억유로에서 올해 1분기 350억유로로 줄었다.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의 투자 보류가 이어지며 신규 발주가 감소한 영향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2025년 이후 양산용 EUV 장비 투자 계획을 늦추고 있으며, 이는 장비 출하량 축소로 직결됐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서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장비 투자액이 전년 대비 7% 감소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강하더라도 파운드리·메모리 부문은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 반도체 장비주, 글로벌 증시서 일제 하락
ASML 실적 발표 직후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주가가 3~5% 떨어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하루 만에 2.4% 하락했고, 유럽 STOXX 기술지수 역시 1.8% 내렸다.
블룸버그(Bloomberg)는 “AI 투자가 활발하지만, 관련 반도체의 생산장비 수요가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케이(Nikkei)도 “일본 장비기업의 2분기 수주액이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이라며 글로벌 장비시장의 투자 위축을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들어 국내 반도체 장비업종지수는 9% 하락했다. 하나증권은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 반등세에도 장비 발주는 3분기 이후에야 회복 조짐이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업계, 하반기 회복 전망 엇갈려
ASML은 올해 전체 매출이 전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들의 재고조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수요 회복은 2025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이달 보고서에서 “2025년 글로벌 장비 시장이 1,100억달러 규모로 반등하겠지만, 회복 속도는 지역별로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AI 반도체 중심의 투자가 지속되지만, 아시아 시장은 수출 회복세가 더디다고 평가했다.
OECD는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전망’ 보고서에서 “기술 전환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선진국 중심의 투자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한국과 대만의 생산 회복이 지연되면 전 세계 반도체 회복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공급망 다변화 속 유럽의 전략 변화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유럽 반도체법’(EU Chips Act) 후속 이행안을 통해, 유럽 내 첨단 장비 생산 비중을 20%로 확대하고 역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ASML은 네덜란드와 독일 드레스덴 지역에 신규 생산라인을 검토 중이며, 현지 부품 공급업체와 협력망을 확대하고 있다.
TSMC는 독일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유럽 첫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했으며, 인텔도 폴란드·이탈리아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급망 다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지역별 기술 격차를 완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장비 공급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또 ASML의 공급망이 유럽 중심으로 이동할 경우 한국과 대만의 장비 납품 비중이 일시적으로 줄 수 있다고 보고, 국내 소재·부품 기업이 글로벌 재편 흐름에 맞춰 기술협력과 현지 생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요약:
ASML의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글로벌 장비주도 동반 하락했다. WSTS·SEMI 등 주요 기관은 하반기 회복 전망을 신중하게 제시하며, 지역별 투자 격차와 공급망 재편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유럽 중심의 장비 생산 확대는 단기 안정 효과와 함께 아시아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