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한국 수출 순항…AI 반도체 호황 美 관세 충격 상쇄

음영태 기자

-대외 악재에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되며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우리 수출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AI발 반도체 경기 호조라는 강력한 단일 동력이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수출 지역 다변화 및 유망 산업(방산, 선박, K-컬처 연계 산업)의 약진이 충격을 완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항'은 반도체 의존도 심화라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비(非)IT 부문의 부진과 내년 관세 영향 확대는 성장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3일 공개한 '수출·경상수지 평가·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9월 통관수출은 사상 최대인 659억 달러, 8월 경상수지는 91.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8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AI 호황에 힘입어 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으며, 수출 지역 다변화와 신산업 약진도 긍정적으로 작용 중이다.

▲ 美관세, 비IT 수출에 큰 타격…철강·자동차 영향 가시화

비(非)IT 수출은 중국과의 공급경쟁,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고율 관세 품목의 對미 수출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철강은 관세율이 25%에서 50%로 상향되며 7월부터 수출이 급감했고, 자동차부품과 기계류도 영향을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단가 조정 등으로 대응했으나, 장기적으로 기업 마진 축소와 가격 유지 어려움이 예견된다.

▲ 반도체, AI 수요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출 실적 견인

AI 인프라 투자 확산에 따라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수출율 6.5% 중 반도체가 5.6%p 증가에 기여했다.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반도체(HBM) 수출이 급증하며 대만향 수출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범용 D램은 HBM 전환에 따른 공급부족과 일반서버 교체수요가 겹치며 단가가 급등했다.

낸드플래시도 eSSD 수요 증가로 회복세를 보이며 3대 메모리 모두 동반 호황을 나타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형 수주가 이어지며 전망이 개선되는 분위기다.

수출
[AFP/연합뉴스 제공]

▲ AI 호황, 구조적 확장국면으로 진입

이번 반도체 확장기는 AI 인프라 투자 및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AI 기반 자율주행차·로봇 등 차세대 기기의 등장과 AI 에이전트 서비스 확산은 반도체 수요를 지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성능 주문형 반도체(HBM) 중심의 시장 구조는 기술력이 높은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HBM 생산능력을 보수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수출 증가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美관세 여파에도 새로운 수출시장·신산업이 부상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시장 다변화와 신산업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자동차의 對미 수출은 3분기 중 10% 이상 감소했지만, 유럽연합(EU) 전기차 수출은 34%, CIS 지역 중고차 수출은 52% 급증해 전체 글로벌 자동차 수출이 6.6% 증가했다.

선박, 방산, 화장품, 식품 등 일부 산업은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LNG선 중심의 고부가 선박은 중국과의 가격경쟁을 회피하며 호조세를 보이고, 방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요 급증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K-컬처 확산에 힘입은 화장품·식품의 글로벌 수요 확대도 수출 다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수출 호조, 경상수지 개선으로 이어져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는 경상수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누적된 대외순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수입이 늘면서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확대됐다.

올해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였던 전년대비 개선세를 보이며, 향후에도 반도체 수출과 본원소득 증가에 힘입어 비교적 큰 폭의 흑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내년에는 美관세 영향 확산과 비IT 부문 수출 둔화로 흑자 폭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 내년은 둔화국면 진입 가능성

하반기 IT 수출은 AI 투자 수요 확대에 따라 강한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내년에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 증가율 둔화와 일부 반도체 품목의 신규 관세 가능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IT 부문은 중국 경쟁과 미국 관세 부담이 겹치며 자동차·철강 등 고율품목의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 對동남아 무역흑자 확대…대만·홍콩 HBM 수출이 견인

1~9월 무역수지를 지역별로 보면,

對미국 무역흑자는 자동차·철강 부진으로 감소했지만,

동남아·대만·홍콩 대상 무역흑자는 HBM 중심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큰 폭 증가하며 전체 개선을 이끌었다.

▲ 향후 과제: 반도체 의존도 리스크 관리 및 산업 다변화

현재 반도체 수출 호조는 분명한 긍정 요소지만, 의존도 심화는 향후 경기 하강 시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우리 수출이 불리한 통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AI시대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로봇, 자율주행차, AI 에이전트 서비스 등 신시장 선점이 국가 성장의 열쇠로 부상할 전망이다.

또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공급 역량 확보가 새로운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인프라 구축이 수출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다.

식품·화장품 산업은 K-컬처와 연계한 전략적 마케팅이 요구되며, 선박·방산처럼 정부 협력이 필수적인 산업은 외교 역량과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호황과 수출 다변화가 美관세라는 대외 충격을 일부 완충하고 있으나, 내년에는 수출기여도 둔화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기술경쟁력과 산업 회복력을 함께 강화해야 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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