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국민연금 위탁수수료 11조…성과는 왜 ‘글쎄’인가

김영 기자

성과연동 관리체계 시급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외부 운용사에 지급한 위탁수수료가 11조원을 넘어섰다. 기금의 외부 운용 규모가 커지며 전문성 확보라는 명분이 강조됐지만,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성과와 비용이 따로 노는 구조’라는 비판 속에 국민 노후자금의 운용 효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연금
▲ 국민연금 [연합뉴스 제공]

◆ 왜 위탁 운용 비중이 이렇게 높은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외부 운용사에 지급한 위탁수수료는 11조8천억 원에 달했다. 2024년에만 2조8천억 원이 지출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연금기금 전체 자산은 1천조원을 넘어서며 세계 3위권 연기금으로 꼽히지만, 이 중 약 80%를 외부에 위탁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는 전략이라고 설명하지만, 운용사 간 성과 편차가 크고 관리·감독 체계는 이에 비례해 강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은 2024년 6월 ‘국민연금 운용실태 점검 보고서’에서 “위탁운용사 평가가 미흡하고, 실적이 부진한 운용사에 대한 제재 비율이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지적 이후 개선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특히 국내 주식 부문에서는 2023년 22%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6.8%로 급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용사 수수료는 1천637억 원에서 1천667억 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성과보수’ 제도를 명목상 운영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성과 연동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현행 위탁 구조가 기금의 안정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성과 중심 평가가 아니라 위탁 규모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관행이 지속되면, 수익률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왜 대체투자에 수수료가 집중되었나?

국민연금의 위탁수수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체투자 부문이다. 최근 5년간 지급된 전체 수수료의 72%인 8조5천억 원이 이 분야에 집중됐다.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등 장기자산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는 취지지만, 실제 성과는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렸다.

2023년 대체투자 수익률은 5.7%에 그쳤고, 2022년에는 글로벌 금리 급등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2024년 9월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의 30% 이상으로 확대했다. OECD 2024년 ‘연금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평균 대체투자 비중은 24%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처럼 고비용·고위험 구조임에도 국민연금은 투자 손실 시에도 수수료를 지급하는 ‘고정보수형’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손실을 본 해에도 수수료가 인상된 사례가 존재해 형평성 논란이 이어진다. 감사원은 “성과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수수료 구조가 기금의 손실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성과연동형 보수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손실 발생 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환수하고, 목표 초과 수익을 낸 운용사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제도 정착에는 내부 평가 인력 확충과 IT 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 단기성과 중심 평가의 문제점은?

국민연금은 운용사 평가에서 단기성과 중심 기준을 적용해 왔다. 연·분기 단위로 수익률을 비교하는 방식은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 과도한 매매를 유도하고, 장기 수익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해외주식 위탁펀드는 단기 급등 종목 중심 투자로 수익률 변동이 컸고, 장기 누적 수익률은 평균 이하에 머물렀다.

금융연구원 202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위탁평가 항목 중 70% 이상이 단기성과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며 “장기책임운용(LTIO)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캐나다연금(CPP)이나 호주연금(AustralianSuper)이 ‘3년 이동평균 수익률’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과 대비된다.

또한 국내에서는 위탁사 재선정이 제한적이어서 경쟁이 부족하다. 2024년 기준 전체 위탁사 중 10년 이상 연속 계약이 유지된 곳이 40%에 달했다. 장기 계약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실적이 부진해도 교체되지 않는 구조는 비효율을 초래한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은 2025년 하반기부터 장기성과지표(SRRI·Sustainable Return Risk Index)를 도입하고, 운용사 교체 기준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그러나 단기 지표 중심의 평가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실질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 해외 연기금은 어떻게 운영하나?

글로벌 주요 연기금들은 성과연동 관리체계를 강화하며 위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수익률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수수료를 감액하고, 3년 연속 부진 시 계약을 해지한다. 네덜란드 ABP도 운용사 성과평가에서 사회책임투자(SRI) 지수를 반영해 ESG 요인을 평가에 포함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성과연동형 제도가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과연계보수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실제 감액·해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운용사와의 장기적 관계를 중시하는 관행, 평가 인력 부족, 내부 행정 절차의 경직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2025년 이후 ‘성과연동형 수수료제’ 도입과 함께 내부 운용 비중을 확대하고, 위탁사 재선정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과연동 구조를 강화하더라도 운용 역량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본질적 변화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ESG 관점에서도 이번 논의는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2024년 ESG 투자비중을 전체 자산의 14%로 확대했지만, 위탁 운용사들이 ESG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아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는 재무성과뿐 아니라 투명한 운용구조 개선과 책임투자 확산을 병행할 때 달성될 수 있다.

☑️ 요약: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외부 운용사에 11조8천억 원의 수수료를 지급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대체투자 편중과 단기성과 중심 구조가 장기수익률을 왜곡하고 있으며, 성과연동형 보수제 도입과 내부 운용 확대가 시급하다. 해외 주요 연기금처럼 장기성과 지표와 ESG 요소를 반영한 투명한 평가체계 구축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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