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당선인의 20일 대통령 취임에 따른 기대로 국내 증시에서 최근 이틀간 훈풍이 불었지만 '오바마 랠리'가 얼마나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기업의 실적발표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잡을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어닝 시즌을 맞아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이 오바마 랠리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지난주 미국에서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를 비롯해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이 예상보다 못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미국 증시가 하락했다.
씨티를 비롯한 주요 은행들의 부실 우려로 미국 증시가 급락한 여파로 국내 증시도 하루에 6%나 추락하기도 했다.
이번 주에도 굵직한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애플(21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22일), GE(23일) 등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소속 기업 중 50여 개 사가 실적을 내놓고, 국내는 현대차, LG전자(22일), 삼성전자, SK텔레콤, 기아차(23일) 등이 예정돼 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거나 혹은 올해 1분기 전망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삼성증권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20일 "오바마 대통령 취임은 정책적 신뢰에 대한 재확인으로 증시에 '플러스' 효과를 주나 국내 주요기업의 실적발표에서 드러나는 1분기 악화 가능성이 '마이너스' 효과로 작용해 호ㆍ악재가 맞물리면서 주가가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효과나 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도 랠리의 걸림돌이다.
일단 이미 의회를 통과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가운데 잔여분인 3천500억달러가 어디에 투입될지 관심이 쏠린다.
씨티나 BOA 등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부실처리에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소요된다면 부동산시장 구제나 개별 가계에 대한 지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천25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안도 규모만큼이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재정 적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선 공약을 모두 실현할 때 향후 10년간 2조9천500억달러의 재정 적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할 경우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불공정함을 지적하며 재협상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으며, 얼마 전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비단 FTA의 재협상뿐 아니라 오바마 정부가 취할지 모르는 강도 높은 통상정책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자동차, 철강, 섬유 등의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애널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강력한 정책추진으로 미국 경제회복이 하반기 이후 가시화될 수 있다는 자신감만 보여주더라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국내 증시가 직접적인 혜택을 입을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로 전 세계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한 의지를 천명해 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굿모닝신한증권 한범호 애널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은 투자심리나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요소이나, 기대감이 지수의 탄력적인 반등으로 확산하기까지는 점검해 볼 요인들이 만만치 않다"면서 "시장 접근에서 기대심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대응보다는 안전판의 확보에 관심을 두는 균형감각이 필요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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