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촛불재판 의혹’ 어디까지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때 재판에 부당 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법원이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크고 작은 의혹이 추가로 터지며 사태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 대법관에게 제기된 의혹은 크게 봤을 때 촛불사건 집중 배당, 이메일을 통한 재판 재촉, 다른 시국사건 재판 압력 행사 여부 등 3가지다.

◇ `촛불재판 몰아줬나' = 신 대법관과 허만 당시 형사수석부장은 작년 6∼7월 초기 촛불사건 8건을 부장판사 1명에게 집중 배당했는데 나머지 단독판사들은 시국사건을 몰아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신 대법관 등에게 의견을 전했다.

 

대법원은 가장 먼저 불거진 배당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여 중요 사건을 경력이 많은 부장판사에게 맡기기 위함이었을 뿐 예규와 배당권자의 적절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어서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형사수석이 즉결심판 대상자에게 벌금보다 높은 구류를 선고할 것을 권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었다.

 

대법원은 신 대법관의 이메일 공개와 함께 파문이 커지자 다시 배당 문제까지 원점에서 재조사하기로 했다.

 

◇ `이메일 보내 재판 개입했나' = 신 대법관은 촛불사건을 전산 시스템으로 골고루 배당하기 시작한 뒤인 지난해 8월14일 첫 이메일을 보내면서 "`보편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적었다. `튀는 판단'을 하지 말 것을 넌지시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박재영 판사가 10월9일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나머지 일부 판사도 재판을 연기하자 10월14일~11월24일 3차례 이메일을 더 보내 통상의 방법으로 재판을 진행하라고 `재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위헌제청이 된 사건의 재판 진행을 미룰 수 있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용훈 대법원장을 이메일에 언급해 대법원장이 재판 독촉을 지시하거나 공감한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대법원장은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판사는 위헌심판 제청하고, 합헌이라고 생각하는 판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원론적 얘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신 원장은 아울러 이메일에 헌법재판소와의 사전 교감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도 적었고 실제 "헌재 소장과는 가끔 전화도 주고받고 가서 인사도 하는 사이이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 `다른 재판까지 손댔나' = 신 대법관이 촛불재판을 진행하지 않는 판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재판을 독촉했다거나 형사단독 가운데 다른 시국사건을 함께 맡았던 판사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재판 간여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일부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북한 관련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교사들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담당 단독판사에게 전화로 재판을 연기하도록 요청하는 등 대법관 지명을 앞두고 민감한 결정이 나오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으려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판사는 정기인사를 앞둔 지난 1월21일 피고인 2명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법복을 벗었다.

 

신 대법관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강력히 항의하는 바이며 해당 언론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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