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재판 배당에 대한 논란이 법원 외부로 불거진 지 열흘 만에 대법원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하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대법원은 처음 논란이 일자 단 하루 만에 조사를 끝낸 뒤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지만 파문은 커졌고, 결국 안이한 대응이 이메일 공개라는 `강수'를 유도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논란이 더욱 커질지, 아니면 수그러들지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이번 주 얼마나 설득력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느냐에 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 무엇이 논란을 키웠나 =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촛불사건이 법원에 접수되던 작년 7월 소장 판사 사이에서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기' 배당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고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전산 배당 전환을 약속한 뒤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이후 촛불집회 재판을 맡았던 박재영 판사가 같은 해 10월 초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신 대법관이 8∼11월 단독판사들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 `양형 통일'이나 `현행법에 따른 통상적 처리'를 강조하면서 다시 불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또 안팎으로는 촛불집회 사건을 다수 배당받은 형사단독 부장판사의 양형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있었고, 올해 2월 박 판사가 '현 정부와 다른 생각을 지녀 부담스럽다'고 사의를 표명한 뒤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그는 판결과 관련해 외압을 받은 적은 없지만, 위헌제청 이후 자신에게 사건이 배당되는 상황 등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며 결국 박 판사를 포함해 당시 형사 단독판사 가운데 3명이 법복을 벗었다.
이후 사건 공론화에 따른 부작용 등을 감안해 함구하던 판사 일부가 촛불집회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말문을 열었고 배당 논란이 지난달 23일 외부로 드러났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자체 조사를 벌여 부적절한 개입이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서면과 전화조사로 하루 만에 내린 `땜질식 결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판사들이 내부 통신망에 실명으로 비판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달 5일 신 대법관이 형사 단독 판사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촛불 재판' 독촉 논란이 이는 등 파문이 급속히 확산됐다.
◇ 이번 주 `논란 확산·진화' 분수령 = 아울러 내부 통신망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린 4명의 판사 가운데 2명이 과거 사법개혁을 주장했던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 일각에서 법원 내 보혁(保革)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대법원장을 포함한 모든 인사에 대한 진상조사 방침이 나오면서 일선 판사들은 "일단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내부 게시판 등도 조용한 상황이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공개한 판사에게)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젊은 법관들의 충정으로 봐야 한다"며 긍정적 측면을 인정했다.
반면, 신 대법관은 익명성 뒤에 숨어 자신을 음해해서는 안 된다며 "공격을 하려면 실명으로 나서라"라고 맞섰다.
대법원 역시 진상조사 과정에서 메일 공개 경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그간의 상황을 외부에 전한 이들이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원 내부의 전망이다.
이 경우 이들이 공개적인 방식으로 계속 문제제기를 하거나 사안을 둘러싸고 판사들 간의 전면적 논쟁이 벌어질 개연성도 있어 관심의 대상이다.
진상조사단은 이메일 발송 논란은 물론 재판 배당과 양형 주문 등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망라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해 내부 인사로만 구성된 조사위가 얼마나 심도 있는 조사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삭제된 이메일 복구나 하드디스크 분석은 물론 추가 이메일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주로 당사자 진술에 의존하는 등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무튼 오는 9일부터 본격적으로 진실 규명에 나설 진상조사단이 얼마나 국민과 일반 법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논란이 확산될지, 진화될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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