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기업 슈퍼마켓사업에 첫 제동

홈플러스 인천 옥련점 개장 연기

대형 유통업체들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슈퍼슈퍼마켓(SSM) 사업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골목상권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SSM의 확산에 거세게 반발하고, 정부가 이 사태에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유통업체가 전격적으로 신규 SSM의 개장을 미룬 것이다.

20일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에 따르면 이 회사는 21일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서 슈퍼마켓 형태의 소형 점포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옥련동 점포 개장에 대한 사업조정 심의를 진행 중인 중소기업청에 20일 오후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개장 연기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홈플러스의 이 같은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중기청이 해당 점포의 개장을 보류시키는 '일시정지' 권고를 내리기 전에 선수를 친 묘안으로 분석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개장 보류를 통보함으로써 중기청이 일시정지 권고를 내릴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기청은 "개점이 미뤄졌기 때문에 일시정지 권고나 사업조정 같은 제재 방안의 결정도 무기한 연기됐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새 점포 개장을 보류함으로써 업계 최초로 일시정지 권고를 받는 부담을 덜면서 추후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게 됐다.

앞서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점의 개장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중기청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단체 소속 상인들은 점포 주변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개장 준비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홈플러스가 개점을 강행했으면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또 만약 중기청이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다면, 법적 강제성은 없더라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홈플러스 입장에선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홈플러스는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련 기관, 업계 및 단체 등과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개장 보류를 결정했다.

이번 사태는 대형 유통업체가 지역 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충북 청주에서도 최근 24시간 영업을 시작해 지역 상인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청주시 재래시장 상인 150여 명과 슈퍼마켓 상인 50명 등 모두 200여 명이 지난 17일 홈플러스의 24시간 영업에 반발해 청주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했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대형 유통업체들에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지역상권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SSM과 대형할인점의 입점을 제한하기 위해 도시계획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중에 가장 빠르게 SSM을 늘리는 데 성공해 그동안 일반 편의점보다 다소 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전국에서 158개 개설했다.

그러나 이른바 '골목상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중소상인들의 집단 반발과 서민보호 대책을 부각시키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물리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마트와 신세계 이마트도 여론의 동향을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의 SSM 확장 계획은 총체적으로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대형 유통업체들의 SSM 늘리기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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