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결정 체계를 바꾸려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격인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의 투명성과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 결정에 자금조달 원가를 반영하기 위해 CD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아 왔지만, CD금리의 지표금리 성격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자금조달과의 연계성이 약해지자 은행과 대출자 모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CD 금리는 급락했지만 은행들이 대출 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대출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가중평균 수신금리나 은행별 실질 조달금리의 평균치를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삼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바스켓' 방식의 금리가 도입되더라도 기존 CD 연동형 대출 역시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크며, 이 방식이 당장 금리 안정 효과가 있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CD 중심 대출금리 문제 많다
매일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하는 CD 금리는 그동안 시장금리와 은행 자금조달 여건을 잘 반영해 투명성과 대표성이 높은 지표금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CD가 은행 자금조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로 떨어지고, CD 금리의 급락 이후 은행들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 금리를 산정하자 이 같은 인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3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사회를 맡은 홍익대 박원암 교수는 "CD 금리의 투명성과 대표성에 문제가 있으며 CD 금리 위주의 대출금리 결정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에서 91일 만기 CD 금리에 연동된 대출 비중은 79.9%나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나 은행들은 아직 CD 연동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이용하는 실정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SC제일은행 신상봉 상무는 "CD 금리에 붙는 가산금리가 크게 높아지면서 통화당국의 금리 정책이 금융 소비자에게 왜곡되게 전달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건국대 고성수 교수는 "은행들이 대출 자산의 건전성을 위해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높게 붙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가계 부실로 이어지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대출금리 체계 어떻게 바뀌나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바스켓 금리는 CD, 정기예금, 은행채 등 만기가 같은 시장성 금융상품을 한데 묶어 가중평균 금리를 구하는 방식이다.
이 중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꼽힌 것은 한은이 발표하는 예금기관 가중평균금리다. 공신력과 투명성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발표 시점에서 1개월 전 금리 수준을 반영하는 데다 조달원가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은행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단점으로 꼽힌다.
한은이나 은행연합회 등 제3의 기관이 은행들의 조달금리를 정기적으로 취합해 가중평균치를 발표하는 형태나 개별 은행이 자체 자금조달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공청회에서는 이들 방안 외에도 기존의 다른 시장성 금융상품 금리를 이용하거나 담보대출의 경우 대출 금리를 고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한은행 이한원 부부장은 "조달금리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한은이 발표하든 개별 은행이 발표하든 소비자 입장에서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은행채나 통화안정증권 등에 만기별로 가중치를 두고 바스켓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봉 상무는 "현재 1년인 시중은행 은행채의 최단 발행기간을 특수은행처럼 3~6개월로 낮춰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 박성용 팀장은 "주택을 담보로 제공해도 신용도가 낮으면 높은 가산금리를 물어야 한다는 데 소비자들은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담보가치가 같다면 대출 금리에 심한 차등을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대출금리 안정될까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라 은행의 평균 조달금리를 구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대출 금리 산정 방식에 대한 투명성 논란은 어느 정도 불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선임연구원은 "이번 대안 마련으로 대출 금리에 대한 투명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며 "경제적 충격이 왔을 때 영향을 분산시키려면 금리 변동주기를 다양화하고 주택금융공사의 대출처럼 만기를 장기화하고 CD 연동 대출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매일 고시되는 CD 외에 다른 조달금리는 시차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주간 단위로 하면 해결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도 중요하지만 가산금리를 어떻게 결정하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별 평균 조달금리보다 은행권 공통 바스켓 방식을 선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 등의 기관이 바스켓 금리를 고시하는 방안이 잡음이 적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새로운 금리 결정 체계가 만들어지더라도 CD 금리 체계도 병행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CD 금리 체계와 공통의 평균 조달금리 체계로 만들어진 다양한 대출상품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금리결정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당장 금리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공신력도 있고 시장금리도 반영할 수 있다"며 "다만 절대금리가 CD 연동 대출 금리보다 높으면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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